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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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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40회 작성일 19-03-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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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우욕*


김세윤



바다가 두 동강 나고 있다, 쩍쩍 갈라지는
얼음 덩어리를 밀고 들어갈수록
내 갈비뼈에도 실금이 갈 것 같아
조심스레 북극의 여름을 헤치고 가는 아라온호**
쿵쿵 진동음을 울리며 느린 바다를 뚫고 항진한다
배 위로 검은 지느러미 펼럭이며
북극 고래가 쑤욱 머리를 밀어올리기까지


늦은 밤에 도착했는데
낮이다, 쇄빙선이 코 앞에 와도
태연히 유빙 사이로 물을 뿜는 고래는
높낮이도 없는 백야의 밤을 어떻게 건너왔나
나는 또 어떻게 너를 잊고 내 극야를 건너가야 하나
내가 두 갈퀴손과 전기모터로 헤쳐온 바다가
고래와 이누이트족에겐 신나는 놀이터,


툭 등지느러미로 수면을 쳐대며
고래는 놀이 삼아 재주넘기를 한다
내게 손짓하듯 얼음을 밀치며
맵고 큰 손바닥으로 뱃전보다 먼저 내 뺨을 때린다
나는 온몸 가득 희디흰 얼음파도를 덮어쓰고
북극 이누이트 말로 바짝 고래 코에 대고 인사한다
이누우욕, 흰소리 코맹맹이 소리라도 좋아
바다의 출렁임 위에 태어난 우리,
눈의 백 가지 색을 구별할 줄 알고
물고기 피와 물개 기름으로 내통한 사이
가슴에서 흰 젖이 쑤욱 솟아나, 수면과 가지런히 눈높이로
입, 코, 아가미주름, 수염, 배 밀며 다투듯 서로에게 헤엄쳐 간다고


서로를 스쳐 지나온 우린
금방 다정해지고 방금 아쉬워
살 속이 젖도록 파도에 얼굴을 들이밀어도
오해도 순간 이해도 순간이야
아니 바다에선 모든 게
이해돼, 변덕스런 해무 속
성큼 해빙 위에 올라타 얼음층을 뚫고
드릴을 박는다, 꽝꽝 언 내마음의 크레바스에 금이 가는 소리


내가 변했다고 말하지마 얼음 속 너는 처음 보는 얼굴
이만큼 떨어져 있는 게 우리에겐 좋은 일,
아니 너를 향해 뚫고 내려가는 내 아이스나이프***보다
내가 먼저 갈지 몰라 이 밤은 선수에서 선미까지
해빙 채취기에 걸어놓은 내 팔의 주름처럼 왜 이렇게 길기만 하나
얼음 눈물에 갇힌
네 눈을 꺼내기 위해 서로의 등골까지 파고들어
이누우욕, 우린 부푼 허파를 마주치며 흐느꼈다 등 뒤에서
작살총에 맞아 바다를 온통 피비린내로 물들이며 누군가를 부르는
고래울음소리 저렇게 요란한데,


*이누이트 말로, 안녕하세요
**극지 해상을 다니는 국내 첫 쇄빙선
***얼음을 자르는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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