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현대시〉신인상 당선작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20년 상반기〈현대시〉신인상 당선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23회 작성일 20-06-02 14:47

본문

2020년 상반기현대시신인상 당선작 _플라시보의 개()/ 오석화

 

 

플라시보의  ()


    오석화

 


 약제실에 감금된 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의 
  태어나 가장 먼저 배웠던 것은 하루   암전된 설원의 

  인간들은 조금  구체적이어야  필요가 있다 그렇지허기 속에서 우리가 번갈아 핥던 유리병처럼캡션이 달려 있다면 좋을 거야 : 털로 덮인 머리와 성기를 하나씩 가졌고 그것이 춥고 고통스러울 예정임

  처음부터 겨울이 아니었으므로 누구도 양반은  

  따뜻해따뜻해중얼거리다 마침내 녹아버리는 고답주의자들
   오는 날이면 하수구에 핏덩이들이 걸려 있기도 
  무섭지간절히 바라면 무언가 이루어진다는 
 따뜻해우는 법도 모르면서

 오늘의 전적을 기록합니다펜촉과 서로의 털에 침을 묻혀가며 담뱃재처럼 늘어나는 수명으로

  죽기도 전에 회고조가 되는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알약을 삼킬 때와 기도를   한없이 근사해지는 고개의 각도
  몸속에 파묻힌 관마다 서늘이 도는 이유가 여전히 자신에게 있다 믿겠지
  그래그래마음대로 생각하자 끄덕여주는  끝처럼
  일필로 적힌 말들에 매달릴 줄도 안다니
  정말이지 힘들이 넘친다

 그러니 돌아가
  스무   모르던 것들은 죽을 때까지   없다
  나는 나도  년에  번만 만나고 싶다

  눈을 빚고 눈을 썰며  생을 풀칠하던 악마들이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앓던 시간은 순도 높은 알코올처럼 
  쉽게 맑아서
  산을 덮어도 밤새 반짝일 아침은 모른다

 배웠지 발톱을 죽이는 

  동그랗게  설원을
  주인의  안에 조용히 펼쳐둘 

 

 

 

상강

 



   수도꼭지가 새기 시작해서 나는 방을 나와 바다로 갔다 파도를 구겨진 이불처럼 걷어차며 걸었다
 
  점점 낮아지던 허밍이 바닥에 닿으면 하늘 끝에서부터 새들이 떨어져 내렸다 모래밭은
  온갖 동사가 자라기 좋지 사체는 어쩐지 몽돌을 닮았다

 하나를 주워 힘껏 던졌다 아무런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돌을 주워 힘껏 던졌다 아무런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셋을 줍는 대신 누수와 낙수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날아간 것들이 돌아오지 않아도 해안은 반쯤 잠긴 방이 되기에 충분했다 나는 하염없이 돌아가는 등대를 바라보았다 색이 되기 이전의

 빛에서 미래를 찾는 것이 벌레들의 독법이라면 썰물에  몸을 터주는 것은 물고기들의 보법
  아무도 없단  깨닫고 입을 벌리기 시작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창법이지 새벽의 횡단은 부단하지 않으면 무단해진다  벽에서  벽까지
  휘파람을 그어 그날의 일기를 정리했다
  노래를  부르면 물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방이 나올 때까지 계속 걸었다 허밍이 없어도 새들이 떨어져 내렸다 새들이 없어도 새들이 떨어져 내렸다



 갈라파고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기입되는 중이다 팔과 다리를 접어넣으며
 이것은 거북의 기분이다이것은 방주의 기분이다 딸려오는 근육들을 묵살하고 출항을 감행하면
 참조할 만한 물살이 없었다  비는 지면에 느린 두께를 더한다

 오늘의 얼룩은 무늬라 부르는  어떨까일찌감치 핥기를 그만둔 개들의
 합의가 완성되고 다시  비는 골목
 넝쿨을 더하고 담장을 곱할게 조립된 친구들이 애수에 시달리도록 지도를 종료할게 거기서 우리는 초식성 생물이 되어

 바다를 모른  멸종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매해 밭을 일구고
  수확한 보리로 맥주를 빚으며

  얼마큼의 시간이 흘렀는지에 대해서는 기록할 바가 없습니다 거품이 일고 거품이 잦고
  우리의 유리가 조금씩 정교해지는 동안
  창밖으로는 장마와 혁명이 지나갔지요

  오렌지빛에서 호박빛으로

  기우는 안색들 속에서
  돋아난 예감을 말려 화병에 꽂아두었다 생기란 끝내 결말을 홀대한다는  며칠째 이어지는 아이들의 눈싸움과 같은 페이지에 멈춰 있는 책처럼
 선결해야  기적들이 목가적인 콧김을 뿜으며 흩어져 있다

 아침마다 우유가 잔을 지우는 것을 보며  많은 예외를 익혔습니다
 이것은 섬들의 기분이다이것은 파도의 기분이다
 상기되어 돌아온 아이의 뾰족한 코끝을 지긋이 누르며
 몸통과 몸통을 갈아 끼우던 감각을 기억하는 손을 내려다본다
 
  소리와 함께 탁자가 문맥을 빠져나가고

 

 

오석화 / 1992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대학원 재학 중. 2020년 상반기 현대시신인상 당선.

