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柑紙의 사랑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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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83회 작성일 16-04-23 06:26

본문

감지의 사랑 / 정일근

비단 오백 년 종이 천 년을 증명하듯
우리 한지에 쪽물을 들인 감지는 천 년을 견딘다는데
그 종이 위에 금니은니로 우리 사랑의 시를 남긴다면
눈 맑은 사람아
그대 천 년 뒤에도 이 사랑 기억할 것인가
감지에 남긴 내 마음이 열어주는 길을 따라
경주 남산 돌 속에 잠든 나를 깨우려 올 것인가
풍화하는 산정 억새들이 여윈 잠을 자는 가을날
통도사 서운암 성파 스님의 감지 한 장 얻어
그리운 이름 석 자 금오산 아래 묻으면
남산 돌부쳐 몰래 그대를 사랑한 죄가
내 죽어 받을 사랑의 형벌이 두렵지 않네
종이가 천 년을 간다는데
사람의 사랑이 그 세월 견디지 못하랴
돌 속에 잠겨 내 그대 한 천 년 기다리지 못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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