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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대상 수상작 / 유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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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6회 작성일 22-08-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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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전국공모전 당선자"

 

◆ 대상: 유춘상 (당선작품: 행성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

 




★제10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대상작품

행성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유춘상


전봇대 밑, 목이 꽉 묶인 채색 봉투가 옆구리에 숨구멍을 내 겨우 속삭일 때, 나는
몸이 동그르르 말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묶는 선입니다, 검은 개 한 마리
샐쭉 돌아봅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비루먹은 짐승처럼 봉투는 짓눌려 있습니다.

뱃속엔 찢어진 지문, 잘린 식탐, 뱉어진 체액, 떨어져 내린 주소, 색색의 머리카락,
깨진 생활비, 마른 청춘, 부러진 상다리와 터진 수박껍질이 잘못 맞물린 채 숨 참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어젯밤의 혈투와,
눈 부은 질투로 팽창한 그를 묶어 갖다버려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버려진 것들은 이렇게 다 한 곳에 모여 이웃으로 포개집니다
쓰러지고 버려져 바람이 불 때마다 가늘게 신음까지 내고 있습니다

버리는 것은 막다른 곳에 다다르는 일
버리는 사람은 버린 사람에 이르는 길
자신을 내다 버릴 때, 목은 힘껏 조여오지요
나의 목
숨의 목
행성의 푸른 목

한 번도, 마음대로 살아라, 허락받은 적 없이 발붙이고 살아가는 이 풀빛 행성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이고 가득가득 버리며 홍수처럼 떠밀려가고 있습니다
어디로 흘러가 어디에 쌓이는지
그 바다에는 어떤 것들이 썩으며 자라고 있는지
어떤 것들이 헤엄치며 숨 헐떡이고 있는지
행성은 어느 반짝이는 별의 슬픈 그늘을 가득가득 태우고 있는지

나는 토마토처럼 내장이 무르고 진물이 터져 싹 나지 않을 내일을 보듯, 몸이 동그르르 말려버리는 버릇으로 오싹해집니다
우월한 손들이 무심코 던지고 간 채색된 봉투가 텅빈 하늘을 마주 보고 있는 아침
마다
팔랑이는 나비를 보는 일, 쥐며느리 발걸음 따라 살금살금 걸어보는 일처럼
하늘은 우리가 잃어버린 간절한 곳,
그 너머 빛으로 반짝이는 곳이어서
딱지 없이 버려진 냉장고의 열린 냉동 칸을 보며 경배의 마음이 서늘하게 비워지고
마는 것입니다

한 번도 허락해 주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내어준 이 행성에서 나는
그가 내민 청구서, 내일을 주섬주섬 찾고 있습니다.



*윈도우 스트라이크 : 새가 투명한 창문 등에 부딪혀 죽는 현상
 



제10회 평택〔생태시 문학상〕심사평

심사평: 김영자 시인

소비문화의 편리함에 길들어진 사회구조로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에 전 인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어서 이제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은 일상이 되었다. 자연을 지배하고 산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교만과 이기심은 지구를 환경위기에 놓이게 하였다. 자연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도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지구의 온난화 속에 초여름의 폭염은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가운데 생태지에 대한 관심과 응모한 작품의 열기도 치열했다. 수년간 당선작으로 오른 작품과 비슷한 소제나 모티브의 작품은 수상작에서 제외 시켰다.

수백 편의 응모작품 중에서 심사위원들의 신중한 논의 끝에 유춘상의 「행성은 허락해 주지 않았다」를 선정했다. 인간에 의해 버려져 처참한 모습으로 전봇대 한구석에서 목이 조인 채 자신의 뱃속으로 버려진 온갖 것들이 ‘한곳에 모여 이웃으로 포개집니다’ ‘서로를 조이고 가득가득 버리며 홍수처럼 떠밀려가고’ ‘그 바다에는 ~~ 썩으며 자라고 있는지/ 어떤 것들이 헤엄치며 숨 헐떡이고 있는지’ 마침내 자신의 뱃속은 /토마토처럼 내장이 무르고 진물이 터지기‘에 이르고야 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서 흔하게 목격하게 되는 일상 속의 사물을 섬세한 관찰력으로 사유화하여 작품을 형상화하였다. 진부한 소재를 끌어와서 눈에 띄기 어려운 모티브를 가지고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능력과 참신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인간들의 탐욕에 의하여 사회 환경 질서를 상실하여 불안한 생태계의 위기의식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이 돋보였다. 생태시의 주제 의식이 뚜렷하고 사물에 대한 상징성과 신선한 시적 직관이 탁월한 시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만 언어의 압축미가 다소 아쉬웠지만 일상적인 감각을 포착하여 시적 진술을 잘 구사하였기에 이 작품을 선정했다. 감동과 여운이 긴 작품이다.

마지막까지 거론되었던 작품 중에는 시적 완성도는 높으나 생태시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남들이 자주 써온 소재나 모티브를 활용해서 작품의 독창성이 떨어져 당선권에 들지 못했던 안타까운 시작품도 여러 편 있었음을 밝힌다.
제10회 생태지 공모전 당선자 유춘상님께 축하를 드리며 생태문학에 대한 관심과 뜨거운 열정으로 많은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 성백원. 우대식. 김영자. 진춘석. 배두순. 김복순
 



평택〔생태시 문학상〕대상 당선 소감

유춘상

언젠가부터 시 앞에 경건해지고자 마음 다독이기 시작했다. 행간에 힘을 주기보다는 붓끝에 힘을 주다가 행간을 비워 두던 날들이 많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늘 사유의 맨 첫 행인 나를 비워 두자 글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머리맡에 수북이 쌓여 있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 나열해 보는 일, 언젠가부터 그런 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깨에 힘을 빼자 헐거웠던 행간이 채워지기 시작했지만 팽팽하지는 않았다. 호흡이 편안해져야 문장이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썼다 지웠다 빈 여백을 한참 바라보기도 해본다.

 티브이를 보면서 고층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의 부고가 자막으로 흘러가는 동안 화면에는 새들의 화려한 일생이 상영되고 있었다. 공중엔 격벽과 직선과 곡선이 너무 많아서 하늘을 날 때 원하지 않아도 곡예를 해야 하는 새들의 우여곡절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금 창밖을 날아가는 저 새들이 왔던 길을 찾아 되돌아올 수 있을까. 각박해지는 환경 속에서 삶이 힘겨워지는 만큼 더불어 상생해야 하는 땅과 바다와 하늘의 주주들의 고단한 궤적들. 사람과 환경이 함께 공존해야 하는 생태계를 지키는 데 어떤 심혈을 기울여야 할까.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위협받는 재앙에 대해 우리는 어떤 해답을 갖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까도 생각해본다.

 평택 생태시 문학상을 습작하면서 생태계의 위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위에 산재한 훼손의 사유들을 백지에 꾹꾹 눌러 적으며 어떻게 그 간절함을 호소해야 할지, 고발과 자책보다는 치유와 설득에 더 절실함을 가지고 써내려간 시들. 습작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한참 부족한 사유에 관심을 가져주신 평택문인협회 생태시 문학상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생태시 문학상 수상자로서 좀 더 진정성 있게 환경을 생각하고자 한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늘 문학에 대한 열정을 함께 해 준 문학동인들, 가족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글 앞에 늘 진지한 자세로 스스로를 지켜보며 정진하겠다.



유춘상

1967년 경북 영천 출생
1992년 2월 영남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20년~2022년 동리목월 문예대학 수강
2022년 강원문학교육 신인문학상 공모 최우수상 수상
현재 경주예일고등학교 교사 재직 중

사진: 유춘상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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