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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나방의 긍정 / 오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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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8회 작성일 23-01-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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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나방의 긍정 / 오후랑

나의 낮은 열두 시간 더하기 열두 시간 꺼지지 않는 낮은 좀 우울 했어요 내 표정을 보고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므로 그건 예외이고요

그래요 꽃 말고도 내게 향해줄 것을 찾다가 지난밤을 밤이 아닌 것처럼 꼴딱 샌 거죠 불어터진 라면발 같이 풀어진 졸음과 갓 삶은 계란처럼 뜨거운 열정이 마구 섞여 골라낼 이유 없는 은밀한 밤의 계단을 지나면

요란한 풀밭이 나와요 나는 투명 수채화처럼 색칠됐고요 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날아봤어요 거친 붓칠 같은 숨결들이 빙빙 돌며 나의 길을 더 어지러이 파닥이게 하는 그런 일탈

조명발 좀 받아 보자고요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어요 가령 별이라든가 주머니라든가 물론 작명소에 들러야죠 아핫 아버지 아시면

날갯죽지 확 꺾어 버리고 호적 파버린다 하실 텐데

괜찮아요 이미 얼굴을 다 잊어버린 이름들과 꽃 같은 조명 밑에 납작 엎드려 본 것이나 나선으로 머리를 흔들어대며 다 드러난 나를 외워댔던 일이나 또 너무 멀어 다시 올 리 없는 환각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무서운 게 없어요

​​

당선소감 :“내가 쓴 시, 다른 사람이 읽어도 시가 맞는지 궁금

폭설주의보가 내렸고 저는 기차를 타고 있습니다. 노트북 화면이 하얗고 고개 들어 창밖을 내다보면 세상이 하얗습니다. 그리고 제 머릿속도 하얘서 도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환함이 도처에 깔려있네요.

어둠을 무서워합니다. 어둠이 무서워 불을 환히 켜놓는 것을 좋아합니다. 밤을 새워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건물 밖 나트륨 등 아래에 앉아 잠시 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회사 뒤에 숲이 있었는데 숲에 사는 것들이 밤마다 불빛 아래 모이곤 하였습니다. 혼자가 아니구나. 혼자가 아님에 위로 받는 것으로 어둠을 지우고 싶어서 잠을 잘 때도 불을 켜고 잤습니다. 참 이기적이지요. 나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아닌 것들을 소모시켰던 겁니다.

시를 읽고 싶어서 내가 읽는 시를 제대로 읽는지 알고 싶어서 자꾸만 시를 읽었습니다. 시를 읽다보니 시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쓰긴 했는데 내가 쓴 시를 남들이 읽어도 시가 맞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선소감을 쓰고 있습니다. 시가 완성이 되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시가 될법한 지점에 있는 것을 뽑아 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도망가는 시를 붙잡지 못할 때가 많은데, 더 써보라고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가능성을 봐주셔서 기쁩니다.

묵묵히 지지해준 경석, 바하 그리고 성미자, 김안심 여사님 사랑합니다. 격려해주고 열심히 읽어준 니건, 은실, 지선 그리고 오총사 사랑해. 고맙습니다.

오후랑

1980년 완도 출생

목포 가톨릭대학 졸업

 

심사평 :“참신한 발상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솜씨 일품

본심에 올라온 일곱 분의 작품에서 먼저 네 분의 작품을 가려 뽑았다. 김태춘의 시는 빛나는 문장이 있었다. “자고나면 아이들이 사라지는 거야/바보 같은 바나나가 범인이라니같은 구절은 낯설고 참신하다. 오후랑의 시는 참신한 발상을 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이었으며 언어유희나 은유와 상징 사용에도 능했다.

이은정은 어떤 것이 시가 되는지는 알고 있다. 특히 낙하에서 화자의 불안한 심리를 한꺼번에 실려 온 걸음 같아/난간에 부딪히는 발소리로 표현한 대목이 좋았다. 김혜윰의 시는 특히 수술실로 들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손을 놓친 듯/나의 목소리는 끝까지 잠기고 있습니다같은 구절엔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이 중 두 사람으로 선택지를 줄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은정은 어떤 발견과 인식이 자기만의 개성에 이르지 못했다. 반전이나 재해석 없는 나열은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김혜윰의 시는 이미지나 진술들이 파편화 되었다는 점이 약점이었고, 시상을 끝까지 전개해 가는 힘이 약했다.

김태춘은 시적인 문장을 구사할 줄 알았고, 시적 감수성이 좋았다. 다만 대상 없는 저주가 술병에 쌓이고 우리는 불판 위에서 자폭 한다같은 문장은 독자가 공감하기 어려웠고, “먼지 자욱한 광고가 끌고 가는 늘어진 시간같은 경우에도 관념을 사물화 한 점은 좋았으나, ‘광고가 끌고에서 끌고에 의문표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 문장의 옥석을 가려 더 밀도 높은 시를 써낸다면,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후랑의 나방의 긍정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어떤 작품을 뽑아도 좋을 만큼 수준이 골랐다는 점에 신뢰가 갔다. 특히 조명발 좀 받아 보자고요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어요같은 엉뚱해 보이는 진술이 시적 일관성 속에서 살아있다는 게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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