거인을 보았습니다 / 백상웅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거인을 보았습니다 / 백상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채송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479회 작성일 16-02-25 17:38

본문

거인을 보았습니다

백상웅

방 한 칸의 옆구리를 터서 또 다른 방을 만든 집에 세를 들었습니다 그해 겨울 저는 양철 지붕을 밟고 다니는 수상한 거인이 집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번도 발자국을 본 적 없지만, 그는 지붕에 엉덩이를 대고 한참 쉬었다 가면서 처마 끝 고드름을 뜯어가곤 하였으니까요 해가 저물면 가로등마다 성냥불을 그어대던 놈도 거인이었습니다 저는 소란스러운 불빛 때문에 귀가 불편해서 잠들지 못했습니다 방은 외로운 기타 같았기에 저는 두 칸의 방에서 하루씩 번갈아 묵었습니다 방이 쓸쓸해지면 목소리가 금방 상할까봐 걱정했던 까닭입니다 멀리서 열차소리가 들리면 거인은 귀를 막고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휘파람 소리는 제 심장 속에 서늘한 골짜기를 팠습니다 거인은 분명 엉덩이가 매우 무거운 놈일 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동네의 담벼락은 하루가 다르게 허물어지고, 대들보가 뽑혀갔으며, 지붕이 움푹 내려 앉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거인은 하릴없이 태양을 잡아당겨 어둠을 길어지게 하고, 태양에 얼음을 용접해서 눈발을 자주 마을로 불러 들였습니다 눈송이가 날리면 팽팽한 전깃줄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배고픈 새떼를 쫓아내기도 하였습니다 거인은 구름을 뒤집어쓰고, 어떤 날은 적막한 통장을 들여다보고는 창문에 성에를 가득 채워놓고 갔습니다 아마도 하늘 가장자리에 묻어둔 쌀독이 텅 비어버린 날이었겠지요 폭설이었습니다 거인도 잠을 뒤척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얼어붙은 나뭇가지를 뚝뚝 부러뜨려 이를 쑤실 때, 이미 하늘은 텅 비고 먹구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거인은 천장을 두드리고 처마를 움켜잡고 지붕을 열어보려고 하였습니다 저는 두려워서 함박눈처럼 울었습니다 지붕과 지붕을 잘못 겹쳐 올렸는지, 날이 풀리기도 전에 천장에서 거인의 녹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검은 벌레들이 방구석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와 젖은 벽지를 뜯어 먹었습니다 거인은 곰팡이 핀 벽에다 제 그림자를 걸어두고 또 어디에서 저의 낡은 기타소리를 뜯어먹고 있을까요?

<창작과 비평> 제8회 당선작 중에서


백상웅 시인
1980년 전남 여수 출생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7년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2008년 『 창비』신인상 수상
시집 『거인을 보았다』.


이 시에서 거인은 무엇일까? 오래도록 들여다 보았는데, 그건 결국 가난,일 것이라는 결론을 혼자서 내렸다. 백상웅 시인은 여수사람이고 나는 여수에서 오래도록 살았고 그래서인지 여수의 백상웅 시인에 대해서는 정감이 간다. 문제는 백상웅 시인이 나보다는 훨씬 젊다는 것이다. 거인은 곰팡이 핀 벽에다 제 그림자를 걸어두고 또 어디에서 낡은 기타소리를 뜯어먹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추천0

댓글목록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이 시에서거인은 무엇일까 많이 생각했었는데
보편적 생각에서의 거인은 위대한 족적을 남긴 사람이나 혹은 어떤 산고를 이겨내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단어인데 왜 시제가 거인을 보았습니다 일까에 주목해 보면채송화 꽃님 말씀처럼 가난일수도 있고 시대적 아픔을 극복하는 모든 사람들의 초상일 수도 있겠고.

처음 이시를 대하고 한번 읽었을 때는 별로 두번 읽었을 때는 어? 세번 읽었을 때는 시선을 뺏어가는 그 무엇에 점점 깊어지고.
덕분에 다시 한번 정독합니다.


***추신****

다시 몇 번 정독을 한 결과

시의 주어인 거인은 힘들고 암울한 시대를 끈덕지게 붙들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그린 이야기 삽화다는 생각,.
그 스토리 속에 우리의 초상 혹은 자화상을 거인으로 묘사해 놓았다.
그러므로 거인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이다 그리고 이땅의 노동자들이다.

미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인은 권력 체제를 말하는 것 같고
/어떤 날은 적막한 통장을 들여다보고는 창문에 성에를 가득 채워놓고 갔습니다 아마도 하늘 가장자리에 묻어둔 쌀독이 텅 비어버린 날이었겠지요 폭설이었습니다 거인도 잠을 뒤척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얼어붙은 나뭇가지를 뚝뚝 부러뜨려 이를 쑤실 때, 이미 하늘은 텅 비고 먹구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위 시의 핵심부분으로서 창문 성에는 국민에게 걷을 세금고지서로 읽고 하늘이 텅 비었다는 것은 국고(국민이 낸 세금)가 비었다는 것이며 나뭇가지로 이를 쑤신다는 것을 백성이 낸 그 세금으로 거인의 배를 채웠기 때문으로 읽으면 맥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 또 어디에서 저의 낡은 기타소리를 뜯어먹고 있을까요? //기타소리는 근로자 노동의 제유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란 함축된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특이한 장르이므로 거인을 경제를 착취하는 모든 부류로서 자신이 경험한 어떤 사건을 환기시켜서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즉 자본주의 생리와 부패권력층을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Total 4,166건 6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91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4 0 10-23
3915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2 0 10-10
3914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1 1 07-17
3913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0 0 12-25
391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9 0 02-23
391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8 0 11-13
39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6 0 10-05
390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5 0 11-17
3908 譬象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4 0 03-01
3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9 0 12-29
390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7 0 02-17
390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5 0 09-01
3904 고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2 0 12-31
390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5 0 12-11
3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2 0 12-08
390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0 0 08-24
390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6 0 02-04
389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5 0 12-17
3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4 0 01-28
389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2 0 12-19
389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0 0 02-14
3895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8 0 12-20
389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7 0 08-08
389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7 0 09-21
389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7 0 12-04
3891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6 0 11-25
3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9 0 09-08
3889 김동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9 0 04-07
388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5 0 02-17
3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2 0 01-18
3886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0 0 09-06
3885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0 0 01-23
열람중 채송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0 0 02-25
3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4 0 03-07
3882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4 0 03-09
388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2 0 02-26
388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9 0 10-21
387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4 0 03-25
387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3 0 04-18
3877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1 0 03-26
3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3 0 03-11
3875 이원숙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0 0 01-01
3874 작가시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8 0 01-10
3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9 0 09-20
3872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9 0 03-01
3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6 0 03-17
387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5 0 11-08
38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4 0 10-30
3868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4 0 01-22
3867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5 0 01-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