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선자에게 의뢰된 작품들은 시심으로 보면 공들여 가다듬은 흔적이 역력하지만 감각이나 인식으로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그만그만한 수준의 성취였다. 모름지기 신인이라면 참신함은 물론이지만, 시로써 자신에게 되물으려는 질문 또한 절절해야 할 것이다. 투고된 시편들의 스펙트럼이 연륜의 다채로움만큼 넓지 않았다는 것도 심사자에겐 유감이었다. 마지막까지 논의로 남았던 작품은 김태인 씨의 「안개 서식지」, 김정윤 씨의 「캥거루주머니 속으로」, 박예신 씨의 「새벽 낚시」, 이윤정 씨의 「모자는 만년필을 써본 적이 없다」등이었다.
김태인 씨의 시편은 집요한 비유의 힘이 습작의 공력을 느끼게 하지만, 체화되지 못한 관념이 시를 유연하게 끌고 가려는 동력을 어딘지 모르게 경색되게 한다. 각박한 의욕보다 비약이 가능하도록 여백을 남겨놓는 지혜가 때로는 소중한 것이다. 김정윤 씨의 시편은 정감이나 의식이 가 닿는 지향에서 어느 정도 견고한 시의 토대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응시의 대상과 시적 의도가 각각 다른 주파수를 갖고 있는 듯, 일체화되지 못하는 어색함이 화려한 수사를 공허한 독후에 빠지게 만든다.
이윤정 씨의 시편에서는 서로 무관한 사물들이 포개지며 자아내는 맥락의 삼투가 돋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앞에 언급한 분들에 비해 당선의 수준에 훨씬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사변적인 주제조차 사물의 구체성에 풀어 넣으려는 주체의 시선은 마지막까지 심사자의 판단을 기우뚱거리게 했다. 그러나 시의 대상들이 제 본분을 지켜내도록 비유의 상호성을 끈기 있게 살폈으면 하는 아쉬움을 안게 하는 것이 흠이었다.
박예신 씨의 시편은 시의 미학을 의식하는 문제적 시선이 옅은 대신 해맑고 풋풋한 정감이 잔뜩 묻어나는 시편을 선보인다. 이는 노력해서 얻어낸 습작의 결과가 아니라 그 나름의 재능이 시적 형상성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경우가 아닐까 판단되었다. 그리하여 이 응모자의 세계는 이즈음 신인들이 보여주는 장황하고 난삽한 수사적 중첩에서 한 걸음 비켜선다. 아쉽다면 수사적 평면성을 떨치고 저만의 개성으로 부피가 부조되는 시의 구상력을 함께 건사하는 일이다.
숙고 끝에 박예신 씨의 「새벽 낚시」를 당선작으로 밀어올린다. 습작의 연조로 보아 앞으로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려는 것이다. 당선을 축하하며, 각고의 정진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