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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시] 내가 백석이 되어 / (낭송 채수덕, 영상 야생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658회 작성일 20-12-17 21:54

본문

 

[조세금융신문 "가 있는 아침" 2018.12.10]


 


.

내가 백석이 되어 / 이생진

- 백석과 자야 2

 

[시인 이생진 낭송 채수덕 영상 야생화]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타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張勃*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장발(1901~2001) : 서양화가.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을 지냈으며,

대표작으로는 김대건 신부상, 명동성당 계단 벽화 등이 있다.

 그는 자야의 20세 때 모습을 초상화로 그렸다.



[시인] 이생진

 

1929년 충남 서산 출생

1969현대문학등단

시집으로 그리운 바다 城山浦』 『거문도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

반 고흐, ‘너도 미쳐라』 『산에 오는 이유』 『어머니의 숨비소리

오름에서 만난 제주』 『섬 사람들등 다수

1996년 윤동주 문학상 수상

2002년 상화(尙火)시인상 수상

 

 

[감상] 양현근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 김영한

백석은 이백의 시 <자야오가(子夜吳歌)>에서 이름을 따서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다.

백석은 시를 좋아하는 영어선생님이었고

자야는 기생이었으나 함흥에서의 운명적 만남 이후 둘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둘은 서울 청진동에서 살림을 차렸지만,

냉정한 현실은 둘의 사랑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기생과의 동거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백석 부모의 강요에 의해

백석은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가 정한 여자와 강제로 혼인을 하지만

자야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부모에 대한 효 사이에서 무척 괴로워했다.

이후 현실도피를 위하여 만주로 떠나는데, 그것이 자야와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북한에 정착하여 1988년 해금되기 전까지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완전히 잊혀진 인물이 되고 만다.

남한에 남은 자야는 이후 돈을 많이 벌어 대원각을 소유하게 되었으나

백석을 평생 잊지 못하였으며, 백석을 기리는 마음으로

대원각 부지 7천평을 법정스님이 속한 송광사에 기부하여

오늘날의 길상사가 되었다.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욕망과 거짓이 지배하는 시대에

시대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이 가슴을 울린다.

 

 

[낭송가] 채수덕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김영랑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대상

예천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대상 등

시인


추천2

댓글목록

순례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상사에 가면 나도 모르게 소나기처럼 쏟아져 나를 젖게하는허망함과 애틋함의 상념에 빠져
넋을 놓고 앉아 있다가 오곤합니다.
툇마루에 머물며 구름을 보고 있는 젊은이들의 얼굴도 한층 예쁘고 대견하여 보입니다.

어둡던 시기에 고국을 떠나 외롭게 떠돌던 백석 시인과 그를 연줄로 하여 이어져 내려온
진한 인연의 시간들이 연못물이 되어 고여 있는 곳이지요.

치열하게 외롭게 그러면서도 부끄럽지 않게 살다가 가신 분들의 숨결과 모습이
방문객들의 가슴을 뭉클거리게 만드는 참선의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이생진 시인의 글과 마음을 끄는 영상들과 글을 읽는 목소리가 모두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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