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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상상인 신춘문예 당선작(나종훈, 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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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3회 작성일 21-02-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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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상상인신춘문예 당선작

 

 

나종훈

당선작 _ , 그런 편이다 4

 

박희연

당선작 _ 나는 아직 허공에 닿지 않았다 4

 


=====================



당선작 _ 나종훈

 

, 그런 편이다

 

 

 

우리 엄마들은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금 간 식탁을 버릴 때도 그들의 누렇고 긴 이야기를 파란 봉투에 담을 때도 가느다란 바람이 간결하게 불었다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턱이 빠진 창문을 넘었다 그럴 때면 매미 대가리가 가득한 지붕에서 우아한 고양이들이 말을 더듬었다 머리부터 나오지 못한 사생아는 주인 없는 의자를 만들고 버리고 만들고 버리곤 했다 반복되는 요일은 흔들리는 요람처럼 소문을 토해냈다 그런 편이었다 토스트가 만드는 소리는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다 난생처음 먹은 계란 프라이엔 거짓 맛이 노랗게 뒤엉켜 있었다 전혀 새로운 종으로 분류된 조류의 춤 같았다. 오후의 텅 빈 놀이터와 요리가 멈춘 부엌에 똑같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장롱 위엔 회초리가 장롱 안엔 가족사진이 있었다 거의 그런 편이었다 먼지 쌓인 책장처럼 계절은 고요히 다가왔고 중립을 지키던 남자들의 입술에도 눈이 쌓였다 의자에서 떨어진 노을은 높임법을 자주 틀렸다 아이들은 사진 속 지평선을 바라보며 어렴풋이 말을 배웠다 대부분 그랬다 그런 편이었다 옥상에 누워 수를 배웠다 얼어붙은 도마를 두드리는 수는 계절보다 한 수 위였다 반사적인 칼질이 그랬다 그런 편이었다

 

 

 

 


형의 일기장

 

 

 

머리칼을 비비면 낡은 일기장 귀퉁이가 타들어간다

 

그때의 구름 안에

그때의 색을 칠하면 좋으련만

그때그때 날씨가 달라서

그때는 불투명했던 바람이

그때는 방향을 중시하는 일기장 위에서 머뭇거렸다

여름 내내 불길했다

 

반짝 구겨진 번개는 손금 같은 것

 

숨길 수 없는 기일忌日처럼

애매한 형제들이 모였다

그때는 일기를 기도처럼 여겼다

빠진 날짜의 날씨는 각자의 지문처럼 달랐다

 

그네를 타던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들의 우유부단한 발목은

9월을 건너뛰고

이해받기 싫은 골목길에 들어섰다

겨울을 이해하기에 골목만 한 것이 없었고

형들의 책가방은

물려받기 부끄러웠다

 

비의 결말을 설명했기에

시력을 잃은 둘째 형에게 가뭄을 물려받았다

고양이처럼

경계심을 다듬는 밤이 좋았다

 

걸음이 더딘 바람이 문턱을 넘어

내 머리칼에 머문다

그때 요절한 바람일까

 

 

의 노래

 

 

 

너의 왼손은 플랫 건반을 누르고 오선지에 붙인 우표는 애매한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의 낮아지는 목소리는 학원가 골목길 벽에서 노랗게 태어난다 영역대가 다른 나의 두 귀는 한 달에 서너 번 빗물에 떨어져 하수구에 모인다 혀가 말린 붉은 개구리들이 많아질 시간에 바늘같이 이 눈을 감는다 어슴푸레한 박쥐같은 것들이 죽은 너를 공중으로 물어간다 너도 나도 야간에 자주 떨어졌다 반복되는 저녁이 끝날 즘 은 숲이 되어 바람과 금세 까먹은 시시한 말들을 걸러주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발바닥을 지지하는 새들의 울림이 발목을 깎아내고 있었다 지상보다 지하가 더 긴 숙소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너는 무표정으로 태어난다 내가 닿는 곳에 의 그림자가 옹알이처럼 따라붙는다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없는 은 점점 거울을 닮아간다 나와 악수한 손은 너의 손이 아니었다 밖을 동경한 너의 아버지는 문턱에 자주 걸렸다 은 너도 되지 못하고 나도 되지 못한 채 강에서 흐르고 있다 자신의 등짝을 아직 보지 못한 은 미소년의 나로부터 답장을 기다린다 간혹 너의 창밖에 화분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절벽에 서서 콧소리를 내기도 한다 음~ 하고

