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장 낮은 곳의 말言 / 함종대)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2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장 낮은 곳의 말言 / 함종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6회 작성일 23-01-15 21:04

본문

202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장 낮은 곳의 말/ 함종대

발톱은 발의 말이다

발은 한순간도 표현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나는 낮은 곳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짓눌리거나 압박받는 곳에서 나오는 언어는 어감이 딱딱하다

그렇다고 낮은 곳 아우성이 다 각질은 아니어서

옥죈 것을 벗겨 어루만지면 이내 호응한다

늦은 퇴근 후 양말을 벗으면

탈진하여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발가락들이 하는 말을 더럽다고 외면한 날이 많았다

안으로 삼킨 말이 발등으로 통통 부어오른 날도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에게 내미는 말을

나는 야멸차게 잘라내며 살았구나

오늘은 발을 개울에 데려간다

물은 지금 머무는 곳이 가장 높은 곳이라

말하지 않아도 속내를 아는 양

같은 족을 만난 듯 온몸으로 감싸 안는다

발이 내어놓는 울음인지 물의 손길인지

분간할 수 없는 감정이 봄나무에 물오르듯 올라온다

머리를 낮게 숙여 두 손으로 발을 잡아본다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는지 볼까지 흠뻑 젖었다

개울이 발의 울음소리까지 보듬는 걸 보면

오래전부터 산의 발등이나

나무들의 발가락을 어루만져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개울도 울컥거릴 때가 있어 강에 발을 담근다

바다는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듯 하구를 보듬는다

장사가 어려워 가게를 폐업하던 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뭍의 등을 철썩철썩 쓸어내린다


당선소감

농작물을 해치는 유해조수 퇴치용 울타리 지원사업이 있어 읍사무소에 밭 울타리 신청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당선 전화를 받았다. 낙선한 줄 알았는데 늦게 받은 소식이라 더욱 기뻤다. 부족한 글에 손 내밀어 주신 심사위원님, 전북도민일보에 더욱 노력하는 참신한 글쟁이 모습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고 감동 받을 수 있는 눈높이 낮은 시에 큰 울림을 새기고 싶다.

위에서 유해조수有害鳥獸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그 들은 내 글의 뿌리이며 줄기다. 지게 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다닐 때나 7km 정도 산길을 걸어서 등하교하던 시절 보았던 산토끼 고라니 멧돼지들은 지금까지 내 습작 노트 속을 뛰어다닌다. 무엇엔가 쫓기던 고라니가 건너편 산등성이까지 치달아 문득 멈춰 서서 뒤돌아보듯 마흔을 넘기며 책을 다시 잡았다. 새벽에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호사는 바라지도 않는다. 새벽 2시에 일어나 도매시장엘 다닌 지 30년 가까이 되었다. 상인들이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물건을 납품하고 4시에 우리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 현실 탓을 하며 주저앉고 싶기도 했다. 글을 포기한 날보다 한 줄 글이라고 쓴 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글감을 마음에 품고 일했다. 그러다 보니 원가 이하로 물건을 팔아 아내에게 핀잔을 듣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족한 남편을 반듯한 아비로 남편으로 포장해 준 아내 박경혜에게 당선의 공을 돌린다.

 

[심사평] :“낮은 곳에서 서로 힘이 되는 것들의 속내를 미려하게 묘사

시인은 를 매개로 사람과 사물의 본질을 구현하고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파장을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준으로 202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 673편을 읽는 동안 여러 번 행복하였다. 너무 많은 비유가 오히려 흠집을 내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했지만, 사물과 사람의 아름다움을 역량껏 드러낸 좋은 작품들은 시간을 두고 찬찬히 새겨읽고 싶었다.

여러 번 정성 들여 읽는 단계를 거쳐 1차로 선정한 일곱 작품은 서폐, 눈과 발, 가장 낮은 곳의 말, 동백낭 아래, 회색 늑대, 유성, 마두금이었다. 일곱 개의 시를 되풀이하여 읽고 난 후 서폐눈과 발, 가장 낮은 곳의 말2차로 선정하였다.

박승균 님의 눈과 발은 적절한 수사와 시적 장치들이 좋았고, 차분하게 주제를 끌고 가는 능력이 돋보였다. 뭉클한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읽을 맛도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그리고 어느 작품에선가 본 듯한 결말이 마음 한구석을 서운하게 했다.

노수옥의 님의 서폐책허파라는 독특한 소재를 온전히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능숙한 언어의 운용이 돋보이고 작품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시적 화자의 시선 처리와 묘사도 정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경합했으나 매우 아쉽게 되었다.

202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함종대 님의 가장 낮은 곳의 말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가장 낮은 곳의 말은 시상을 무리하게 전개하지 않으면서, 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매끄럽게 써 내려간 작품이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도 시의적절하였다. ‘발톱이라는 오브제에서 시작한 시적인 사유를 거침없이 확장해내는 활달함도 돋보였다. 낮은 곳에서 서로 힘이 되는 것들의 속내를 미려하게 묘사해내는 점도 작가의 가능성을 짐작하게 했다. 대한민국 시단에 무르익은 기량을 맘껏 펼치시기를 바란다.

 

심사위원:김영(시인, 전북문학관장)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3건 1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1 04-11
1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1 04-11
1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1 04-02
1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1 04-02
1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1 04-02
1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1 03-27
1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1 03-27
1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1 03-27
1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1 03-27
1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3-27
1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1 03-13
1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1 03-13
1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1 03-11
1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1 03-11
1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1 03-11
1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1 03-11
1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1 03-11
1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1 03-08
1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1 03-08
1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1 03-08
1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1 03-08
1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1 03-08
1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1 03-08
1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1 03-08
1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1 02-07
1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3 1 01-31
1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3 1 01-31
1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9 1 01-31
1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3 1 01-31
1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3 1 01-31
1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4 1 01-24
1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6 1 01-24
1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8 1 01-24
1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1 01-24
1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9 1 01-20
1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1 01-15
1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5 1 01-15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 1 01-15
1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1 01-15
1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1 01-15
1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9 1 01-15
1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3 1 01-15
1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 1 01-15
1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5 1 01-15
1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3 1 01-15
1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1 01-15
1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 01-15
1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1 01-11
1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 01-11
1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1 01-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