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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둥근 물집 / 우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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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회 작성일 24-03-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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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둥근 물집 우정인

 

골목 어귀 잊을만하면 문을 여는 과일가게가 있다 잊히기 전에 나타나는 젊은 사내 하나와 모둥이의 걸음 수를 재는 사과가 있다 사과는 욕심이 많은 아이처럼 불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내는 맛 좀 보라고 사과 한 조각을 잘라 내 입에 들이민다 나는 깜짝 놀라 속살 속에 스미는 쓸쓸한 음각을 혀 밑에 감추었다 아직 바람도 다 익지 않은 가을인데

 

 햇살이 잘 밴 사내의 어깨에 기대는 상상을 한다 오래 전에 놓친 이슬 냄새가 날지 모른다 풋잠이 들었을 때 그의 손이 닿으면 나는 동그랗게 몸을 말겠지 상상은 순식간에 과일가게에 퍼진다 상자들이 들썩인다 하룻밤 미쳐서 그의 싱싱한 심장을 베어 먹을 수 있을까 그의 여자로 과연 그러다가 사내에게 물었다 얼마예요?

 

 주춤, 사내가 고개를 흔들며 시선을 돌린다 여섯 개 만원이요 붉음이 노랗게 벗겨져 후회로 바뀌는 순간은 아주 크고 둥근 것이라서 나는 하루에 한 알이면 일주일은 먹겠네, 재빨리 지갑을 열었다 사내가 검은 비닐봉지에 사과를 담는다 아랫배가 축 처진 봉지에 담긴 사과가 둥근 물집 같다 나도 터뜨리지 못한 물집 같은 저녁

 

 

 [심사평]  안정적 시 세계 구축변용·확장 돋보여

 

2024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180명의 914편의 시가 응모하여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 중 본심에 오른 16명의 작품들은 경기 침체와 청년 세대의 비관적 현실과 소통의 부재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으며, 시 창작의 고투와 사유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어 또한 반가웠다.

 

본심 심사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논의 대상으로 거론된 작품은 '스베뜰라나', '찰칵찰칵', '둥근 물집' 3편이다. '스베뜰라나'는 장시임에도 매력적인 진술 방식과 활달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다만 화려한 수사와 달리 주제의 선명도가 다소 미약하고 작위성이 강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찰칵찰칵'은 사물의 이면을 개성적으로 포착하는 시선과 감각적 문장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었다. 다만 주제가 미약하고 응모 작품 간의 편차가 있어 아쉬웠다.

 

'둥근 물집'은 시적 구성과 시어 운용이 소박한 반면, "사과"가 견인하는 식물적 이미지의 변용과 확장이 돋보였다. 또한, 타자와의 소통의 좌절을 통해 현대인들의 소외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오랜 논의 끝에, 응모한 시편들이 고른 수준을 선보여 안정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식물적 이미지들이 매개를 뛰어넘어 시에서 존재의 가변성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둥근 물집'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자에게는 큰 축하를 드린다. 그리고 작품을 응모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서안나 · 문태준시인

 

 

[당선 소감]  누군가의 마음에 불쑥 찾아들 시 쓸 것

 

제게 시는 불청객이었습니다. 어느 날 불쑥, 제 방문을 밀고 들어와 저를 울게도 하고 달래기도 했지요. 한 권, 두 권 시집이 늘어나고 책장에 시집이 가득해질 무렵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무례하기 짝이 없는 시는 제 방을 나갈 마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시를 쓰는 일은 호락호락 하지 않아서, 얼마만큼 저를 드러내야 하는지, 무엇을 얼마나 숨겨야 하는지 가늠하기 힘들었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제 마음이 전해졌는지 올해는 '네 삶을 함께 보자'며 좋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이제는 저를 조금 드러내어도 될까요. 이 무례한 시와 겨루어도 될까요. 깊은 슬픔을 길어 올리는 일이 미래의 고통일 수도 있겠으나 이 문을 열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누군가의 마음에 불쑥 찾아드는 무례한 시를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기쁜 소식과 함께 찾아든 아버지의 병환이 문 뒤에 있었을 줄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그리고 늘 저에게 용기를 주시는 지도교수님과 학과 교수님들, 어리석음을 지혜로 바꾸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난해는 제게 좋은 소식이 많았는데 모두 '덕분'입니다. 함께 삶을 습작하는 시반 식구들, 응원을 보내주시는 시시각각선생님,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나의 키다리 아저씨와 소연, 준우, 고맙고 사랑합니다. 울타리 안에 따뜻한 바람이 일겠습니다. 오늘은 식탁가득 향기로운 냄새를 올리겠습니다.

 

우정인 시인: 1966년 경남 울주 출생.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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