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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그런 온도 외 / 정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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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7회 작성일 23-01-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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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그런 온도 / 정월향

 

  보수적인 문제를 생각한다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무릎을 바꾸면서

  털이 부드럽고도 성가시구나 생각한다

  실업급여 신청하는 일, 당신에게 주말 시간을 물어보는 일, 혹은 다음에 밥 먹자고 얘기하는 것처럼

 

  이것은 안정의 문제다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머리를 비비고 다리를 움찔거리고 귀를 편안해하는

  어떤 순간은 누군가 안아주면 좋겠다는 바람, 이것은 온도의 문제, 추울 것이 뻔할 때에 굳이 나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

 

  온도는 비와 꽃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장마가 오거나 종아리를 적시거나 돌멩이가 튀어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나무는 나무만큼 풀은 풀만큼의 비를 갖는다

 

  눈곱을 떼 주던 손가락을 고양이는 기억한다 이마에 붙은 털을 손가락은 기억한다 그런 시간은 향긋하다 향기를 적은 목록에다 별 세 개를 띄우고

 

  젖은 채로 잠들거나 하늘을 향해 숨을 고를 것이다

  문제마다 푸른 빛이 새어나온다 

 

 

이해하는 식탁

 

  병 속에 담긴 저녁은 보랏빛

  아버지는 석상처럼 늠름하셨지

 

  초절임을 담그는 엄마

 

  양배추는 죽은 걸까요? 지루해진 걸까요? 이런 농담에 아버지의 흰머리가 무성해지고, 식욕은 빽빽하게도 자라는구나, 오늘도 돌아오는 핸들에 차선이 길어졌지 아버지의 말을 심고 화분을 토닥이면

 

  창백해지는 양배추와 무와 오이와 브로콜리들

 

  끌어안고 죽어가는 것과 시간을 나누어 가진 것들, 공원을 걷는 가족들은 몇 번이나 질리다가 이다지 시들었을까 화르르 뜨거워지고 우르르 식어가는 여름, 그러다 가을이 되었지

 

  귀퉁이가 깨진 화분 안에서 우리는 영원히 자라는 풀들

  병 속의 잎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아삭거리고

  보랏빛은 조금 더 바삭해진다

 

  식탁 밑의 늙은 개는 동그랗게 잠들고

  우리는 입에 걸리는 씨앗을 조용히 뱉어내었다

 


칸딘스키


 

  비에도 역사가 있습니다. 티브이를 끄며 떠다니는 것, 풍경 속에 있는 것, 그런 것들이 쏟아집니다.

 

  어린 고양이가 웁니다. 창문이 뒤틀리는 시간입니다.

 

  다리 몇 개가 떠나갑니다. 비를 밟고 갑니다. 봉지를 흔들면서 갑니다. 봉지 안에서 생각들이 부스럭거립니다.

 

  새들이 툭, , 터집니다. 곡선이 피어납니다. 노래를 지나는 발끝은 여러 갈래의 길이 됩니다. 옷 속으로 빗물이 고입니다. 새벽이 점점 가늘어집니다.

 

  창문을 다 쏟아낸 길은 과묵합니다.



6월호

 


  곡선은 종종 매운 맛을 냅니다 밤이 치약처럼 화사합니다

 

  어떤 날은 잇몸을 뚫고 뼈가 돋습니다 피가 나도 좋았습니다 날것의 냄새를 배우는

  거품이 눈부십니다

  어떤 날은 새벽이 오지 않습니다 라면을 끓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시체를 토막냅니다 흥건한 곳을 들여다봅니다 웅덩이 속의 어깨는 나른하고 무겁습니다

 

  꿈은 허공에서 뾰족합니다

 

  몇 장의 혀를 뽑아내야 인어를 이해하게 될까요 볼펜을 붙잡으면

 

  종이가 흔들립니다 어떤 날은 책상에 눈이 내리고

 

  깊이 없는 곳을 헤엄칩니다 푸름보다 더 어두운 푸른 속에서 새로 돋아나는 비늘을 헤아리면

 

  희디흰 붕대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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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향 / 2019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 부문 대상.

2021년 진주가을문예 시 부문 당선.

2022년 제24회 수주문학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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