 

    * 발표된 당선작은 이상 3편과 누아르, 메르카토르 5편입니다.

.........................................................................................................................................................................................

 

| 심사평 |

 

이번 2020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에는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250여 명이 넘는 응모자들이 작품을 제출하여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심사위원 네 사람은 심사를 진행하면서 자신만의 시적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응모자들의 고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시가 산문화되는 최근의 경향과 맞물려 시적 긴장감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시도 결국 세계와 소통하는 양식이다. 필연성 없이 시가 호흡이 길어지는 경향이 혹여 자아의 폐쇄성이 강화되는 현상과 연관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개성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면서도 세계와의 접점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응모자는 아래와 같다.

 

김민수, 김지미, 김하미, 김현우, 박다래, 안배추, 오석화, 유승현, 전윤수, 조은영, 진유, 최선, 최필립

 

이 중에서 본심 심사위원들은 최선, 오석화, 김지미, 최필립 이상 4명의 작품에 주목했다. 지난 후반기 응모작에 비해 작품의 수준이 평이한 편이어서 당선작을 정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최선 씨의 작품은 시적 장면을 구성하는 기술과 독특하고 강렬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시상이 정리되지 않아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는 부분들이 있었고, 작품 간의 간극이 컸다. 최필립 씨의 작품은 이미지의 전개가 독특했고 개성 있는 시적 스타일을 구축에 공을 들인 노력이 눈에 띄었다. 다만 시 형식이 단조롭게 반복되면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였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종 논의에서 김지미 씨와 오석화 씨의 작품을 두고 논의하였다. 김지미 씨의 작품은 자신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독특한 시적 리듬을 갖고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산문시임에도 자신만의 호흡을 잃지 않는 내공을 가지고 있었으며, 장면을 구성하여 시에 몰입하게 만드는 능력도 탁월했다. 안정적이면서도 발랄하고 경쾌했다. 유머와 재치로 심각한 상황을 전복시키는 언술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소박하고 평이하다는 인상을 주는 몇 작품이 결국 우리를 망설이게 하였다. 신인상을 뽑는 자리이니만큼 얼마나 세련되게 작품을 완성했는지보다 한국시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목소리와 문법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실패를 각오하고라도 조금은 과감한 진행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당부하고 싶다.

 

오석화 씨를 추천한다. 오석화 씨의 플라시보의 개9편은 세련된 기교를 보여주거나 친절하게 대상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분히 비관주의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오석화 씨의 글은 매끄럽지 않고 불규칙한 리듬으로 인해 시를 읽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데 그렇게 해서 걸려 넘어진 문장들에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들어 있다. 인간의 운명을 라는 피조물에 환유하는 접근법 자체는 신선하지 않지만, 오석화 씨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이 작업을 아름답게 완수해낸다. “알약을 삼킬 때와 기도를 할 때 한없이 근사해지는 고개의 각도”(플라시보의 개)라거나 파도를 구겨진 이불처럼 걷어차며 걸었다”(상강)와 같은 인상적인 문장이 그러하다. 인간을 동물이나 사물을 관찰하듯 내려다보는 비인간적인 시선이 아마도 이러한 문장을 가능케 했으리라 짐작된다. 더구나 운명에 순응하는 비관주의자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 같다가도 이내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의 유연한 균형감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앞으로 오석화 씨가 자신만의 고유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무수한 이미지와 리듬의 변주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오석화 시인이 낯선 문장들과 고투하는 현장을 지켜보고 싶다.

시가 유희가 되어버린 최근 한국시의 흐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시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시인을 초대하는 자리에서라면 다소 거칠더라도 다른가능성을 지닌 발화에 주목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판단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아쉽게도 축하 인사를 건네지 못하게 된 응모자들에게도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안지영)

 

            심사위원 : 원구식 오형엽 김언 조강석 안지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84건 1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1 04-11
2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1 04-11
2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1 04-02
2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1 04-02
2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 04-02
2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1 03-27
2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 03-27
2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1 03-27
2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 03-27
2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 03-27
2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1 03-13
2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1 03-13
2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1 03-11
2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1 03-11
2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1 03-11
2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1 03-11
2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1 03-11
2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1 03-08
2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1 03-08
2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1 03-08
2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1 03-08
2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 03-08
2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1 03-08
2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3-08
2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1 02-07
2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2 1 01-31
2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9 1 01-31
2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5 1 01-31
2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9 1 01-31
2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5 1 01-31
2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1 01-24
2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3 1 01-24
2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0 1 01-24
2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1 01-24
2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3 1 01-20
2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4 1 01-15
2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1 1 01-15
2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1 01-15
2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1 01-15
2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1 01-15
2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1 01-15
2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1 01-15
2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 1 01-15
2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1 01-15
2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 1 01-15
2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1 01-15
2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1 01-15
2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 1 01-11
2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1 01-11
2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1 01-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