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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구지가 문학상 수상작 - 조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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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0회 작성일 21-11-1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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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구지가 문학상 수상작>

  

산사나무는 나를 지나가고 나는 산사나무를 지나가고

 

  조정인

 

 

  지금은 산사나무가 희게 타오르는 때나여어딜 가시는지산사나무는 나를 지나가고


  내가 나를 경유하는 중이네.

  흰 터번을 쓴 어린 수행자 같은 산사나무 수피를 더듬는다내가 나를 더듬고 짚어보고 헤아려 보듯나는 재에 묻혀 움트는 감자의 눈움트는 염소의 뿔움트는 붉은 승냥이의 심장봄 나무가 내민 팥알만 한 새순겨울 끄트머리에 걸린 시샘달방금 운명한 망자의 움푹 꺼진 눈두덩생겨나고 저무는 것들 속에 눈뜨는 질문나여나는 어디로부터 나를 만나러 산사나무 하얗게 타오르는 이 별에 왔나?

 

  어제 나는 스물일곱에 요절한 나를 조문하고 왔네꽃 같은 얼굴이 웃고 있는 영정 앞에 예를 갖추고 향을 피우고 한 송이 애도를 놓고 왔네나는 나의 빈궁한 유배처나의 고적한 유적지불탄 폐사지내가 나를 답사하고 탐사 중이네휘돌며 흰 보선발을 들어 춤도 춰보네나는 파장한 거리의 불 꺼진 상점들나는 나의 목 쉰 장사치나는 나의 홍등가내가 나의 창부거간꾼이라네그렇다면 나여끝내 나의 무엇으로 나는 남으려는지나는 나의 번다한 그 모든 혼란과 혼돈일생 나를 따라다니며 명치끝을 건드리는 생각이라는 뿔로 한 줄 문장을 쓰는 나는 고작 나의 가냘픈 질서나는 오늘도 문득태어난 일의 기적을 사네나라는 가능성을 사네.


  둑길에는 어린 산사나무가 한 광주리 꽃을 피웠네산사나무라는 해당화라는 이름에 묶인나무라는 꽃이라는 색()의 배열을 지나네몇 걸음 가다보니 못다 핀 꽃망울이 달린 채 부러진 꽃가지가 던져져 있네나는 찢겨져나간 나를 지나치지 못하네꽃가지를 주워 둑길을 걷네지난해 봄빛이 되비치는 둑길나는 나의 전생과 후생을 주워 둑길을 흘러가네빛과 그늘이 출렁이는 유리혹은 유리의 안쪽을 물고기들의 유영처럼.

 

  산사나무는 나를 지나가고 나는 산사나무를 지나가네하나의 어항을 쓰는 두 마리 물고기의 동거처럼.

 

   *2월달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오픈사전)



jojungin-200.jpg

 

1998년 《창작과 비평 》등단
제2회 토지문학제 시부문에서 대상
시집『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장미의 내용』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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