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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KBS 김승옥문학상 시 당선작 - 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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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0회 작성일 21-11-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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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KBS 김승옥문학상> 시 당선작

  

뿔 외 2편

 

  박소민

 

가쁜 숨을 뿜으며 산처럼 버티는 황소 두 마리

차돌이 뒷발을 움쩍거리자

박돌이 밀고 들어온다

뿔과 뿔이 엉키고

온 힘이 뿔 끝으로 몰린다

워워

함성은 박돌의 공격성에 더 힘을 보탰다

승부는 찰나에 가려졌다

 

오늘도 일터에 나가는 차 과장

먼저 온 박 부장이 팔짱을 낀 채 쏘아보고 있다

큰 눈을 끔벅, 머리를 조아리며 앉는다

 

습한 바람이 휘모리장단으로 지나던 날

구멍가게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소주를 마신다

명태를 징겅징겅 씹고 있다

명퇴를 당했다

 

차 과장의 몸이 이상해졌다

무언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말랑하던 뿔이 치솟더니 단단해졌다

그리고 무엇이든 들이받기 시작했다

아내와 자고 있는 자식들까지 뿔에 받히는 일이 잦아졌다

 

뿔은 뿔을 낳고

웃자란 뿔을 어찌하지 못하고 고등학생인 아들이 가출했다

걷잡을 수 없는 뿔

황소로 변한 아들은 축사에 갇혔다

 

자를 것인가, 뽑을 것인가

 

뿔이 뽑힌 아버지는 하늘공원에 누워 있다

 


 바닥의 문자들

 

그녀의 촉수가 갯바닥의 깊이를 재자

제 살을 감추느라 바쁜 뻘의 자식들

갯벌이 소란하다

 

온몸으로 그려놓은 짱뚱어의 문자

고개 내밀어 문장을 만들려는 순간

그녀의 걸개낚시*에 걸려들고 말았다

 

바닥에 파도의 무늬를 그리며 사는 하루

물살이 그들의 무늬를 거둬가도 그리고, 또 그린다

새끼가 새끼를 낳고, 새끼가 새끼를 낳았을 때

푸른 그녀가 누렇게 익어갔다

 

안산 시민시장 입구

갯벌에서 밀려난 그녀가 하루를 팔고 있다

조개, 바지락, 꼬막, 홍합을 실은

낡은 유모차를 밀며 좌판을 펼쳐놓는다

네 발로 기어 다니며 쟁반에 또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반나절이 지루한 조개가 혀를 내밀어

공기의 간을 보고 있는 시간

좌판 옆 한 귀퉁이 밀어놓고 대형마트 전단지를 깔고

식은 밥 한 덩이 훌렁 말아

전단지 속, 맛난 반찬을 눈으로 집어 먹는다

 

허리가 ㄱ자로 굽은 그녀

한글은 모르는데 돈은 안다

열 개의 손가락 연필을 접었다 펴며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며 사는 생

그녀의 머리 위

소금꽃이 군데군데 피어있다

 

* 걸개낚시 : 미끼를 사용하지 않고 바늘만으로 물고기를 거는 것.

 


 신新엘리베이터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40대 후반의 남성이시군요. 스트레스가 쌓이셨습니다

333층 해변으로 안내하겠습니다

36.5도가 될 때까지 야자수 아래서 휴식을 취하십시오

 

아, 30대 연인이시군요

데이트코스로 좋은 88층 스키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74세, 84세 여성분이시군요

84세 여성분은 지하 3층 요양원 예약되셨습니다

74세 여성분은 999층 하늘공원 예약되셨습니다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 엘리베이터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당신을 안내해드립니다

원하는 버튼을 누르시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삑. 밖으로 나가는 버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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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싫어요

아, 십대시군요

행복대안학교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원하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삑. 밖으로 나가는 버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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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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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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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민

1967년생

 

 

심사평

 

[김승옥문학상 일반부 시 심사평]

 

  제1회 공모임에도 불구하고 실로 엄청난 양의 시가 투고되었다. 20명 정도의 시는 신춘문예나 좋은 문예지에 보내도 입상권에 들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의 판매부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시를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우리 문학의 저변이 그만큼 넓다는 뜻일 테니 고무적인 일이다.   최우수작 <뿔>은 소싸움의 역동성이 실감나게 전달된다. 그런데 소싸움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명퇴’당한 샐러리맨 차 과장의 비애를 소의 뿔에다가 절묘하게 연결시킴으로써 ‘뿔’의 상징성을 획득하였다. 고등학생 아들의 가출, 하늘공원에 누워 계신 아버지와의 연계도 이 시의 완성도에 공헌하고 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비극도 희극도 아닌 희비극을 연출하여 우리 시대의 아픔을 여실히 풍자한 작자의 솜씨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수작 <어죽>은 병후 회복에 좋은 어죽을 소재로 했는데 짧은 시행 속에 한 집안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삶의 구체적 세목에 대한 압축이 이 시의 묘미일 것이다. 마무리 처리도 상큼하다.   우수작 <그해 여름의 순찰일지>는 나머지 시들이 좋았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시의 구성과 이야기성이 좋은 데 반해 주제가 모호한 것이 흠이었다. 극적 상황을 위한 스토리텔링의 능력이 요구된다.   <압록강을 건너는 순이>는 소재에 대한 해석 능력이 뛰어나 작품이다. 국경을 넘어 북한을 벗어나려는 순이의 사연에다가 고대가요 <공무도하가>를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이 시를 살리고 있다. 이름이 너무 자주 나오는 등 말의 경제적 운용이 필요하였다.   <구름 보육원>은 보육원에서 커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상징화한 수법이 대단히 세련되어 있다. 상상력이 이야기의 상징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제시부에 비해 마무리가 아무래도 취약하였다.   <발바닥>은 평이한 소재를 이색적으로 다룬 수법이 이 시인의 앞날에 대한 기대까지도 갖게 한다. 시제의 일치가 안 되어 있고 좀 엉뚱한 결말이 균형을 약간 흐트러뜨리고 있어 아쉬웠다.   <틈 2>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룬 시사적인 작품이어서 좋았지만 무거운 소재에 비해 주제는 좀 치열성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을 승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강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염장이 아버지> <내 손바닥에 찍힌 바람의 혈자리> <오늘의 간수치> <꽃의 무덤>도 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수작이었다. 소재와 싸워서 거꾸러뜨리는 가열한 주제의식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의 신선도를 유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수상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낙선자에게는 위로의 악수를 청하는 바이다.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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