 

  

 

 

 

자화상

 

 

 

잠긴 발목

 

수면은

걸어온 골목의 부피만큼 높아진다

 

밖에서

 

똑 똑

두드리는

비명 같은 빗방울은

한때 가시였다

 

돌아서면

 

톡 톡

 

웅크렸다

솟아오르는

자신보다 커야만 했던

울음이었다

 

알아갈수록

움켜쥘 수 없는

수심은

나의 과거를 닮았다

 

깨지고 싶지 않은

얼음

나의 안부를 묻는 사내들은

크레바스로 사납게

들어왔다

 

계절을 잃은

수면엔

뜬금없는 파동이 일지 않았다

 

사내들은

설원을 떠났고

펜팔을 기다리는 소년의 발자국만 남았다

소년과 새와 편지는

말이 없었다

 

부리가

우편함을 쪼아댄다

 

한때는

자신의 집이었던

 

 

 

 

 

타락한 교집합

 

 

 

, 잘 보라고

 

지구가 전체라고 가정할 때

여기서 전체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야

바람일 수도 있고 바람의 감정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잠든 지구는 밤샌 다른 쪽에 의해 주름지겠지

그늘진 한 부분은 날 선 모서리를 밀어낼 거야

뭐 쉽게 말하면 밀당이란 얘기지

 

새벽녘의 옅은 그림자는 못다 한 얘기를 쓸어 담고

내뱉은 말들은 그물코에 꽉 끼어 실려 나가지

그물코를 통과한 것들은 애초에 답지 못했다는 거

그럴듯했지만 버려지는 텅 빈 게처럼

애초에 간장인지 콜란지 알았더라면

애초에 목마른 냉장고가 없었더라면

 

농담濃淡의 정도가 경계를 만들 듯 경계를 허물지

정오의 짧은 혀가 단문을 만들 듯

그런 단정斷定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소문으로 들었지

그땐 참 단정端正했다고 말이야

세 살짜리도 끼워 맞추는 블록은 이제 구닥다리지

내 아들도 싫어해

 

계획된 블록들은 다반사로 헷갈리지

술 취한 택시는 어느 블록에서 내려야 할지 정말 헷갈리지

모난 블록 하나 외워두지 못하면 빙빙 헷갈리지

그림자 없는 새벽인지 저녁인지 또 헷갈리지

사실 그림자 없는 정확한 발 밑 정오인데 말이지

 

반송될 우편으로 가득 찰 빨간 벽돌집이 보여

담벼락에 기대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오토바이 한 대도 보이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이름까지 같을 수 있을까

때마침 익은 심사평 같은

그런 노래가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중이야

동욘가?

쉽게 동요되고 있는 나의 코는 다음 소절을 흥얼거리는 중이야

누구 노래지?

기억은 전혀 없지만

딱 떨어지는 가락

이 정도면 오디션

봐야지

 

소리의 그림자는 입꼬리로 반영될까?

그건 모르겠고

소음에 대한 반응은 입꼬리가 그늘진다는 거

잠에 취약한 두 부류

취한 사람들과 시 좀 쓴다는 사람들

정오의 데모

때가 어느 땐데 시끄러운 데모란 말인가

입꼬리가 일출처럼

~ 메가지

올라가지

 

창밖으로 겹겹이 쌓인

사람모양의 음영들이 담쟁이처럼 벽을 기어오르고 있어

때가 되었나?

그들이 내지르는 함성은 가히 등단감 아니 오디션 우승후보감이네

전형적인 데모에 진짜 목소리라니

진짜 잠이 깬다 깨

어디든 창을 열면 고함의 냄새가 나

아직 열어보지 못한 지구본 냄새와 비슷할 걸?

 

시키지 않아도 지구본을 돌리고 싶은 욕구는

자전하는 본능을 닮아서 아프지

돌리다 손가락으로 멈춘 그곳에서 때 이른

폭설이 내리기도 하지

근데 알다시피 멈춘 그곳에서 그 나라 원주민과 때 이른

결혼을 해야 해

참 낯설지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한 불알친구는 한 명도 없어

아무렇지 않게 우린 낯설었지

당연한 우리들의 놀이였으니까 기억해?

