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남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등등 / 김미경)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23년 전남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등등 / 김미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0회 작성일 23-01-15 20:59

본문

2023년 전남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등등 / 김미경

 

요즘 뒤에 있는 것들이 좋아집니다

 

당신처럼, M에게도 빈티지 공간 하나 있었죠 그때 M은 무척 어렸고, M을 업었던 등은 순하고 따뜻한 조도를 갖고 있었어요 잠투정하던 M이 눈물 콧물 번진 얼굴로, 그곳에다 새근새근 잠을 기대놓으면, 달빛도 베이지색 커튼을 수직으로 드리웠죠

그거 아세요

이 세상 어린 잠들은 모두 수직이 키웠다는 거

비밀스런 달의 뒤뜰도, 사다리타고 내려오듯 위에서 아래로 점점 깨어나고, 이따금 놀다가던 천왕성도, 목련꽃 켜 둔 그녀의 뒤란까지 따라왔던 초록 이파리도, 명지바람이 업어 키웠죠 달이 지구 그림자를 컬러로 인화해 준다는 뉴스가 뛰어다니던 날, M은 쓰러진 그녀를 업고 응급실로 달리던 중이었다는데요

건초처럼 가벼워진 그녀 몸이

M의 등에서 자꾸만 아래로 흘러내렸다는데요

그동안, 들판과 벼랑마다 피는 꽃이 달랐던 것도 다 그 이유였을까요 늙은 수직은 어린 수직 위에서 온전히 잠들기 어려웠을까요 그 등에는, 당신의 위급한 잠조차 기대기 아까웠던 걸까요

의사선생님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응급실에 불안한 숨을 눕혀놓고서, 시든 파 같은 그녀 등이, 그믐달보다 어둡게 식어가는 걸 보았다는 M, 어떻게 알았는지 공중을 열고 문병 온 태양도, 가로보다는 세로의 언어로 토닥이다 가고, 달도 허공에 벽지처럼 서서 회복을 기다렸다는데요

M의 빈티지 침대는

꿈속에서, 울고 보채던 어린 벼랑을 등에 업은 채

신음하다 눈 감았고요 숨진 침대를 상여가 -어영차 수거해갔죠

우리는 따뜻한 수직의 잠을 기억하는 족속들,

M을 본 건 며칠 후였습니다

잔뜩 웅크린 어깨로, 사망진단서 팔랑이는 손을 데리고 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그 앞을 스친 버스 안에는, 흔들리는 손잡이에 오늘 태어난 졸음을 기대놓은 사람들,

사람들이 저녁마다 집으로 향하는 것은, 자신의 등 어디쯤에 있는 벼랑 하나가, 어리거나 늙은 주인들을 애타게 부르기 때문, 당신이 퇴근하는 골목이 가끔씩 캄캄한 것도, 등에 업은 아기 깰까봐 가로등도 자는 척 눈 감았기 때문이죠

 

 

당선소감:"성경 말씀이 시와 저를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전혀 생각 못했던 당선전화를 받고, 하얀 밥물이 끓어 넘치듯 내 속에서 사계절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초년시절과 청년시절, 성인이 되어서까지 평생 시를 동경했지만 통성명도 못한 채 헤어지고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 저는 필리핀에 살고 있습니다. 유년의 친구를 찾듯, 어느 날, 시가 저를 찾아와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하더니 새벽에도 저를 깨워 소재들을 툭툭 던져 주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매일 그것을 공부하며 쓰는, 시와의 즐거운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놀라운 시 창작 강의 채널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명희문학TV’는 제가 먼 타국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며 어려움을 겪다가 만난 최고의 생수였고, 그 동안 모르고 써왔던 시 창작 기법에 대한 큰 배움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시에서 몰랐던 것들을 무수히 깨우쳤습니다.

이제 돌아보건대,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내게 말을 걸어주는 우주만물에게도 고맙습니다.

때로 제가 가장 지쳤을 때 손 잡아주시고 응원해주신 존경하는 스승님,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뜨겁게 시를 발굴하고 있는 시시각각과 다락방, 다줌 문우들, 앞으로 꼭 문우님들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교회 선교사님과 박시인님, 조시인님, 사랑하는 친구들 언니들 오빠 그리고 저를 아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또한 오래전 저의 어린울음과 칭얼댐을 포근하게 재워주시고 길러주신 하늘나라에 계시는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두 분의 등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음을 고백하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제 시의 손을 잡아주신 전남매일 신문사 담당자분들과 심사위원님께 진실로 감사드립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쉼 없이 더 정진하여 우주만물,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따뜻한 시인의 길을 열심히 걷겠습니다.

끝으로, 제가 주저앉을 때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한 것들의 증거라는 말씀으로, 나와 시를 특별하게 묶어주셨던 나의 목자 되신 예수님께 오늘의 영광을 돌립니다.

김미경

-1963년 해남 출생

-성결신학대 신학과 졸

-필리핀 트리니티 칼리지

-필리핀 라살대학교 대학원 과정 수료

 

심사평:시적 사유의 깊이와 상상력에 중점

책상에 쌓인 원고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삶이 팍팍한 시대에도 문학을 향한 열기는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

시적 사유의 깊이와 시적 구성, 상상력의 폭과 넓이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그중에 광합성 야구’, ‘서부 우회도로’, ‘기억제본공장’, ‘등등이 군계일학처럼 눈에 들어왔다.

광합성 야구는 아버지의 서사를 오렌지와 연결한 참신성이, ‘서부우회도로누룽지 냄새로 그려낸 그리움의 풍경이, ‘기억제본공장은 책을 제본하듯 기억을 제본해 나가는 상상력이, ‘등등수직을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표현한 점이 참신했다. 엄마의 등도 햇살도 벽도 수직성으로 어린 것들을 키워낸다는 발상의 능력과 상상력이 돋보였다.

작품들이 일정한 수준에 올라와 있어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울림의 폭이 큰 등등에 손이 갔다. 함께 투고한 작품들에서도 사회적 현상과 문제를 바라보고 새롭게 표현하는 등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소통의 폭이 큰 점도 믿음이 갔다. 큰 축하를 보낸다. 큰 시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당선되지 못한 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강대선 시인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79건 1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 0 03-27
2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 0 03-27
2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 0 03-27
2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 0 03-27
2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 0 03-27
2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1 03-13
2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 03-13
2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1 03-11
2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3-11
2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3-11
2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1 03-11
2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1 03-11
2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1 03-08
2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1 03-08
2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 03-08
2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1 03-08
2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1 03-08
2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1 03-08
2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1 03-08
2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1 02-07
2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9 1 01-31
2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4 1 01-31
2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3 1 01-31
2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2 1 01-31
2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0 1 01-31
2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5 1 01-24
2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6 1 01-24
2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6 1 01-24
2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1 01-24
2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1 01-20
2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4 1 01-15
2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1 01-15
2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1 01-15
2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1 01-15
2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7 1 01-15
2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9 1 01-15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 01-15
2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1 01-15
2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1 01-15
2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4 1 01-15
2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1 01-15
2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1 01-15
2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1 01-11
2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1 01-11
2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1 01-11
2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1 01-11
2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 1 01-11
2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 01-11
2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7 1 01-10
2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1 01-1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