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 당선작 (광교 외 4편 / 박다래)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22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 당선작 (광교 외 4편 / 박다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9회 작성일 23-01-24 12:11

본문

현대시 신인상 2022년 상반기 당선작 (광교 외 4/ 박다래)

 

 

광교 외 4/ 박다래

 

  미영 씨는 좋은 여동생이었다. 신도시 아파트에서 캡슐커피를 내리며 아직 죽지 않은, 혼자 죽어갈 자신의 언니를 떠올렸다. 남편과 딸은 외출했고, 미영 씨는 그들에게 일이 있다는 것을 의심했다. 창밖으로는 노란 꽃가루가 날렸다. 그것이 저층인 미영 씨의 집 창문에 달라붙었다. 노란빛을 통해 창밖을 바라보는 미영 씨. 미영 씨는 살을 벅벅 긁으며 꽃가루가 만든 문양을 바라보았다.

  집 창밖으로 무덤이 보였다. 보상 없는 비와 디 사이에 씨. 아직 살아가고 있으니까. 5월이면 보랏빛 꽃이 피는 꽃잔디가 봉분 위에서 자라났다.

  같은 동네에 사는 언니와 함께 미영 씨는 호수공원을 걸었다. 나무 데크 위를 걸으며 미영 씨는 호수공원의 호수는 어째서 두 개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북호, 남호, 동호, 서호, 수원지는 빗물펌프장.

 

  호수 아래 묻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사람들에 대해

  사람이 한 번도 죽지 않은 땅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호수공원 데크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다.

  미영 씨와 언니는 발자국을 보고 신발의 사이즈를 맞추었다.

  호수공원을 둘러싼 오피스텔의 창에는 붉고 하얀 깃발이 붙어 있다. 사주, 타로, 인생 상담. 오피스텔 점성촌. 앉아서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고 엄마들이 따라가고

 

  미영 씨는 어찌하여 그들은 삼십 년 후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가 생각을 하며 걸었다. 걷는 동안 미영 씨와 언니의 발은 한 번도 엇갈리지 않았다. 미영 씨와 미영 씨의 언니는 걸으면서 가까워진다.

 

  서로 만날 때까지 걸었다.

 

  미영 씨는

  믿음 끝나지 않는 믿음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먼 곳에서 다가와 고이는 물

  미영 씨의 남편과 딸은 모두 신분당선을 타고 있다고 한다.

  전철 어디선가 가족을 만날지도 모르는데

  미영 씨의 딸은 이제

  중간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고 한다.

  미영 씨는 소실점으로 만났다가

  다시 멀어지는 언니를 부르며 곧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찜닭 밀키트가 따뜻하게 데워진 자신의 집 벨을 누를 거라고

  아직 가족으로 함께하며

 

숲과 초원은 아파트가 건설된 후에 만들어졌다

 

 

이 도시에 언니가 살았다

창밖 인공 숲과 초원

그곳에 눈이 내리고 있다

눈은 조용하고 눈은 무겁다

나는 미지근한 머그잔을 손에 쥐고

쌓이는 소리를 듣는다

잔디 사이를 채우는 눈을 보면

젖은 곳에서 걷고 싶다

집 밖의 세계에 발을 내디딜 때까지 나는 현관문을 여러 번 열었다 닫았다

준비가 되었나요 중얼거리다

현관 앞에서 서성인다

더 이상 언니가 이 도시에서 택시를 몰지 않아도

나는 젖은 채 바깥으로 추방될 수 있다

바깥으로 밀려날 때마다 늘 언니를 떠올렸다

어디선가 언니를 만날지도 몰라

흰 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은

녹색과 주황색이래

신발을 신다가 빛을 확인한다

언제 어떤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잿빛 웅덩이가 깊어진다

길이 지워지고

나는 집에 이별을 두고 나간다

바깥의 시간이 나에게 손짓한다

젖은 곳, 젖지 않은 곳 여전히 마르지 못한 계절이 있다



수경 재배


 

자라게 하기 위해

아보카도 씨앗을 쪼갰다

보트를 타고 농장으로 가면 어린잎을 만날 수 있다고

번지는 오후의 빛, 보트 안에서


나는 물 위에 떠내려 오는 것들을 바라본다

전기 울타리에 부딪혀 기절한 새들


떨어지는 것들이 만드는 물의 파장


동심원이 넓어진다


잠자리채로 새들을 하나씩 건져내며

잠든 것들을 위해 곡식을 흘려보낸다


흐르는 물


젖은 깃털을 닦아내

햇볕에 따갑게 말린다


가느다란 새의 다리가 움직인다,

생각했는데


얇은 눈꺼풀 아래 푸른 눈동자

새들은 눈을 감고 꿈꾸지 않는다


어린잎들이 가까이 있다

나란히 바람 따라 기울어지고


떠오르며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씻을수록 선명해질까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

 

  여름에 나는 그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나는 스물세 살 여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때 나는 그 남자를 만났습니다.