 

당연히 비가 오면 타이핑 소리를 듣곤 했어

곧 무지개가 시작되는 곳에 보물이 있다는 전보였지

물받이 없는 자전거를 타고 역행했지

오른쪽이 역행하는 건지

왼쪽이 역행하는 건지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어

방향은

나침반 바늘처럼 수시로 방황했으니까

눈 떨림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선생들은 자주 조언했지

 

자전하는 지구의 방향은 직감으로 알 수 있어

친구들은 미세한 현기증을 안고 살았어

결국에 다다르면 오메가 모양의 태양을 볼 수 있었지

일출인지 일몰인지 관심 없었지만

속을 게워내야만 했어

 

타락하기 전 배운 바다의 소리는 거창하지도 추상적이지도 않은 작은 호기심이었어 지문 틈까지 메울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지 보일락 말락 들릴까 그럴 정도로 속삭였어 속삭임은 리듬을 만들고 노래가 되었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지만 유행가처럼 블록들을 넘고 너머 운동가로 쓰이기도 했지 이해해 버리면 버려지고 도통 이해도 안 되면 안 된다고 여기는 때가 있었지

 

떨어져 나간 그물코처럼 타락했어

손에 아니 그물에 잡히는 게 없더군

말 그대로 허망이었지

털털거리는 고깃배는 자전거만도 못하더군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경계에 갇혀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는 미친 사람처럼

뻘에 갇혀 다른 물때를 기다리곤 했지

빠져나간 물그림자는 어디로 갔는지

헛소리를 지껄였지

의미 없는 정말 의미 없는 바람 같은 소리였어

소리의 그림자는 입꼬리로 반영됐어

실어증은 애초부터 생길 그림자도 없었던 거

 

물과 뭍의 경계에서 한동안 머물렀지

 

배는 머물고

물은 떠났지

배와 물이 뒤바뀐 것

크게 상관할 바 아닌 일에 사람들은 경계를 옮기려 했어

움직일 수 없는 포구를 말야

말이 많았지

잘 만들어졌지만 텅 비었다고 말야

포구도 나도 그렇다고 하더군

 

배를 만들어야 할지 그물을 기워야 할지

닻을 달아야 할지 노를 저어야 할지

해류를 따를지 기류를 따를지

자전하는 방법을 잊어버렸어

스스로 돌아버렸지

 

친구들은 원주민의 삶을 동경해 국적을 버리고 떠났어

가끔 편지 속엔 이국적인 시가 동봉돼 있었지

부족이 쓰는 언어로

부족이 쓰는 종이로

 

난해한 시를 벽지로 사용했지

몇 년이 지나자 이해할 수 없는 방이 되었고

난 방과 문 사이에 존재하게 되었어

드나들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나를 통과해야만 했지

여기서 모든 것은

바람일 수도 있고 바람의 감정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가득 찼지만 텅 비어있다는 뜻이기도 해

내 방 말이야

 

, 잘 보라고

 

지구가 전체라고 가정할 때

방은 전체가 되기도 하고 부분이 되기도 해

과장하는 게 아냐

둘 다 문이 있어

문이 없는 집은 없으니까

고로 밀당은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거지

그림자는 당기기도 하고 밀수도 있는 법이니까

상황에 맞게 이야기하는 거야

여기서 말하는 전체와 부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마

시적으로 이해하라고

 

 

해 아래 새 것이 없겠지?



당선소감 _ 나종훈

 

 

일기장 같은 친구와 평생을 함께 할 수는 있겠지만 용기가 없었다.

날 닮은 부분이 너무 많아 부끄러웠다.

다듬어지지 않은 표정을 들킬까 도망가기도 했다.

몇 년을 말없이 지내기도 했다.

 

화목제로 길을 열어주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드린다.

부족한 저의 시를 좋게 봐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진지한 태도를 가르쳐주신 이승하 교수님에게 감사드린다.

 

눈이 많이 온 새해 이글루를 아이들과 만들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다 당선 연락을 받았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전화였지만 의외로 차분한 나에게 놀랐다.

만들고 온 직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보고 기뻐해 주는 아내와 아무것도 모른 채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고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가족에게 너무 고맙다.

나를 만들어준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도 감사드린다.

 

 

 

약력 나종훈 1982년 정읍 출생. 중앙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정읍농협 근무.

  

 

 

 

당선작 _ 박희연


 

 

나는 아직 허공에 닿지 않았다

 

 

 

1.

안 와?

오늘 아침

무심히 묻는다.

