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가야문학상 / 손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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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가야문학상 / 손준호
득달 / 손준호
그는 동물이다. 너무 빨라서 멸종했다. 누구도 본 사람은 없다. 털은 윤기 나고 피부는 미끄러울 것이다. 그는 야행성. 응달의 습생이랄까, 그믐달 무늬를 닮았다 하겠다. 미끄러질 달. 그는 도구를 사용했다. 조개와 전복을 돌로 내리쳐 깨부수어 자셨다. 발가락 물갈퀴로 헤엄의 고수. 수염은 스무 남은 올 정도면 좋겠다. 눈알은 툭 불거지고 주둥이는 口 모양에 이빨이 날카롭겠다. 꼬리는 짧고 족제비 몸집에 성미가 몹시 급해 화를 참지 못했다. 그럴 땐 쌍시옷 발음을 내며 발톱 부러질 때까지 땅 긁는 버릇이 있었는데, 남편이 무슨 사고를 치고 들어왔을 때 아내의 반응을 연구한 자료에서 그의 이름과 혼동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닦달! 수달과 해달은 외모는 엇비슷하지만 빠르기로 그를 당할 수 없고, 건달은 대체로 덩치가 크고 동작이 둔해서 점점 퇴화하고 있다. 총알 질주 본능을 가진 그는 그것도 하도 빨라서 대를 잇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급기야 털이 빠지고 눈이 멀었다. 굼뜬 틈 타 모피를 탐낸 인간들이 총을 들고 설치기 시작했고 제 부아를 참지 못한 그의 종족은 득달같이, 라는 부사 하나만 남기고 멸족되었다. 이조차도 아는 이가 나밖에 없어 딴은 서글퍼지기도 하는 여름밤이다.
김해시 구지가문학상 송주성·가야문학상 손준호 시인 선정
김해시는 제4회 구지가 문학상 수상작에 송주성 시인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가야문학상 수상작에는 손준호 시인이다. 이와 더불어 NH농협 김해시지부(지부장 정영철)에서 후원하는 특별상이 추가 되었다. 구지가문학상 특별상에는 김수엽 시조시인이며 가야문학상 특별상에는 권선애 시조시인이 선정됐다. 김해시가 주최하고 (사)한국문인협회 김해지부(지부장 이복희 · 구지가본부장 금지은)가 주관하는 구지가 문학상은 국내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발상지 문학인 구지가(龜旨歌)의 문화사적 의의를 고취하기 위해 시(시조) 분야 전국 공모로 진행했다.
구지가 문학상(등단 10년 이상 문인)과 가야 문학상(누구나) 2개 부문으로 공모 기간(5.1.~8.16.) 동안 구지가 문학상에 72명, 가야 문학상에 105명 총 177명, 1239편이 접수됐다.예심과 본심을 거쳐 구지가 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정일근) 심의에서 수상작이 최종 결정됐다.
6명의 심사위원(심사위원장 성윤석)은 구지가 문학상을 수상한 송주성 시인의 ‘화살에 대하여’는 화살이 날아가는 힘과 궤적을 숲에서 시작된 인간의 역사 · 부족 · 삶과 연결하면서도 결국은 개인의 일렁이는 눈동자로 돌아오는 문장이 힘차게 전개되고 있는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가야 문학상을 수상한 손준호 시인의 ‘득달’은 언어 감각과 세련미 · 능청 · 시적 완성도를 두루 갖춘 수작이라며 한 사내의 어떤 시간을 수달 · 닦달 · 해달 · 건달 등 도저히 층위가 다른 시어들로 자연스럽게 비유하고 은유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고 평했다.
투고작 중 시조를 투고하신 분들의 작품에 대해 애정을 갖고 심사에 임했으나, 눈에 띄는 수작이 없었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시조 창작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올해엔 특별상을 주기로 했다. 구지가 문학상 특별상엔 김수엽 시인의 ‘전봇대 읽는다’와 가야문학상 특별상엔 권선애 시인의 ‘사국시대’를 선정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제4회 구지가 문학상에 관심을 갖고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훌륭한 작품으로 구지가 문학상과 가야 문학상에 선정되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지가 문학상이 대한민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시상식은 10월 5일 오후 2시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진행된다. 구지가 문학상은 1000만원, 가야 문학상은 500만원 구지가문학상 특별상은 200만원 가야문학상 특별상은 100만원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출처] 제4회 가야문학상 / 손준호|작성자 ksujin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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