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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심판 외/ 김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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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25회 작성일 23-01-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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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심판 외 / 김석영

더 많이 사랑한 쪽이 칼을 들었다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다 

출입의 흔적이 없는 완벽한 밀실 속에서 

여름이 되자 

뒤늦게 발견된 사체들로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 죽으면 애인이 제일 먼저 용의자가 된다 

독백은 비극

겨울은 증언이 되지 못한다 

어떤 단어는 여름에 죽고 만다 

출입 금지 

노란 테이프가 계절을 가로지른다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울고 있는 자신)

(맞잡는 두 손)

(피 흘리는) 

희극 속에서 생략된 지문 

겨울은 칼을 쥐고 있는 쪽을 바라본다

정물처럼 앉아

호박빛의 실내에서

나와 너는 가만히 앉아 휘날리는 눈을 바라본다

온도의 빛과 빛의 온도를

발음해보면서 궁글어지는 맛

호박 몇 조각을 뒤집어보면서

“눈은 방향이 없구나”

한낮의 호박과 호박빛의 환한 속내를

어둡게 들여다볼 것인지 궁금해진다

둥근 유리 주전자 속에서

오래도록 우러나는 호박

물속에서 세 배쯤 커 보인다

색깔을 밀어내면서

향은 풀어지고 뒤섞인다

옅어진 물빛에 호박이 스며 있다

기억이 났다 실처럼 오래 풀리느라

컴컴해진 실내에서

차를 마시고

서로 같아진 우리의 색

누군가는 밖으로 나갔다

너는 이곳에 없어도

누군가는 만족스럽다

“내가 정물처럼 앉아 있으면

당신이 나를 그려주기를,

사람으로”

눈이 그쳤고

실내가 다시 밝아오고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던 색을 우리는 알았다

플래시백

책을 펼친다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비릿한 쇠 맛이

겹쳐 있는 입술을 연다

내가 얼얼해지면 종이가 피를 흘린다

작고 딱딱한 과도

누구에게나 있는

전혀 날카롭지 않은

당신은 책의 바깥에서

발목을 물려

칼을 떨어뜨린다

폴리오미노

물을 마시고 뱉는다

물 밖에서 호흡을 뱉고 마신다

수면 위에 비친 내가 일렁인다

내가 일렁이고 있는 것처럼

물 밖으로 잠깐 나온 머리는 복선이다

두 손으로 수면 위를 문질러 본다, 초조해지는 평면

물속의 나는 의미를 몰랐다

물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거울 속의 나는 온전한 내 몸을 보았지만

거울 밖의 나는 나를 볼 수 없었는데

몸이 잠겨 있어서

몸이 잘려 있었다

그저 물이었는데

물에 빠진 후에야 나는 물을 완전히 모르게 됐다

쏟아 버리면

무엇인지 모르게 되고

자꾸만 무거워지는

물은 고이려는 습성이 있다

물을 해석할수록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 시집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중에서


김석영(41) 시인이 올해 ‘김수영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판사 민음사는 제41회 김수영문학상에 김석영 시인의 ‘정물처럼 앉아’ 외 50편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모든 시편이 고른 완성도를 유지하며 자아내는 긴장감이 눈에 띄었다”며 “시인의 치밀함과 인내심이 느껴졌다. 한 편의 시마다 스스로 던진 화두를 스스로 해결해 내는 매력적인 완결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를 맡은 허연 시인은 심사평에서 “잘 조율된 한 악장의 음악 같다”고 했고, 조강석 문학평론가는 “어떤 단절과 함께 상황 속으로 이끄는 문장은 독자들을 시적 실재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삶은 되감기 할 수 없지만 시는 여러 번 되감기 할 수 있는 허구이며 편집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유일한 즐거움”이라며 고다르가 말한 ‘두 번째 첫 번째’라는 표현을 인용, “앞으로도 계속 ‘n 번째 첫 번째 시집’을 내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김 시인은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밤의 영향권’이 있다.

상금은 1000만원이며, 수상 시집은 연내 출간될 예정이다. 12월초 발행하는 문학잡지 ‘릿터’에서 수상작의 대표 시 4편을 우선 공개하며, 시인의 수상 소감과 심사위원의 심사평 전문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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