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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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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85회 작성일 19-01-10 11:43

본문

너무 작은 숫자

 

  성다영




도로에 커다란 돌 하나가 있다 이 풍경은 낯설다 도로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 풍경은 이해된다


그린벨트로 묶인 산속을 걷는다

끝으로 도달하며 계속해서 갈라지는 나뭇가지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다 예외가 있다면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공학자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렇기에 더 중요합니다 너무 작은 숫자에 더 작은 숫자를 더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은 비유다 


망할 것이다 


한여름 껴안고 걸어가는 연인을 본다 정말 사랑하나봐 네가 말했고 나는 그들이 불행해 보인다는 말 대신 정말 덥겠다 이제 그만 더웠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말하면 너는 웃지


그런 예측은 쉽다 

다영 씨가 웃는다

역사는 뇌사상태에 빠진 몸과 닮았다 


나무 컵 받침이 컵에 달라붙고 중력이 컵 받침을 떼어낸다 


물이 끈적인다 컵의 겉면을 따라 물방울이 아래로 모이는 동안 사람과 사물은 조금씩 낡아간다

 

조용한 공간에 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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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쓰고자 하는 것을 쓰는 힘



   적어도 시에서 고유한 세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세계를 향해 가는 ‘언어적 의지’일 것이다. 언어적 의지는 시인의 의지가 아니라 시인이 구사하는 언어에 숨어 있는 힘에 가깝다. 그 힘으로 인해 우리는 시가 만드는 특별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어떤 언어는 동시대 시인들에게 마치 공통감각처럼 통용되기도 하는데, 그 유행에 시인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방법론에 휩쓸린 나머지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심사 마지막 단계에서 ‘흰 토르소와 천사의 나날’ 등 5편을 보낸 김혜린의 시를 더 기다려보기로 결정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김혜린은 유려한 연결 속에 특유의 정서를 끌어내는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박다래, 김지미, 서귀옥, 유승아 등에게 지적된바, 시상의 전개가 인식의 과도한 관여로 자연스러움을 잃거나 언어적 질감을 해치는 단점을 감각적으로 극복한 사례였다. 그러나 그 감각이 가진 정서적 울림만큼이나 자신의 세계에 대한 믿음을 견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모두가 잘 쓰고자 한다. 하지만 ‘쓰려는 것을 잘 쓰는 것’과 ‘잘 쓰기 위해 쓰는 것’은 다르다. 시가 고유한 세계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언어의 장르이면서 또한 진실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성다영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당선작 ‘너무 작은 숫자’는 침묵과 수다를 격정 속에 교차시키고 딴청과 응시를 침묵 속에 빠뜨리면서, 이러한 언어의 불균질성이야말로 상실 앞에 선 마음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말한다. 비록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사라짐의 의미를 깨달을 수는 없지만, 그 순간에 동참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것들이 겪는 상실의 필연적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컵에 달라붙어 있던 컵 받침이 무심하게 다시 떨어지는 일에서조차도 말이다. 그것이 성다영 시가 가진 언어적 의지이다. 막 등장한 신인에게 그만의 세계를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하지만 시의 세계란 언제나 유예되는 것이어서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그 세계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성다영은 가졌다. 신인에게 그보다 중요한 태도는 없다. 


  심사위원 : 장석남, 김민정,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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