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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극장의 추억 / 이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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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1회 작성일 23-01-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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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극장의 추억 이상록

  기억의 성채도 언젠간 무너지지만 내 인생극장은 막을 내릴 수 없다네

  삼팔장은 파장 흐느끼는 뽕짝 무대래야 장터 마당 우리는 들뜨지 학교에선 기죽던 강둑 아래 녀석도 나방처럼 설치지 노란 등 꺼지고 영사기 소리 밤하늘 긁으면 어김없이 죽죽 장대비 내리지 매가리 없는 삶 눈물처럼 때도 없이 내리지 사랑해선 안 될 사람 통통배는 서울로 가는데 소나무에 기대 바라만 보는 여인 아, 문 희, 눈물도 예쁜 저런 여자라면 삶이 한두 번 속여야지 그래도 지금 여자 갸름한 목덜미는 꼭 닮았다네

  촌구석에 극장이라니 거무죽죽 지붕 사이 우뚝한 국제극장 김일 박치기를 단체로 볼 줄이야 허장강도 도금봉도 막걸리 안주 희갑이는 애들도 만만하게 보는데 장돌뱅이로 돌고 돈 필름은 장꾼들 셈처럼 자꾸만 끊어져 하필 두 입술이 닿을 찰나에 건달들 도끼고함에 다시 이어져도 꼴도 보기 싫은 놈 자르고픈 컷, , 정말 도끼로 뭉툭 도려내고 사는 맛도 있어야지 한 떨기 장미 꽃잎이 젖을 때라나 아직도 콩닥거린다네

  범일동 시궁창 강구 군단도 촌놈 부산 구경 못 막았지 가무잡잡 삼화고무 앳된 처자들 삼일극장이 비좁네 뽕도 딸 겸 들어서면 분내 땀내 찐득거려 삼성극장으로 건너가면 지린내가 폴폴 따라붙지 헛헛하지 액션으로 한 방 멜로로 또 한 방 동시에 달래주곤 남진까지 불러다 구장집 봉순이 봉긋한 가슴에 바람 넣더니 바람과 함께 사라진 봉순인 태화고무 고무신처럼 어디서 질기게 살아갈 테지 그 보림극장도 문을 닫았다네

[당선소감];시의 멍석, 정다운 자리면 좋겠습니다

땡볕을 업고 이삭을 주울 때면 할머니는 되뇌셨습니다. 자갈밭이라도, 우리 땅에 농사 한번 짓겠다고. 꿈을 이루셨습니다. 철길 걷어낸 땅. 그야말로 자갈밭. 콩을 심어 콩이 떨어지면 자갈 속에 숨어 찾으려 자갈을 헤치면 더 밑으로 빠지고. 자갈을 거의 걷어내 땅이 제 모습을 보일 즈음...... 이후로 밭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밭에 뿌리지 못한 땀을 요행히 교단에 쏟게 되었습니다. 서른여섯 해. 창작과 감상보다 입시를 위한 수업. 점수를 얻으려고 쪼개고, 부풀리느라 스스로도 재미가 없는데 듣는 아이들은 오죽했을까요. 가끔 시를 써서 들려주었습니다. 밭에 못 뿌린 씨가 마음 밭 시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성적에서 벗어나면 착한 아이가 됩니다. 쓴소리, 흰소리 없는 애독자들의 환호성. 약이 독이 되었죠. 지루함을 모면하려는 아이들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론서에 인용된 작품은 경이로웠죠. 짚으로 비단옷을 짤 수 없었습니다. 멍석이나 짜야 했습니다. 멍석말이나 안 당한다면, 발에 밟히든 쥐가 갉아먹든, 도란도란 둘러앉는 정다운 자리라면 좋겠습니다. 자갈 속에 빠진 콩알 하나 주우려고 자갈을 골라내었듯 걷어내고 빼려 합니다. 모양 없고 거친 멍석 한 장 펼치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부산일보사와 심사위원께 감사드립니다. 끝물인 사람에게 이런 큰 영광과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을 주시다니. ‘이런 걸 누가 본다고!’ 촌철살인을 아끼지 않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상록

1958년 경남 밀양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전 혜광고 교사, 1회 사하모래톱문학상 시 최우수상 수상.

 

[심사평]:기억 저편의 사물 포획 솜씨 돋보여

515명이 투고한 2140편의 작품을 읽으며 심사위원들은 자기표현으로서의 시가 인간학적인 장르라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였다. 20대에서 80대에 이르도록 매우 다양한 삶에 처한 이들이 다채로운 시적 발화를 선보였다. 모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적 수행이 아닐 수가 없다. 이들 가운데 한 편을 선택하는 일은 차라리 고통에 가까운 과업. 이 어쩔 수 없는 역할을 위하여 걸러낸 시편은 김미선의 수풀떠들썩팔랑나비3, 박봉철의 만개꽃2, 이도화의 무심코2, 김수현의 무한동화2, 이상록의 추억의 극장3편 등이었다. 참신한 감각과 포착, 재치 있는 사변, 환상의 표출, 내면의 환기 등을 그에 어울리는 시적 언어로 건져낸 시편이 적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다들 어디 내어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우리는 우선 동의하였다. 하지만 단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사물과 삶을 지각하고 이를 표현하는 언어의 구체적이고 생동하는 발화의 양상에 더 주목하기로 했다. 이리하여 이상록의 시편들을 남겼고 그 가운데 극장의 추억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극장의 추억은 흑백영화처럼 낯선 추억을 지금 이곳으로 불러낸 작품이다. 어쩌면 서정의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다소 낡은 느낌조차 없지 않다. 그러함에도 구체적인 시어와 비유를 통하여 기억 저편의 사물을 감응하고 포획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자기만의 고유한 리듬을 획득한 점도 높이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삶의 구체에 육박하려는 태도의 성실함이 뚜렷하다. 당선을 축하하며 이를 계기로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성선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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