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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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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4회 작성일 18-02-0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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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박은영




빈티지 구제옷가게,

물 빠진 청바지들이 행거에 걸려 있다
목숨보다 질긴 허물들
한때, 저 하의 속에는 살 연한 애벌레가 살았다
세상 모든 얼룩은 블루보다 옅은 색
짙푸른 배경을 가진 외침은 닳지 않았다
통 좁은 골목에서 걷어차이고 뒹굴고 밟힐 때면
멍드는 건 속살이었다
사랑과 명예와 이름을 잃고 돌아서던 밤과
태양을 좇아도 밝아오지 않던 정의와
기장이 길어 끌려가던
울분의 새벽을 블루 안쪽으로 감추고
질기게 버텨낸 것이다
인디고는
인내와 견디고의 합성어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
애벌레들은 청춘의 옷을 벗어야 한다
질긴 허물을 찢고 맨살을 드러내는
각선의 방식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대생들이
세상을 물들이며 흘러가는 저녁의 밑단
빈티지가게는
어둠을 늘려 찢어진 역사를 수선하고
물 빠진 허물,
그 속에 살았던 푸른 몸은 에덴의 동쪽으로 가고 있을까
청바지 무릎이 주먹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다
한 시대를 개척한 흔적이다

*인디고: 청색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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