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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미연, 강신명, 양우정, 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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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33회 작성일 22-06-15 20:48

본문

[2022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미연 외
========================================

대상
잉여의 습관 외 2편 / 김미연

잉여의 습관

 


민낯은 육각일 수도, 아니면 팔각일 수도 있겠다.

산업단지 안의 다수의 포도알은 상냥하지.

햇살 무더기가 반지하의 작은 창안으로 후두둑 쏟아진다.
그럼에도
축축한 방안에 갇힌 나의 살갗에
끊임없이 비늘이 잉태되는 건

습생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탓인거야.

까만 비닐봉지 안에 밀봉된 그 날의 저녁 공기.
전자렌지 3분의 규칙에 감금된 빈곤은

이번 생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매번 편의점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초록의 소주병을 타고
녹슨 노동의 서사는 비릿한 골목길에 너저분하게 배열되는 중이지.

취한 피는 맹렬히 몸 안을 배회하며 증폭되고
썩은 고기를 삼킨 하이애나처럼 더부룩한 삶은 계속되고 있어.

정형과 부정형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나의 중심축이 길을 잃고 좌우로 절뚝이는 삶을 버티는 것처럼

비틀어진 입술에서 내뱉는 단어가 조악하게 열지어 서 있는
문장 속으로 생의 보푸라기가 여기저기 돋아난다.

골목에 떠도는 파편들이 떠돌다 끝내 나의 어깨에 닿자,

곤궁에 포자된 습관을 손에 움켜쥔 채로 생을 내달린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잉여의 텅 빈 자리를 다시금 채우는 일일 것이다.

 

우리의 방주


외로운 무리들이 서로를 호명하며 텅 빈 자궁을 지나요

누구의 잘못이 모두의 잘못은 아니에요.

내 하루는 당신보다 앞섰지만 나는 당신보다 높진 않죠

당신은 왜 이리 부적절한가요?
뱀의 허물이 벗어놓은 것은 의 이력

나의 끈적한 붉은 혈관들이 점멸해가는 풍경을 들여다봐요

추억하는 것들은 항상 내 테두리를 잘라먹는 것만 같아요
전례 없던 파격은 엎질러져 있거나 생채기를 내기 일쑤죠.

그리고 그것은 나의 오리지널을 버리는 것

근육을 가진 나무가 새순을 혼내키는 장면이 끝나면
언니와 나는 당신 앞에서 껍데기를 잃어요.
텅 빈 목소리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나서
빈 공간속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한 웅큼 집어넣었어요.

결국, 빈 것 안에 빈 것이 수두룩하죠.

당신의 심장이 언니와 나의 방주가 되어준다면
어쩌면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 있을 거예요.

 

베텔게우스Betelgeuse*를 잃다.

 


태양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어.
뒤바뀐 지평선이 내 눈꺼풀 위에서 흘러내리기 때문이지.

저기 초신성의 미로를 찾아봐
저 벨트의 수풀을 들춰보면 세 명의 마리아가
거룩한 기도를 하며 공전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돌아오려무나.
너의 계절을 쓰러뜨리러 오는 전갈의 독 속에
견줄만한 행성은 모두 겨울의 숲에 갇혀있으므로.

독소에 녹아내리는 척수를 껴안는 달빛

저기 여인과 나의 소실점에 표식을 세워두자.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야.
잃어버린 행성의 파편이 궤도를 떠돌다
테두리에 갇힌 불빛과 함께 공멸해 가는 시간.

비대칭인 얼굴을 달빛에 헹구고
뒤틀린 궤도에서 빙하를 캐자.
그래, 그렇게 나는 눈의 장막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여인의 활은 얼어붙은 채로 나를 겨누겠지

번식된 여인의 달빛이
궤도 밖에서 포란 된다.

파문된 성직자의 언어처럼
도륙된 나의 행성도
마침내 으깨질 테니.

그리고, 섬광의 덫처럼 아름다울 너의 종말을 위하여.