땅과 나뭇잎

한 시절

바라만 보다가

 

2.

링거 줄이 주렁주렁 매달린 병상의 당신은 새벽녘 3주치의 신경안정제를 한입에 털어 넣고 응급실에 실려 왔다. 당신의 옷을 갈아입혀 주다가 허벅지에 길게 난 손톱자국을 보았다. 정신을 잃어갈 때 제 손톱으로 긁었을 것이다. 눈을 뜬 당신과 잠시 데면데면하게 눈을 맞췄다. 그 눈 밑이 움푹 패어 검었다. 우리에게 심연이 있다면 바로 저 눈 밑일 것이다. ‘거리에 색이 바랜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당신의 연못은 너무 아련하였으므로, 우리는 같이 있어도 늘 혼잣말이다. 당신은 다시 잠들었다. 목덜미의 정맥이 푸른 잎맥 같았다.

 

3.

마지막 잎새의 무명화가처럼

당신 등을 안고 누워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에서 주운 나뭇잎의 도드라진 잎맥을

오래도록 손끝으로 문질러 보았다.

미처 해독되지 못한 전언이 진물처럼 손끝에 스며들었다.

우리는 모두 무명이었지만 당신은 내게 늘 치명적이다.

혼곤한 잠은 바람과 중력의 다툼 같아

내가 떨어져 내릴 좌표를 두고 서로 싸운다.

한 시절 바라만 보던 그 거리엔 여전히 나뭇잎이 날리고 있다. 빛바랜 그 잎이 공중에 새겨놓은 배면의 무늬. 그 무늬가 사라지기 전에 난 어디로든 돌아가야 할 것이다.




배춧잎이 시들어간다

 

 

 

1.

먹다 남은 배추 겉잎이 시들었다.

속잎이었던 그 겉잎은 싱싱했다.

싱싱한 것을 시들게 만드는 내공은

내게 있을까 시간에 있을까.

돌아보면 내 삶은 혐의로 가득 차

어깨가 움츠러들고 손이 오그라든다.

불안은 종종 표면적을 작게 만든다.

배춧잎이 조글조글 말라붙었다.

 

2.

가까이서 보면 크고 멀리서 보면 작다.

표면적을 작게 만드는 방법 하나

당신과 거리를 두는 일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인류애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균자라는 혐의를 두는 것

 

3.

오래된 습관처럼 해가 뜨고

어제저녁 먹다 남은 배춧국을 먹는다.

TV에 비친 한 정신병동에서

누군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죽거나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죽어나간다.

저 죽음의 이면에도 아랑곳없이

당신과 나는 숟가락을 놓지 않는다.

우린 너무 많이 배양되었고

너무 오래 변이를 거듭해왔다.

 

4.

남은 배춧잎이 또 시들었다.

속잎마저 이울어 더 이상 시들 일이 없을 때

난 헛헛한 마음에 기침을 한다.

불안이 고조된 열차 안에서

어느새 오래된 습관처럼 사람들이 물러선다.

배추는 배추의 불안과 혐의로

나는 나의 불안과 혐의로

당신은 당신의 불안과 혐의로

세계는 세계의 불안과 혐오로

아주 작아져버린 당신이 때때로 그리울 수도 있겠다.

 

 

 

 

 

 

구더기

 

 

 

굴착기를 글착기라고 오독하고 한참 웃었다.

글착기라니, 글을 캐내는 기계라니

추억을 도굴하는 장마가 시작되고

아버지는 지금이 왜 어제가 아니고 오늘이냐며 따져 묻는다.

아버지! 아버지의 회백질에 비가 내려서 그러네요.

범람하는 추억 속에서 아버지는 무엇을 건져내실까.

손가락을 꼽아보며 다시 왜 어제가 아니고 오늘이냐며 따져 묻는

아버지는 내일 따위는 꺼져버리라는 듯 홱 돌아눕는다.

 

낚시가게 현수막에 구더기세 글자만 쓰여 있다.

단어 하나가 삼켜버린 문장들

십자가를 등에 진 듯 어마무시한 명사 하나의 힘

물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허우적댄다.

허우적대는 몸부림만 남는다. 살려달라는 동사만 남는다.

비에 잠긴 아버지의 회백질에서도 명사는 가라앉고 동사만 뜨겠지.

동동동, 살려달라는 몸부림. 어둠 속 저 홀로 휴거하는 십자가들.

