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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65회 작성일 17-01-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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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뉴스 신춘문예 당선작

 

눈보라

강태승

밖에는 죽어라 무너져라 눈이 내리고
찬바람은 빈틈으로 칼을 들이미는
너덜너덜한 신발들만 모인 식당
옆 탁자에서 한 사람은 명퇴자이고
한 사람은 명퇴하여 사업 중이고
한 사람은 명퇴 대상자라는데
펄펄 끓는 선짓국이다
처음엔 꽃송이를 주고받다가
말과 말 사이 핏물이 보이더니
칼을 쥔 것처럼 솔직한 손짓발짓에
누룽지 까맣게 탄
이야기 내 술잔에 배인다
딸이 고3인데 명퇴하였다는
아들이 대학2학년인데 명퇴금으로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사기당해 다시 취직했다는
노모가 암에 걸렸는데 명퇴 대상자라는
날고기가 안주로 배달된다
살점 떼어 주는 것처럼 권하는 소주
어린 사람은 피처럼 받아 마신다
금세 꽃이 다아 떨어졌는지
대화가 묵처럼 엉키고
컴컴한 데에 못질하는 소리
관棺뚜껑처럼 깔리는 눈꺼풀
이때다 하고 창문 후려지는 눈보라,
나이 든 사람이 소주잔을 중앙에 놓는다
다시 놓인 선짓국
나도 문제를 가로질러
막걸리를 사발에 부었다
눈보라가 팽팽하게 들이치다 도망가고
멀어지다가 죽은 듯이 펑펑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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