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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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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95회 작성일 20-01-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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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우유를 따르는 사람

 

김동균

 

 

강가에 앉아 우유를 따르고 있었다. 당신은 조용히 그것을 따르고

부드러운 빛이 쏟아졌다. 둘러맨 앞치마가 하얗고 당신의 얼굴이 희고

빛이 나는 곳은 밝고 빛이 없는 곳에서도 우유를 따르고

 

우연한 기회에 인사를 건네고 거기에서 우유를 따르고

다음 날에도 성실하게 우유를 따르는 그런 사람에게 매일 우유를 따르는 게

지겹진 않나요, 그곳은 고요하고 그곳에서 당신을 계속 지켜보기로 하고

 

어떤 날엔 TV를 켰는데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출연한다. 책에서도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등장한다. 당신이 앉아 있는 지면에 부드러운 빛이

쏟아지고 서가가 빛나고 읽던 것을 덮어도 빛나는 창가에서 우유를 따르던

당신이

 

우유를 따르고 있었다. 여기서 우유를 마시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차분하게 우유를 따르고 열 번을 쳐다보면 열 잔이 되는 우유가 있다.

실내는 눈부시고 새하얗게 차오르는 잔이 가득해지고

 

그런데 누가 우유를 즐겨요, 지켜봐도 우유를 즐기는 사람이 없는데

우유를 가져다준 적이 없는데, 당신도 환하고 실내도 환하고 당신이

우유를 계속 따라서 그런 거잖아요. 문밖에서 발목이 젖고 우유가 넘치고

 

우유가 흐르는 골목이 차갑고 당신은 계속 따를 수 있겠어요.

당신의 손이 새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

 

[심사평] 일상을 이야기로 벼리고 재기 담아무늬 짜는 솜씨가 일품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을 일별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개성적인 목소리가 드물다는 것이었다. 동화적 상상력에 기대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지만 매력적인 문장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 다수 있었다. 공들여 말들을 조직해 놓았지만 그 이음매만 불거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쉽게 몇몇 기성 시인의 영향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당선권에 든 몇몇 작품의 우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숙고를 거듭해야 했다.


말이 간다5편은 동화적 상상력에 기대고 있지만 풍부한 이미지가 사용되었고 이미지들이 겹치면서 오히려 뜻이 투명해지는 신선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고른 수준의 말끔한 작품들 중 당선작이 될 만한 개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 ‘무너진 그늘을 건너는 동안 어깨에 수북해진 새들5편은 장점과 단점이 같은 지점에서 발견됐다. 개성 있는 자기만의 문장이 돋보였으나 이로 인해 때로는 어설프고 작위적인 문장이 돌출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짧지 않은 논의 끝에 결국 우유를 따르는 사람을 당선작으로 고르기로 결정했다. 일상을 이야기로 벼리고 여기에 재기를 담아 삶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흔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었다. 가상과 가정의 세계를 덧붙여 무늬를 짜는 솜씨가 일품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예사로워 보이는 비범함을 기대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 큰 성취를 기원한다.

김혜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조강석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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