얘야, 나는 살고 싶구나. 아니아니 아버지는 가라앉으셔야 해요.

그 회백질에 구더기가 끼고. 통통 살이 오른 구더기로만 남고.

그러면 난 글착기로 그 구더기라는 세 글자만 캐내겠어요.

그 글자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덮어드리겠어요.

, 그러나 아버지, 내가 어쩌다가 당신을 사랑했어요.

구더기 세 글자로만 남은 코로나19 시대

8.15 광화문 광장의 태극기 같은 내 성스러운 아버지

 

<사족>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거리를 걸을 수 없는 이 적나라한 은유의 세상

내가 지금 숨는 것은 당신의 시선 때문인가, 바이러스 때문인가.

추억을 뒤엎어버린 비가 내리고

뱀이 아닌 구더기로 자라난 메두사의 머리를 상상한다.

그것들은 잘렸어도 저 흙탕물에 둥둥 떠내려가

선량한 사람들의 회백질을 갉아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핏 맨홀뚜껑에 쓰인 우수를 오수라고 오독하며 또 한참 웃었다.

쓰레기 속의 쓰레기 같은 나의 눈물이라니.

돌처럼 굳어져라, 굳어져버려라. 나의 성스러운 아버지

내가 어쩌다가 당신을 사랑했어요.




꽃의 이데아

 

 

 

인상 깊은 철학 사조가 있다면?”

얼떨결에 플라톤의 이데아라고 대답했다.

교수는 얼핏 웃으며 책상 위 꽃병을 눈짓했다.

가령 꽃에는 꽃의 이데아가 있고

삼각형에는 삼각형의 이데아가 있지요.

그럼 본인이 다닌 고등학교 이데아는 뭘까요?”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한 난

몇 마디 떠듬거리다가 얼버무렸다.

 

건널목에 줄지어 점멸하는 신호등

어김없이 울리는 라디오 시보

차도로 갑자기 뛰어든 고라니

!

난 곧잘 넘어졌다가 일어났지만

꽃의 이데아와 삼각형의 이데아는

여전히 내가 춤출 수 없는 언덕

무엇을 안다고 말하려는 혀에 자물쇠를 채우고

그 열쇠를 아득한 이데아에 던져버린다.

- 난 매일 모른다고 자복하는,

버리고 찾고 버리고 찾다

끝내 버려지는 무녀

그 일생은 세 개의 꼭짓점을 잇고 이어

그 사이 꽃밭 하나 가꾸는 것

한 꼭짓점에서 다른 꼭짓점으로 가는 길은

산처럼 너무 높고 강처럼 너무 깊어

삶의 가장자리만 더듬고 엿보다가

정작 발밑에 떨어진 씨앗 하나 보지 못한다.

 

건널목에 줄지어 점멸하는 신호등

어김없이 울리는 라디오 시보

다시 봄에서 봄으로 가는 길에 아, 꽃이 없다.


 

밥물

 

 

 

 

불리지 않은 쌀로 밥을 지을 때는

손등이 잠길 만큼 밥물을 부어야 한다.

그것을 모르던 때에 난

쌀을 불리든 불리지 않든

늘 손등이 잠기지 않게 물을 부었다.

밥물은 종종 끓어 넘쳤고

밥은 설익거나 까맣게 탔다.

 

불린 쌀 위에 외딴섬처럼 손을 얹는다.

그 섬이 잠기지 않도록 물을 붓는다.

가끔 홀로 날아드는 갈매기처럼

넌 내게 와 한참을 누웠다 간다.

교복을 입고 찾아온 넌 하품하며 말한다.

카네이션 샀는데 줄 수 없었네.

가스불이 켜지고 밥물이 끓어오른다.

장난감을 사들고 너에게 건넬 날을 기다린 적 있었어.

거품을 문 밥물이 솥뚜껑을 들썩거린다.

입학식 전날 네 교복을 반듯하게 다려주고 싶었지.

지난날 밥물은 수없이 흘러넘쳤으므로

더는 넘치지 않게 불을 줄인다.

 

들끓는 슬픔이 가라앉으면 밥 짓는 냄새가 난다.

자작자작 뜸 들이는 소리에 맞춰 넌 얕은 코를 곤다.

이제는 나보다 키가 커버린

너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본다.

너는 푸우- 큰 숨을 내쉰다.

불을 끄고 위아래 밥을 섞는다.

