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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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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08회 작성일 19-01-10 11:49

본문

훈민정음 재개발지구 / 한경선

 

매물로 나온 낯선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푸른 종이 속 세종대왕을 사랑한 삼촌은

강남로에 집현전을 차려놓고

그 안에 가득 바람을 풀어놓았다

 

이곳의 바람은

타워팰리스 하늘과 내통한 지 이미 오래다

집현전 내벽에 새롭게 나붙은 훈민정음을 보며

성층권에서 내려온 별똥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별똥들의 방언도 이곳에서는

종종 새로운 훈민정음으로 인정된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소문의 지도를 따라

북두칠성이 제 궤도를 돌 때

궤도를 벗어난 뭇별들은 지하로 숨어들어

각진 상자 한 귀퉁이에 지친 제 하루를 누인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상자 속의 상자

앰뷸런스 소리가 빈번한 이곳

곽에서 관으로 이동하는 길목에도 훈민정음이 있다

흐린 불빛을 달고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관은

언젠가는 땅속 깊이 스며들어 더 이상

길어 올릴 수 없는 검은 우물을 만질 것이다

 

노숙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이미 그 우물의 색깔을 알고 있다

종종 허름한 지하방으로 스며들던 그 우물의 예언을 사람들은 한때

언문이라고 불렀다는 것도,

 

순식간에 곽이 관으로 변하는 것은 집현전의 소관이 아니다

자로 꺾인 길을 돌아 자로 통하는 길은

 

강남로 후미진 골목 도처에 널려있다

나랏말싸미 세상인심과 달라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주위에 이상한 소문의 울타리를 친다

바람이 곽을 슬쩍 밀면 순식간에 관이 되는 이 새로운 골목에서

세종대왕을 사랑한 삼촌은 집현전 벽면에 새로운 훈민정음을 붙이고

네모난 상자곽 안의 잠을 사랑한 아버지는 오늘도

당신의 잠 속에 칠성판을 그려 넣고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

 

아버지에겐 종종 잠도 또 다른 언문이다

 

 

[심사평]

신춘문예는 그 반향의 민감성으로, 문학계에 끼친 영향의 상징성으로 연유하여 이의 품격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음 몇 가지 필요조건을 내 걸었다. 우리 모국어를 충분히 잘 승화시켜 빛내고 있는가. 아름다운 정서를 잘 빚어냈는가. 내포된 메시지는 미래지향적으로 건강한가. 시의 본질인 기본 체제 갖춤이나 형상화를 비롯한 여러 갖춤으로 시적 감동을 함유하며 언어 예술의 경지를 달성하고 있는가. 등등이다.

 

훈민정음 재개발지구는 훈민정음이라는 어휘가 담고 있는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 정신을 이끌어 와 시 전편에 한 사조로 굽이치게 하며, 여기에 얹어 현대의 세태적 실감을 풍자로 연출하고 있다. 대칭적 소재들이 유기적으로 화융하며 조화를 이루게 하여 서사적 스토리를 엮는다. 시적 발상이 우선 절묘했다. 세종대왕은 화폐로서 강남의 부를 창출하는 재화를 의미하며 또한 훈민정음의 정신을 함께 상징하여 중의적 표상으로 등장한다. 상층의 부류와 가난한 서민이 교차적으로 이야기 속에 끼어든다. 곽과 관에 서로 넘나드는 이미지의 진화도 관심을 끈다. 이 기호로 등장하는 교집합성과 대립성은 훈민정음의 정신 본연에 다가간다.

 

언문은 집단 무의식, 거대한 민족 문화의 누적적 잠재의식을 담지하며 이 시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셈이다. 말하자면 백성들을 이롭게 하려는 훈민정음의 고유 정신인 나라 말씀인 것이다. 북두칠성과 칠성판은 마치 생과 사, 빛과 어둠, 운명의 지배자(하늘)와 고단의 삶을 펼쳐 가는 피지배자()로 상호 대치를 보이며 함께 조화로움에 다가간다. 이 시에서는 고결하고 신성한 훈민정음 정신과 세속적 부동산 실태와 노숙에서 돌아 온 아버지로 표상되는 가난한 서민의 삶 등 세 타래의 얼 킨 스토리의 영상이 교차적으로 오버랩 되며 종결에 이른다. 결국 마지막엔 원융(圓融)을 표방하며 옹근 시 정신을 성취한다. “아버지에겐 종종 잠도 또 다른 언문이다.”

(유안진·소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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