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 /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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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 이인철
공장 탈의실엔
예비군복같이 얼룩덜룩한
미희 아줌마 작업복이 보름째 걸려 있다
그녀는 손에 묻은 도금을
이태리타월로 빡빡 문질러 지우고
공단 입구 지하노래방에서
붓 대신 탬버린을 잡았다
새빨간 루주
젖가슴이 드러난 옷
밤물결처럼 살랑이는 치마
탬버린이 야광충처럼 반짝이는 방에서
우리는 칠 묻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춤을 춘다
공장의 하루 일당을
두 시간 만에 받아든 그녀는
다른 방에서도 뱅글뱅글
폐수를 마신 시화호 물고기같이 돌고 돈다
-이인철 시집 ‘회색 병동’
돈의 유혹은 달콤하다. 그것도 쉽게 벌어 쓸 수 있는 일은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다. 거리에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밤 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간판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미희 아줌마는 공장을 다녔다. 예비군복 같은 작업복을 입었다. 온종일 하는 일은 늘 고달프고 월급은 부족하다. 급기야 작업복을 벗고 공단 입구 지하노래방에서 도우미가 된다. 이태리타월로 손에 묻은 도금을 빡빡 문질러 지우고 젖가슴 드러낸 옷을 입고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춤을 춘다. 두 시간 만에 공장의 하루 일당을 받아든 그녀는 다른 방에서도 뱅글뱅글 폐수를 마신 물고기 같이 돌고 돈다. 속칭 노래방 도우미라 불리는 그 일은 생명보험회사에서도 보험가입을 거부할 정도로 위험 직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누구의 엄마이고 부인이고 누나고 언니인 그녀는 언제나 그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 온몸으로 흔드는 탬버린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서정임 시인
댓글목록
니카니까님의 댓글

시표현이 아주 풍풍하네요 다음시는 잘써주세요 ~~~~~~~~~~~~~~~잘부탁드립니다
모콰님의 댓글

씁쓸한 세태가 묵묵하게 잘 표현되어있는 시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