밥알을 풀어주듯 네 어깨를 살살 흔든다.

밥 먹자.

구겨진 옷자락을 펴주며 너에게 숟가락을 건넨다.

 

당선소감 _ 박희연

 

 

제가 있는 사무실은 지하예요. 아주아주 커다란 빌딩의 지하여서인지 겨울이 긴 곳이지요. 처음 근무를 하던 5월에도 난로를 옆에 끼고 있었어요.

여기 추위는 칼날 같은 매서움이 아니라, 싸늘하게, 아무도 모르게 뼛속까지 채우는 기운이에요. 이 기운이 갉아낸 제 뼈마디가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리지나 않을까 싶어요. 마치 바람 속에 사라진 마꼰도처럼요. 욕심이 앞서 마르께스의 또 다른 책이 없을까 뒤적이는데 딱히 끌리지 않네요. 하나 무작정 읽고 싶었던 건 절판이고요.

늘 마음에 걸리던 몽테뉴 수상록을 다시 들었습니다. 여태 책꽂이에 꽂아두고 답답하기만 했는데 오늘은 웬일로 읽고 싶더라니까요. 처음과 달리 어려움도 덜하고요.

며칠 전 제가 별 감흥도 없이 무뎌진다고 했잖아요. 씁쓸하던 참에 이런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사변(思辨)으로 거적때기를 씌워 나의 감수성을 둔하게 만들고 있다.”

어디다 갖다 붙이냐 하겠지만 그냥 그 말로 제 아둔한 감수성을 위로했어요. 그리고 정말로 사변할 수 있도록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정신은 일정한 목표가 없으면 갈팡질팡하고, 이런저런 공상의 막연한 들판에서 줏대 없이 방황을 한다는데, 딱 제 꼴입니다.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의지인지 아닌지 몰라 쩔쩔맵니다. 아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나요? 그리고도 아님, 제가 당당히 맞설지 모르는 비겁자인가요?

 

다음에 또 연락드릴게요. 바이. 200511. K에게. 희연드림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는 옛날 영화처럼 자료를 찾다 발견한 메일 하나.

난 아직도 모르기만 해서

알 때까지 읽고 써보기로 한다.

 

알 때까지 써볼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신 상상인 신춘문예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졸시에 낙점을 찍어주신 이병률 시인님, 권혁웅 시인님께 감사드린다. 변덕스러운 내 시를 한결같이 읽어주신 이산하 시인님, 권미강 시인님, 조연희 시인님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K! 난 과연 알 수 있을까?

 

 

약력 박희연

2017<35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시 부문 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국제융합예술대상> 작가상 부문 수상 (국제융합예술협회)

2014년 세월호 단편영화 <다녀오겠습니다> 기획제작

2019년 천안춤영화제 개막작 <탱고다이어리> 각본

2020년 사북항쟁 40주년 기념 뮤지컬 <사북, 화절령 너머> 대본

2021년 현재 다큐멘터리 <백제의 마지막 밤> (가제) 대본 집필 중



1회 상상인 신춘문예 응모자는 330여 명이었다. 그 중 9명의 작품이 예심을 통과하여 본심에 올랐다.

 

심사평

 

이병률(시인)

 

 

시의 세계는 시 쓰는 자들의 아우성으로 완성된다. 신인들의 시를 대면하는 자리에서는 그 생각이 더 치민다. 폭발력이라든가, 자유로움을 기대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지를 바랄 수 없는 내 안경으로 뭘 고르겠다는 것인가 싶어 나를 누른다. 그렇게 동물적으로 읽게 된다. 동물적으로 받아들이되 나도 모르게 신뢰하기. 나는 이런 마음으로 원고 앞에 앉았다.

권혁웅 시인과 나는 본심에 오른 시들 가운데 좋았던 시들과 좋았던 응모자들을 거론했다. 그 가운데 겹쳐 호명된 두 사람의 이름은 심사 분위기를 긴장시켰다.

우선 나종훈은 분위기를 충족시켰다. 읽는 것만으로 압도되는. 분위기는 누구나,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닐 것인데 전체 시를 꼼꼼히 읽게 만드는 전개 방식이 호감이었다. <, 그런 편이다>은 섬세했으며 <타락한 교집합>에서는 패기가 출렁였다. 신춘문예에 어울린다 할 수 있는 시격을 만나게 해준 신인의 면모 또한 궁금해지는 시였다. 안 해도 되는 말을 감히 애정을 기울여 꺼내자면 다만 몇 편의 시에서 안정적인, 입체적이지 않은, 갇힌 듯 답답한 몇몇 줄의 위태로운 가 걸렸다는 것이다.