*베텔게우스-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곧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천문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우수상
무유無有의 방 외 1편 / 강신명

무유無有의 방


시간 더미 속 죽음이 수북이 쏟아져 나온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겨울 철새로 날다 너 닮은 가지 끝에 매달려 너를 탐닉하는 일 손길 닿지 않는 것들은 이미 부재로부터 빠져나와 죽어있던 나의 안부, 조롱에 갇힌

죽음을 한 장씩 찢는다 바람 소리로 돌아오는 따옴표들

흐린 눈빛 감추며 돌아선 너의 심장을 수배하며 머문 뼛속까지 서걱대는 외길 떠도는 먼지가 모든 죽음의 결정체라면 새벽은 동쪽으로 머리를 누이지 말았어야 했다 말라붙은 솜털에 입술을 대본다 채 태우지 못한 표정 뒤로 마지막 눈물 한 방울 배인 내가 보는 세상은 너의 꿈일지도 몰라

죽음을 한 장씩 찢었다 바람 소리로 지워지는 물음표들

어둠 붉은 밤에는 피톨 너머 저장된 빛이 한동안 숨을 끌고 갔다 귓불에 바짝 붙은 바람 속살거리면 풀렸던 동공이 땅을 딛고 말을 건넸다 구름 덮인 수면 헤치며 침잠하는 꽃잎들 모든 끝은 소리가 매듭을 짓는다 얼룩진 혼잣말이 빈방 삼키기 전 너를 놓아줄게 피멍 들어 떨어져 나간 발톱 밑 새살 돋는 건 꿈이 아니라서

틈새에서 온전히 죽지 못해 엎드려 울던 언어들아

이젠 내 머리 위 햇살이 될 것

너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
 

 


아몬드 나무를 지나는 시간

 
1.
아몬드를 씹습니다
오도독오도독 상처 난 기억을
빈틈없이 조각냅니다
멀미하는 해마를 돌아 잘린 통증이
수면 아래로 사라집니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를 법도 한데
살점이 뜯겨도 무감각합니다
돌을 던지고 흔들어도 소리 없이
차오르는 호수와 같습니다
하얀 꽃망울 다져 움츠린 시간 견딘
흔적 위로 환절의 방식이 적힌
이정표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2.
아몬드는 부서질수록 빛납니다
황토색 주름진 껍질은 아픈 배 쓰다듬던
노모의 손마디 같기도 합니다
별빛 담긴 술잔에 시름 걸친 청춘이
잠꼬대로 밤을 털어내는 길목
멀찍이 돌아서서 지켜보는 아버지의
젖은 헛기침 소리도 들립니다
잊혀진 노래는 손때 묻은 이빨 자국이
선명할수록 정담으로 끈끈해집니다
가파른 저녁 지나 접시에 담긴
수많은 웃음과 울음이 밤새 뒤척이는
그림자를 보듬고 있습니다

3.
아몬드는 아몬드의 방식을 믿습니다
약속으로 번성한 아몬드의 속살
마주 보며 뜨겁게 고이던 길은
시간이 되새김질한 또 다른 이름일까요
세찬 물살에 길들여진 모든 감각이
아몬드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반쯤 잘린 아몬드를 들여다봅니다
여과된 어둠이 총총 박혀 있습니다
이타적 습성이 배인 안쪽을 깨물면
말갛게 씻은 모서리가 창문을 엽니다
빛바랜 발자국 솎아낸 고랑 따라
오도독오도독 달아오른
아몬드가 아몬드를 받아 적습니다

4.
단단한 것들은 슬픔에 익숙합니다
까끌한 통증에 목이 메지만
서로를 부축해서 얼룩을 지웁니다
궤적 검게 응어리진 자리 박차고
은하계를 도는 아몬드의 꿈
열꽃이 남긴 지문 속 동그란 입술로
나란히 베어 문 아몬드는
어제만큼의 오늘이 빈방을 꽉 채울
오래 기다린 걸음의 정면입니다
오도독오도독 오도독
새벽 쏟아지는, 울창해지는, 타올라 깨무는,
대가 없는 다정입니다

 
 

우수상
스모킹 건 외 1편 / 양우정

스모킹 건


배후를 밝혀내기 전
빗나간 의도가 명치 끝을 스칠 때
눈알이 허공을 훑다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을 조심해

가령
조심스럽게 뒤꿈치를 들고 나가려다 새장 속 새를 보거나
팔레트 속 굳어버린 색색의 초상화를 발견할 때
눈을 마주치지 마!
새가 눈을 쪼거나
초상화가 말을 걸어올지 모르니까
그럴 때
목을 빼고 넣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알게 될 거야

치킨게임을 좋아한다고 했었지
바깥은 안보다 늘 시끄럽다는
시차 때문이라던 너의 말
그렇다고 운을 믿지는 마!
뫼비우스의 띠는
한번은 벗어나지만 두 번째는 제자리니까

풀과 나무는 더는 너를 읽지 않아
부푼 페달을 밟는
질긴 혐오는 위험하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
연기가 코앞에서 사라지기 전
위험한 자작극임을 자백하라던 말
기억하지
활자의 근황 따위 관심 없다던 네가
소문이 무성한 활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브리핑룸을 지나지 말라는 경고
잊은 건 아니겠지
확률 게임 속
블랙박스는 언제나 웃고 있다는 것
잊지 마

