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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반기 《현대시》 신인상 (가벼운 놀이 외 2편 / 문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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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2회 작성일 23-01-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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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반기 현대시신인상 (가벼운 놀이 외 2/ 문은성)

 


가벼운 놀이 외 2/ 문은성

 


  슬픔을 깨뜨리려고 몸을 움직인다 휘어졌다가 펴졌다가 휘어졌다가…… 자꾸만 달라지는 체위를 따라 슬픔은 변형되다가

반복적으로 복구된다 내 몸 안에 있어서 어디로도 돌려보낼 수 없어 이 모든 슬픔을 모든 생각을 불확실한 감각과 수십 번의 착란을

 

  자꾸만 몸을 뚫고 쏟아져 나가려는 것들은

  끝끝내 몸 안에 있어서……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빛나는 살점들이 느껴져


  몸을 토막토막 내었더니 반투명한 형광색

  액체가 흘러나왔어 살아 있거나 반쯤 죽은

  벌레들이 섞여 나왔어 몸속에서 죽은

  또 다른 내 몸이 계속 살을 파먹으면서……

  가, , 달려가 끊임없이 소리치는데


  움푹 꺼진 땅에서 불쑥

  하고 솟아오른 물웅덩이가

  사방으로 팍 쏟아지듯이

  내 물컹한 몸의

  한가운데서 자꾸만

  불쑥, 솟아오르며

  쏟아져 나가려는 조용한

  압력이 있어 재울 수 없는

  힘이 있어

  구토가 있어

  불안이 있어

  폭포가 있고 기압이 있어 눈부신

  빛의 창검으로 이루어진

  사악하고 폭력적인 나의 또 다른 내장처럼


  앞으로 넘어지고

  다시 뒤로

  쓰러지면서 마구

  넘쳤다가 다시 한곳에 담기는 나는

  나의 물질들은

  나의 감정들은

  어디에 있나

  어디에 있나

  여기 있으면서도 자꾸 사라지는

  비정형의 물질들, 반투명한 기관들


  저녁이 되었으니

  여러 개의 몸이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따뜻한 국그릇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맛있게,

  맛있게, 맛있게

  밥을 먹는다

  반복적인 동작으로


  내 자라나는 손끝이 자꾸만 툭 툭 부러져 나간다

 

 

무구한 고백

 

무릎을 꿇고

처음 드리는 기도처럼

가장 쉬운 말을 하고 싶어 처음으로

인사를 건네듯 불쑥 낯선

손을 내밀 듯 가장 간절한

한 마디를

그저 내뱉고 싶어

, 오늘은 숨이 쉬어지지 않고 어느 날은 심장이

잘 뛰지 않아 푹 꺼진 나의

신체 속에서

가득 찬 기압 속에서

늑골 속에서

들어찬 살점 속에서 짓눌린 말이, 한마디의

단순한 말이 잘 나오지 않아

고백하고 싶어 이제 놓아줘 그만 나를

살려 줘, 풀어 줘, 붙잡힌 전신의 사슬을

모두 해체시키고 가장 광활한

광장의 한복판으로 그만

경직된 나의 신체를

파열된 나의 내부를

모두 내보내 줘 가장 가볍고 단순한

고백을 하게 해 줘 떨어진

실뭉치가 바닥을 구르며 천천히

온몸의 실을 풀어내듯 가장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슬픔과 고통을 겪은 신체의 파열음으로

오늘의 호흡

오늘의 햇빛 오늘의

삶을 살고 싶어 가슴팍에 날선

파이프를 콱, 박았다 빼면 주르르

흘러나오는 상한 폐수처럼

부끄럽고 솔직한

단 한 마디의 무구한

고백을 뱉으면서

살아야 해, 살아야 해

단 한 마디의 말

단 한 번의 눈물, 단 한 번의 정확한

최후, 너무 많은 눈동자 앞에서

딱 한 번 열렬히

쓰러지면서 마지막

나의 환희를 얘기하고 싶어

 


아주 느린 겨울을 위한 발라드

  

  모든 아픔을 이겨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으니 두 개의 달이 뜨고 강이 흐른다. 거기서 머리를 감고 하품을 하고 이제 뭐 하지 이제 뭘 할까…… 민가로 내려온 짐승과 싸우다 한두 사람씩 죽어 나가고 이제 뭘 하지…… 아무것도 이겨내지 못하는 가운데 죽은 사람은 두어 번쯤 다시 죽고 죽음은 추모 되고 그의 작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비릿한 바닷물 냄새.

 

  아, 그가 죽었어. 정말 문제는 죽음이야. 하지만 다시 새가 날아오르고 새가 떨어지고 그건 마치 피곤한 새벽의 환상 같아. 늦저녁 공중에서 비바람이 흩어질 때 나의 머리는 하나의 통증에 깊게 잠식된 무거운 잠수정. 아무것도 없기에 우리는 사랑을 했다. 슬퍼하고 저주하고 죽어가다가 몇 번씩 다시 살아나곤 했다. 그건 마치 숲을 만들어놓고 한 그루씩 나무를 베어 다시 숲을 해체하는 일. 아픔을 이기려고 전적으로 아픔에 가담하는 일. 온몸을 아픔으로 만들어가면서.


  해체되고, 통합되고, 다시 해체된다. 갈가리 찢어발겨진 나의 얼굴은 약간의 얼룩으로 대체된다. 흩어지고 다시 쌓인다. 나의 몸이, 나의 몸이 비로소 슬픔이 될 때까지…… 울먹이고 물먹이다가 마침내 거대한 물방울이 되어 세계를 흘러내릴 수 있다. 해체되고 부서지는 물방울의 성질처럼 나의 몸은 두 갈래 세 갈래로 흩어지면서…… 세계를 축복할 수 있다. 불이 붙은 채 날아오르는 새들의 화력. 한밤중 앞을 가로막는 빗줄기가 흙바닥을 세차게 내리치는 힘으로 사랑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이 저녁을 이해하기 위해. 

 

  정말로 문제야…… 문제는 연구되고 변형된다. 변용을 거듭하다 변질 될 뿐이다.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려 입을 맞추는 우리 딱딱한 입술들.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하는 두 팔로 우리는 숲을 조성하고 사람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반투명한 너의 안면은 절반이 비정형의 기체로 만들어져 있으며 무한한 습도를 품고 있구나. 금방 날아갈 것이다. 죽은 자를 추모할수록 우리의 몸도 점차 산산이 부서져 공중으로 사라지는 것. , 모든 피부가 식어갈 때 이 숲은 화사한 아침과 영원한 안식을 선사한다. 아주 늦은 밤 우리 손으로 지은 집을 우리 스스로 허물 수 있을 때까지.

 

 

문은성/ 1995년 광주광역시 출생.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재학 중. 2022현대시신인상 당선.

 

 

심사위원 / 원구식 오형엽 김언 안지영



월간 현대시2022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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