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쉘부르의 우산 / 조경희(낭송 김효남, 영상 향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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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 "詩가 있는 아침" 2018.10.22]
쉘부르의 우산 / 조경희
[낭송 김효남 영상 향일화]
미아삼거리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어디서 비를 피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
쉘부르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차창 너무 주유소 앞 우산 하나가 몸을 웅크린 채 비를 맞고 있다
한쪽 다리를 저는 청년이 다가가 우산이 되어준다
강물같이 흐르는 시간의 버스를 타고
기억 너머 흑백의 시간으로 거슬러 흐르다 보면
쉘부르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고
젖은 내 어깨를 감싸며
우산을 받쳐주던,
사랑을 노래하던 쉘부르의 우산은
언제부턴가 슬픈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쉘부르의 우산은
비를 맞으며
어둡고 차가운 시간 속으로 멀어져간다
버스는 정체되어 교차로에 멈춰서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 젖은 추억의 영상을 떠올리듯
차창 밖 내리는 비의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신호등이 바뀌면서 차는 다시 속력을 내고
빗길을 달려간다
비 내리는 쉘부르의 통기타 가수는
목소리를 잃은 지 이미 오래이고
늙은 디제이도 세상을 떠나버렸다
팔아야 할 추억의 한 페이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우산장수 마저 골목에서 사라져버린
쉘부르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
잃어버린 우산을 어디에서도 찾을 길 없다
내리는 비를 향해 버스가 달리면 달릴수록
쉘부르는 점점 멀어져 가고
한 여자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홀로 걸어가고 있다
[시인] 조경희
충북 음성 출생
2007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등단
시마을동인
시집『푸른 눈썹의 서(書)』
[詩 감상] 양현근
오래 전에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프랑스 뮤지컬영화 ‘쉘부르의 우산’은 우산가게의 딸과
자동차 정비공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늘 애틋하고 가슴 아린
추억이다. 어긋난 인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처럼 오랜 여운으로 남는 게 있을까.
어쩌면 의지와 관계없이 이뤄지는 인연의 속성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것은
실패가 주는 쓴 경험인지도 모른다. 청춘의 한 모퉁이에서 소나기를 피하다가 불현듯 마주친
흑백필름 속의 첫사랑이 삶의 모퉁이를 서성이고 있다.
[낭송가] 김효남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토마토 전국시낭송대회 동상
자서전쓰기 강사
http://www.tfnews.co.kr/news/article.html?no=54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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