배춧잎으로 그가 몸담은 시대와 그가 고통하는 세계를 그리는 데 성공한 시, 박희연의 <배춧잎이 시들어간다>는 열거의 촘촘함이 매력이었다. <나는 아직 허공에 닿지 않았다> 역시 나뭇잎이 등장하는데 나뭇잎이 전면에 주도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닌데도 나뭇잎이 없다면 이내 시가 허물어지고 마는 아찔함이 닥쳤다. 시에서의 감동이라는 것은 그런 등짝이 있어야 제 맛인 것 아닌가.

일단 나종훈, 박희연으로 압축되기는 했으나 그래도 놓치는 것은 없는지 세세한 살핌을 시작했다. <검은 개> 6편을 응모한 이은희의 시는 제목들이 시선을 끌었다. 제목부터 대작의 포즈가 압도적이어서 집중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시들은 좋은 이미지들이 서로 붙지 못하고 각자 분리되거나 잘려져 있었다. 좋은 시가 하나하나의 이미지들이 뒹굴며 전진하면서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그러기엔 끊겨 있음으로 그저 평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즐거웠다. 마지막 시를 응모원고에 포함시킨 건 제 살을 깎아내리는 판단이었다. 시라고 하기엔 너무도 먼 작품이었다.

낯설지만 신선하다고 볼 수 없는, 시가 아닌 것 같은데 분명히 시로 향하고 있는 향일성이 좋았던 <별똥별> 5편을 투고한 한경훈의 시들은 날것의 느낌이 팽팽하고 지성의 결도 딴딴한데, 상체 앞쪽에다 힘을 빡 주고 있는 것이 거슬리기도 하면서 또 이쁘기도 하였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세공 연마를 거친다면 곧 지금까지 만날 수 없었던 시인이 될 거라 기대한다.

결국 우리는 두 분의 당선자를 모신다. 나종훈의 <, 그런 편이다>에서 펼쳐 보인 미의식과 박희연의 <배춧잎이 시들어간다>의 삶을 향한 시선의 순도는 이번 상상인 신춘문예의 성취이자 시세계로의 참신한 진입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두 시인에게 당선 소식이 도착한다면 책상 위에 생기와 활기 또한 내려앉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심사평

 

권혁웅(시인)

 

 

 

본심에 올라온 작품 가운데 다음 네 분의 작품을 추천했다.

No.47. 말을 세공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통념과 달리 시는 인공어의 일종이다. 일상적인 말들은 소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들과 비슷해져야 한다. 반대로 시의 말은 다른 말과 제 자신을 구별하려고 하며, 바로 거기서 미적 효과가 생겨난다. 시편마다 구사하는 말놀이(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데, 이것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무의식과 의식이 만나는 자리다)가 자연스럽고 싱싱하다. 다만 (응모자가 미처 몰랐을 수도 있는데) 다른 시인들의 소출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별똥별4. 자연과학 분야의 용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와서 썼는데, 그게 또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시의 역사가 일러주는 것은 시의 지평이 바로 이런 방식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유머와 우화가 이과 출신 쌍둥이처럼 구별할 수 없이 한 몸이다. 이 길로 계속 나아간다면 우리 시의 특별한 개성이 될 것이라 믿는다.

, 그런 편이다5. 문장을 반복하고 변주하면서 만들어내는 유장한 말투가 매력적이다. 능수능란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능수能手이고 능란能爛이다. 유려하게 문장을 엮어가는 손과 화려하게 펼쳐지는 말들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 가꿔온 말들의 정원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쉽게도 장시에서는 장력張力이 조금 약해지는 것 같다.

나는 아직 허공에 닿지 않았다6. 시편마다 세상의 모습이, 살아온 내력이, 사람들의 사연이 촘촘한데, 그 풍경과 이력과 이야기가 한 지점에 맺혀 있다. 이 지점이 시가 발화發火, 發話, 發花하는 지점이다. 모티프라고도 부르고 은유라고도 부르는 그 곡절에 정확히 스타카토가 찍혀 있다.

이 가운데 두 분의 작품이 다른 본심위원의 추천과 일치했다. 논의 끝에 두 분의 작품 모두 선하기로 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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