 

이발소 있는 풍경

 
산자락이 등을 댄 사람들을 품어주는
하늘과 맞닿은 동네
달이 꿈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골목으로
무럭무럭 늙는 이발소가 있다
면도칼의 팽팽한 칼 선 사이로 숨어든
봄 햇살이 깜박 조는 이발소엔
언제나 고집스럽게 다이알 비누 냄새가 난다
베어지지 않으면 날아오를 수 없는
단서조차 없는 세상의 경계를 지우느라
뾰족뾰족해진 날개들
어두운 저녁으로 날아들 때쯤
또 하나의 달이 되는 삼색 네온
알전구처럼 빛나다 사라진
좀체 읽히지 않는 먼 기억의 숲
한 올 한 올 감별해내는 이발사 손끝에
밤보다 더 깊이 뿌리내린
오래된 골목 푸른 발목 위로
접혀있던 푸념들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른다
담장 아래 실금의 거울 안
버려진 화분 위로 밑동이 실한 푸른 잎이
밀랍의 골목을 탁본하고
새벽어둠이 걷힌 골목이 다 들어간 거울 속
어떤 봄 밭보다 따뜻하다

골목은 숲의 습성을 닮아가는 중이다

 



 
우수상
돌아오지 않는 슬픔의 갯수 외 1편 / 김우(김현철)

돌아오지 않는 슬픔의 갯수
-안락사


파르르, 몇 그램 치사량에 점령당해 축생의 습관을 내려놓는 송곳니,
듬성듬성 머리카락 빠진 마을 입구에는 떠나지 못하는 유년이 엎질러진다
잘 길러진 휘파람을 끼우던 청각이 먼저 자리를 뜨고 판자촌 헐렁한 쇄골 아래
갇힌 달빛, 조등처럼 창백하다 검은 콘크리트 가루를 상복으로 입은 바람만
조문객 없는 빈소를 지킨다

오래된 느티나무 그늘까지 휘감던 왁자지껄은 사라진 지 오래
면사무소 서류에 찍힌 지문들, 하나 둘 사라진다
허리가 구부정한 도시의 그림자는
미소를 닫았고 신생아 울음소리도 바람을 등진 이명일 수밖에

굴착기로 파헤쳐진 키 낮은 마을의 민낯은
마지막 속옷 같은 수줍음을 띠다가도 철거민의 한숨이 잠긴 아쉬운 동거가 되고
어둠을 먹으면 다시 시치미를 삼킨 석장승이 된다
창공에서 두 팔 벌린 타워크레인이 마을의 내장을 후비기 시작하면
소꿉장난 같은 집 주인들의 허락 아닌 허락된 지문을 빌어 시작되는 안락사, 
크레인의 촉수가 땅속 깊이 박힌 느티나무의 심장에 가까워질수록
돌아오지 않는 슬픔을 삼킨 휘파람 소리는 멀어져 갔다
천둥 같은 초침 소리가 저승 입구를 서성이고
밤하늘 저편 주삿바늘 같은 삭정이가 날카롭게 파고들자
황혼의 스러지는 잔불을 따라 호흡마저 부러진 도시, 서서히 눈을 감는다

손님 하나 없는 동네 앞 편의점 티비에서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신도시 개발을 확대하겠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학계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외치*

 


보이세요 엄마 검은 하늘이 수상해요

두드리지도 않았는데 물길이 열려요 아세요? 오래전 엄마의 부드러운 전설을
빨 때마다 노래가 들렸어요 
누군가 거대한, 이라고 외치자 일제히 물구나무서던 잿빛 산
끝내 갇혀버린 나의 마지막 잠
바위를 깨물어본 적 있나요 그때는 꼭 맨발이어야 하죠
어깨처럼 반쯤 흘러내린, 비와 바람은 제발 놔두세요 아니 아니 멧돼지 말고요
그렇다고 소리의 지느러미를 꺼내 먹진 않잖아요
보이세요 엄마 산이 헤엄쳐요 사냥감을 풀 위에 내려놓고 물 밑에 장대를 담그면 거기,
범선처럼 거대한 주파수가 꼬리쳐요 그날 반쯤 마른 토기 안에 별들이 수북했어요
밤하늘을 헤엄치던 어골문* 지느러미 달린 검은 산
호랑이, 사슴, 멧돼지는 알죠 바위 속에도 오솔길이 있다는 걸

