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 오서윤 첫 시집 (천년의 시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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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윤(본명: 오정순)
2011년 천강문학상 시부문 수상, 2013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당선, 201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당선, 202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 2020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시부문 수혜, 2021년 목포문학상 시부문 수상.
오서윤 시인의 첫 시집 『체면』이 시작시인선 0413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헛된 수사”를 덜어 낸, “대상에 닿을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탁월한 시적 언어를 구사하여, “서정이 가진 힘의 본령이 대상에 대한 주시로부터 출발한다는 진실”(「해설」)을 향해 독자들을 이끈다. 해설을 쓴 임지훈(문학평론가)은 오서윤 시인의 시적 언어에 대해 “일상적 순간 속에서 시적 대상을 올곧이 바라보며, 대상에 숨겨진 말의 주름을 펼쳐 내어 역사화시키”며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자그마한 순간을 시적 언어로 승인해 내는 작업”을 수행한다고 평한다. 이는 “오서윤의 시적 언어가 생의 미미한 편린 속에 숨겨진 미미하지 않음을 견인하는 시각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면서, 그에 대한 시선을 손쉽게 거두지 않고 끝까지 견지함으로써 미학적 진실을 피워 올리는 지속력 또한 갖추고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오서윤의 시적 언어가 거듭 추구하는 것이란 바로 대상에 대한 우리의 시선 속에 하나의 틈을 새겨 넣는 일인 셈”인데, “우리가 오서윤의 시를 통과하여 다시금 낯익고 미미한 것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자리에 오래도록 기거해 온 작은 신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오서윤 시인의 시편들은 새롭고 낯설다.
나날의 구체적 일상을 소재나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새롭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가령 “턱을 괴면 손바닥엔 호박처럼/ 받쳐 줘야 할 씨앗들이 촘촘히 들어찬다/ …(중략)…/ 턱짓으로 불러 모은 생각 대부분은/ 입 안쪽에 감춰 둔 뾰족한 말들”(「곰곰한 호박」)처럼 시인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 때문이다.
요컨대 시인 특유의 개성적인 언어 조합과 배열의 방식이 주목을 끄는 것이다.
또한 시안은 매의 눈처럼 매섭고 날카로워 현상 이면의 비의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각성의 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령 번개에서 “밝은 뼈”를 보고 “저 뼈는 추적추적 빗줄기가 살이다”라고 말하고 나서 “상상의 짐승”(「번개」)을 발견하는 능력은 의외의 놀라움을 안겨 준다.
시인의 “숨은 표식들”을 찾아 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 이재무 시인
오서윤 시인은 도처의 사각지대를 읽어 내는 반사경 같은 눈을 가졌다. 막다른 골목을 오르며 성난 말처럼 달리다 넘어지고 마는 배달 오토바이가 그녀 앞을 지난다. 가드레일에는 여전히 “시간과 속도와 파손의 자국들이” 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빠르게 추락”했을 흔적이 난무하다.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야 할 타이밍을 놓친 것들은 가드레일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생존을 위해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이곳은 우리의 현재다. “빗방울 속에 반나절치 품삯이 고였다 떨어”졌다 터지고 마는 것을 망연자실 바라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어떤가. “궂은 날은 공구를 캐스팅하지 않고” 공구들 또한 그들을 캐스팅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불꽃을 분해하고 조립”하며 “전선을 타고 다니는” 스파이더맨 같은 남자도 우리의 가장이다.
“낡은 시선만 가득한 풍경”에는 저마다의 고통과 상실의 흔적이 있다. 시인은 그들의 방과 그들이 드나드는 골목과 작업 현장에 우리를 데려간다. 그들이 되어, 그들의 삶을 겪어 봄으로써 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알려 주는 것일까. 시인의 문장에는 공생과 상생의 미학이 있다. 누군가 바라보지 못한 ‘각도’에서 ‘속도’를 조절해 가는 그녀의 시선이 치밀하고 섬세하다. 이것이 그녀 시의 행간에 잠시라도 머물러야 할 이유다. / 이송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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