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사이 / 홍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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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033회 작성일 15-11-17 10:31본문
여름과 겨울 사이 / 홍신선
상수리 큰 그루 밑에 무슨 살육판인 듯
긴 장마 끝 툭툭 부러져 쌓인
몇 구(軀)의 어린 우듬지와 곁가지들
의 성근 새파란 잎 속에는
막 태좌에 앉음새 차린 녹두알만한 상수리 태아들이 까칠하게 숨었다.
1951년 1.4후퇴 때
폭설 친 신작로 갓길 굴헝에 남부여대 피난민이 유기하고 간,
목쉰 울음 뒤에 얼어 죽은 동해(童骸).
그렇게 우연의 재난에 당한 낙과(落果)들,
뭇 생령(生靈)이
제 목숨 지키기 위해 발명한
이기행(利己行)의 자해인가
여태껏 내 마음 악물었던 그 자리 잇자국이
아프지 않게 욱신거린다.
-홍신선 시집 「삶의 옹이」
긴 장마가 지나간 자리엔 피해가 남는다. 속수무책 몰아쳐온 폭우와 폭풍에 논과 밭, 집들은 물에 잠기고 인명피해가 나기도 한다. 그 짙은 어둠의 엄습은 둥치 큰 상수리나무도 예외일 수 없다. 우듬지와 곁가지가 부러진 상수리나무 성근 잎들 속에 숨어있는 열매들, 그것은 보호를 받으며 커 나가야 할 태아들이다. 시인은 그 폐허를 보며 전쟁을 생각한다. 누가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던가. 결국, 그 살육판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것은 어린아이들이었다. 나라는 피폐해지고 그 상처를 안은 사람들은 그래도 재건을 위해 마음 악물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흘러도 결코 잊히지 않는 치명은 어떤 피해현장을 보기만 해도 그 자리 잇자국을 욱신거리게 한다. 하여 시인은 ‘저 낙과들은 뭇 생령이 제 목숨 지키기 위해 발명한 이기행의 자해인가.’ 라고 묻는다. 우리는 이런 재난과 전쟁의 불안에서 언제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울림이 큰 시를 읽는 마음이 숙연해진다. /서정임 시인
댓글목록
향기초님의 댓글
향기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곳에서 뵙게 되어 넘 반갑습니다
어?
어제 우연히 이 방을 보게 되었습니다
방이 많다 보니^^
수고하심에 메일 국수집에서
구운 메밀을 6000원 주고 샀는데 꽤 오래 끊여 먹게 되네요
장청소에 고혈압에 좋다 하네요
구수하고 개운한 따스한 메밀 차 머그잔 가득 두고 가 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