호피를 두른 아이가 벽을 열고 집으로 가요 시간을 닫으면 안쪽에 커다란
바다가 있어요 고래 등에 올라탄 작은 발가락은 넓적한 휴식이에요
따뜻한 바람, 처음 보는 곤충들, 애벌레 등에 업혀 조금씩 기어가는 햇살
눈썹과 턱이 과묵한 나뭇잎으로 음부를 가린 여자가 노래에 흙을 버무려요
늑대 울음이 돌아올 시간, 토기를 만들까요 그늘에서 잘 말리면
타잔의 함성을 담아두기 딱이죠 눈을 감고 물, 하면 담수가 되는 들판
올리브나무가 가오리처럼 날아올라요 지난밤 내 안으로 추락한 해안선
모래펄이 넘실대요 몰랐어요? 내 꿈이 추장이라는 걸
깔.깔.깔
새순 같은 웃음이 앞니 빠진 설탕보다 달아요

이런! 돌도끼가 몰려와요 언덕을 재빨리 부위별로 나눠요

암각화를 믿지 않는 엄마가 보여요 짐승 가죽을 입고 사라진 아이를 찾아
매머드보다 느린 속도로 유영하는 엄마

   -머리맡에 피리를 둘게요

그날 우리는 사슴을 덮고 모닥불을 피웠어요 곡물과 순록을 먹었죠

들판에서 아버지가 주신 마른 늑대를 입고 잠깐 눈을 붙였을 거예요
나는 대체 얼마 동안 잠을 잔 걸까요

바람이 도착했어요 일만 년 전 들판을 가로질러 내게

이젠 눈을 감지 않아도 달이 뜨는 엄마, 내 정강이에서 피리 소리 들려요

   - 어제는 내 눈알 속으로 바오바브나무 씨앗이 이사를 왔어요

윙- 윙-
가락바퀴에 그날의 졸음이 아직도 실처럼 감겨요

 - 이봐, 3지구 발굴 허가 나왔어? 지질조사 결과는?
 - 기자 양반, 거기 선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니까! 빨리 나와요.
 - 가장 중요한 것은 트라울*이 아닙니다. 제군들의 손이 진짜 발굴 도구죠.

*외치(Oetzi) - 석기시대 미라 이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인간미라
*어골문 - 토기 표면에 새긴 물고기의 뼈와 같은 무늬. 빗살무늬
*트라울 - 작은 흙손 형태의 문화재 발굴 도구


 

 


2022년 제7회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시부문 본심평

진지한 사색과 새로운 언어탐색

이번 『시와산문』 신인상 시 부문에는 예년에 비해 많은 예비 시인들이 참가했다. 200명이 넘은 투고자에 투고된 작품만 1,000여 편에 달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활동이 줄고 반면 자기만의 사색과 창작활동에 투여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서가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그간 우리 『시와산문』의 신인상을 통해 많은 좋은 시인들이 발굴된 성과가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닌가 자랑스러운 생각이 든다.
투고 수가 많아서인지 작품의 수준도 이전보다 훨씬 뛰어났다.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고 또 출품작이 많아 예심 심사위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서인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도 이전의 심사 때와 달리 훨씬 많은 27명의 예비 시인 작품 130여 편이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이 많아 각각에 대해 언급하기는 곤란하나 우리 사회의 현실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 많아졌다. 시창작 교실 같은 데서 배운 표현 기교의 무비판적 답습이나 언어의 유희에 치중하는 작품이 줄어들고 진지한 사색과 새로운 언어에 대한 탐색을 보여 주는 작품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심을 통해 본심에 넘어온 응모작이 많아 심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많이 고민하게 되었지만, 심사위원들은 김미연의 「잉여의 습관」을 대상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쉽게 합의했다. 그만큼 작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김미연의 작품은 우리의 일상에서 때때로 확인되고 있는 삶의 슬픔과 허무를 예리한 시선으로 잡아내어 감각적인 언어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오랜 습작 기간을 거치면서 자기 나름의 시적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전도유망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세 명의 시인을 우수상 당선자로 선정했다. 김우의 「돌아오지 않는 슬픔의 갯수」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환경 파괴 현장을 고발하는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하지만 좀 더 시적 표현이 다듬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양우정의 「스모킹 건」은 ‘위험사회’라는 신조어가 있을 만큼 우리의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위험성을 긴장된 언어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다만 시에서 쓰인 이미지 간의 유기적 연결이 조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강신명의 「무유의 방」은 거침없는 시상의 전개는 좋았으나 호흡이 긴 산문형의 연들에서 다소 시상의 흐름이 끊기는 약점이 있었다.
이 네 분 시인의 당선을 축하드린다. 모두 우리 『시와산문』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리라 기대된다.

시부문 본심 심사위원: 황정산 장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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