 

  책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책을 읽지 않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자의 무릎에는 책이 놓여 있고 남자는 책이 놓여 있는 무릎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어느 오후의 연못에서 남자는 붉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오후의 연못, 오후의 연못의 남자. 커다란 종이 있었고 그 종은 오랫동안 울리지 않았지만 조금의 푸른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오후의 연못, 오후의 연못의 남자.

  남자는 벌을 먹을 줄 알았습니다. 남자는 부은 혓바닥을 내밀며 나를 사랑해달라고 계속 사랑해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벌을 먹지 말라고 말했지만 남자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사랑을 갈구하며 벌을 먹는 존재이기에, 부은 혀로 내 손등을 핥아주었습니다.

 

  부은 남자를 안고 뛰었습니다. 부은 혀의 남자. 혀를 입 안에 넣지 못하는 남자. 바람에 흔들리는 남자. 얼마나 뛰었을까요? 내 품에는 남자가 없었습니다. 낯익은 하얀 새가 신발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얀 새의 날갯죽지를 잡으며 나는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처음 하는 일을 아주 잘하니까요.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보호구역

 

 

  밤새 링로드를 달려 보호구역에 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자동차 바퀴에는 낙엽들의 잔해가 붙어 있었다. 젖은 낙엽, 젖은 공기. 오랜만에 돌아온 땅. 아이들이 부족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부족에서 가장 어린아이가 주머니에서 빛나는 홀을 내밀었다. 홀에 무언가를 넣으면 지킬 수 있다고, 다시 떠나기 전에만 돌려주세요. 홀에서는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손바닥 위에 홀을 올려놓고 링로드를 바라보았다. 움직이는 계절이었다. 홀에 검지손가락을 넣었다가 뺐다. 손가락엔 검은 글자들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보호구역으로 달려오던 차들이 미끄러져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

 

 

박다래 / 1991년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2022년 상반기 현대시신인상으로 등단.

 

 

|심사평|

 

이번 2022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응모에는 200여 명의 응모자들이 작품을 보내왔다.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고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벌써 3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과 막연함 속에서도 응모자들의 뜨거운 문학적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응모자는 아래와 같다.

 

김윤, 정재심, 김선유, 정보영, 박다래, 김현우, 이현정, 여진수, 김보배, 정미주, 이청요

 

이 가운데 본심 심사위원들은 김윤, 정재심, 박다래, 정미주, 이청요의 작품에 주목했다. () 최종 논의에서 박다래 씨와 정미주 씨의 작품을 두고 논의하였다. ()

 

박다래 씨를 추천한다. 박다래 씨의 시는 안정적으로 시를 이끌어가는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담담하면서도 구체적인 진술로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과 환상적인 장면 모두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깃든 시편에서는 그늘진 아름다움이 존재감을 드러냇다. 박다래의 시는 자신이 시 안에서 정해놓은 일정한 보폭으로 걷도록 독자를 설득하는 자기만의 호흡을 지녔다. 막연히 관조하지도, 그렇다고 무례하게 자기 시선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을 성찰하게끔 하는 무던한 배려가 느껴진다. 무리하게 문장을 부리지 않지만 아프고 아름답고 씁쓸한 장면들은 공감을 끌어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사유에 힘을 주기 위해 단정적인 방식으로 문장이 마무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는 점은 시인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였다. 모쪼록 우는 사람에게 좋다는 우엉차와 같은 매력(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을 많은 이들이 더불어 맛보았으면 한다. 아울러 정연한 고요함이 지나쳐 시가 지나치게 심심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조심스레 덧붙여둔다.

 

어수선한 와중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이들의 시를 읽으며 미래를 기약하는 일의 미덕을 새삼 깨닫는다. 완벽한 시를 완성하는 것만큼이나 완전한 미래에 도달한다는 것 역시 언제까지나 불가능한 일로 남을 터이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그 불가능한 사람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막연한 시간을 견디고 그 사랑의 아름다움을 우리 앞에 도래케 한 당선자 박다래 씨에게 축하를 보낸다. (안지영)

 

심사위원 : 원구식 오형엽 김언 조강석 안지영

 

—《현대시20224월호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79건 1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 0 03-27
2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 0 03-27
2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 0 03-27
2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 0 03-27
2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 0 03-27
2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1 03-13
2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 03-13
2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1 03-11
2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3-11
2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3-11
2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1 03-11
2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1 03-11
2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1 03-08
2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1 03-08
2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 03-08
2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 03-08
2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1 03-08
2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1 03-08
2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1 03-08
2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1 02-07
2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0 1 01-31
2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8 1 01-31
2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4 1 01-31
2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2 1 01-31
2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0 1 01-31
2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9 1 01-24
2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6 1 01-24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0 1 01-24
2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1 01-24
2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1 01-20
2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5 1 01-15
2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1 01-15
2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1 01-15
2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1 01-15
2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8 1 01-15
2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9 1 01-15
2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 01-15
2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 1 01-15
2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1 01-15
2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4 1 01-15
2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1 01-15
2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1 01-15
2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1 01-11
2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1 01-11
2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1 01-11
2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1 01-11
2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 1 01-11
2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 01-11
2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7 1 01-10
2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1 01-1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