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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달로 가는 나무 / 김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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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회 작성일 24-04-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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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달로 가는 나무 / 김문자

 

달의 범람으로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 땅은

다섯 개의 줄기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품이 되었다

보름달 상현달 하현달 초승달 그믐달을 키우는

 

인천 장수동 사적 562*800년 된 은행나무

처음부터 약성이 쓴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오래된 나무는 달에서 왔다

 

달이 몸을 바꿀 때마다 은행나무의 수화는 빠르다

전하지 못한 말들은 툭 떨어지거나 노랗게 익어갔다

은행나무는 자라면서 달의 말을 하고

은행나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바닷물이 해안까지 차오르는 슈퍼 문일 때

남자는 눈을 감고 여자는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고 한다

 

오래된 나무의 우듬지는 800년 동안 달로 가고 있다

 

소래산 성주산 관모산 거마산을 거느린 장수동 은행나무

달빛이 은행나무 꼭짓점을 더듬는 농도 짙은 포즈

은행나무는 품을 여며 폭풍과 폭설을 견디는 새집이 되었다

큰 나무의 덕을 보아도 큰 사람의 덕을 못 본다는

무서운 격언을 새가 쪼아 먹을 때

뒷산까지 뿌리가 뻗은 은행나무를 뽑으면 산이 무너질까 봐

사람들은 새가 세 들어 사는 나무에게 빌었다

 

빙하기에도 살아남아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7월과 10월의 보름이면

은행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지아비 달이 걸린다

 

그때, 꿈이 많은 아이가 은행나무를 오르고 있다

 

 

[심사평]  "활달한 어법·거침없는 상상력읽고나면 가슴이 두근"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도 시심이 있기에 견디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경인일보 2024년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했다.

응모편수가 예년에 비해 줄지도 않았고 수준이 낮아지지도 않았다. 응모작품의 성향은 역사적이거나 문명의 진화이거나 하는 거대 담론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사유의 깊이가 보였다. 소소한 일상을 아름다운 서정의 그물로 건져 올리거나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을 이루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시각이 좀 더 깊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시인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숨겨진 특성을 살필 줄 알아야 감동이 살아 있는 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작품들이 독자에게 감동과 전율을 준다.

두 사람의 심사위원은 심사할 작품들을 택배로 받아서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하는 예심을 거쳐 지난달 20일에 경인일보 심사장에 모여서 당선작을 조율했다. 열 분의 작품을 놓고 몇 번씩 돌려 읽으며 새로운 어법인지, 표절은 없는지, 시어들은 울림이 있는지, 본질에 닿으려는 노력이 보이는지 등을 검토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이 김문자의 '달로 가는 나무'. 어법은 활달하고 상상력은 거침이 없으며 희망을 준다. 희망을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 발표지면이 새해 둘째 날이어서 그렇다.

첫 행은 '달의 범람으로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다섯 개의 줄기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품이 되었다'로 시작된다.

마지막 행은 '그때, 꿈이 많은 아이가 은행나무를 오르고 있다'로 되어 있다. 읽고 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당선자의 문학의 꿈이 까마득한 은행나무를 기어코 오를 것을 믿는다.

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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