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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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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5회 작성일 22-01-0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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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인주 묻은 태양의 행방 / 김종태

 

 

 뉴타운 소문을 태우고 마을버스가 들어왔다

 

 미숫가루처럼 흙먼지만 내려놓고 폐교를 한 바퀴 돌더니

 

 제비처럼 고샅길을 빠져나갔다

 

 언젠가부터 절개지 묵정밭엔 어린 의혹들이 심겨지기 시작했다 깨진 항아리 속에 갇혀있던 뻐꾸기 소리에 둔덕 까마중 몇, 복부인 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귀고리를 흔든다 전과자인양 담장 안을 기웃거리던 햇살, 굴다리 밑으로 잠입하고 배 밭으로 달려간 그림자 하나가 이른 아침부터 풍선 불 듯 바람의 평수를 후후- 부풀린다

 

 두부장수 확성기에 귀를 열던 도토리들 일제히 상수리나무를 버린다 선거벽보 어지럽게 붙어있는 축대 아래, 사방치기 놀이를 하던 아이들 오후가 오랜만에 찾아온 밀짚모자 주위로 몰려든다

 

 뻥튀기 소리에 놀란 해바라기, 발밑에 검은 태양들을 투투둑- 파종하고 늦게 외출한 채송화는 발뒤꿈치를 높이 꺼내 분꽃의 망설임을 흔든다 태양이 시작되면 빨간 인주통이 열렸다 몇 평 봄이 처분되는 계약서 그 끝, 마을경로당에선 코스모스와 금잔화가 형광빛 포스트잇처럼 끝도 없이 유예되고 있었다

 

 이장 집 옆 모과나무가 늙은 귀띔이라도 들은 걸까 오래된 우물 속에다 노란 주먹을 툭툭 박았다 내가 헐값에 처분했던 그 시절 변두리 네온사인과 외딴집에 세를 든 귀뚜라미의 지하 방엔 오래도록 해가 들지 않았다 지난밤 거처를 잃은 두견새와 갑작스레약수터에서 쫓겨난 달빛은 창문 틈에 허리가 끼어아침까지 웅웅거렸다

 

 누가 분실한 것일까

 

 공사중인 안테나처럼 힘껏 꼬리를 세운 고양이 한마리

 

 방금 눌러찍은 붉은 태양이 채 마르지도 않은 부동산계약서를 입에 물고서

 

 인적 드문 논밭을 검은 천 조각처럼 가로질러 어디론가 재빨리 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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