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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하 시집 <오렌지 나무를 해답으로 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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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0-01-03 09:16

본문

뫼르소의 시간 (2)

 

최지하

 

 

틀림없다

그늘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우편배달부는

시간과 시간이 아닌 것들 사이에서 시곗바늘은

아침과 밤이 바뀌는 계절을 기다린다

 

햇빛을 견디지 못하는

도시의 창문은 모두 닫혀 있다

 

이 도시의 왼쪽과 오른쪽은 서로 다른 하루가 지나가거나  

창문 바깥의 사람들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

당신 아닌 사람이 없다

 

계단에 앉은 한 남자는 길이가 다른 계단을 접어

당신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통로를 옮긴다

괄호 안의 먼 곳은

언제나 부재하는 당신

 

여자를 죽인 난폭한 꿈에서

딱 한 번 눈이 마주쳤지만

그러나 들켰단 증거는 없다

 

개와 함께 의자에 남은 오후와

정해진 시간마다 당신을 빠져나가는 여행자만 있을 뿐

 

세상이 온통 두 시라면

당신은 올까?

 

 

 

이해한다는 것

 

 

 

어떻게 뜻밖의 너를 찾아가냐구요

내가 기르던 행성에서 연필심처럼 사라져 버린

오렌지나무를 해답으로 칠게요

 

 


춘천처럼

 

 


슬픔은 대부분 후생성이다 불가능의 저편에서 태어나는 모의 같은 그것들 맨 처음이었을지 모를 입맞춤을 무사히 치르고 온 다음날 유리창에 피었던 춘천처럼 나를 인력引力하던 지루한 말들이 종이비행기를 접던 새벽 두 시마냥 엉금엉금 지나갔다


춘천에 대하여 침묵하거나 안개처럼 두껍게 발설해도 좋았다 표정을 내다버릴 때도 춘천을 이용하라고 일러주고 싶었지만 바라보는 쪽으로 짧아져 가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시작의 지점을 기억해 내는 사실도 어쩌면 그런 일

보살핌 없이 자랐던 이불 속의 발같이 뚜렷한 사실을 맞닥뜨려야 할 때도 춘천의 안개보다 먼저 태어난 후생이 따라와 있었다 너무 늦게 찾아온 어떤 일의 뒤에서 부터
먼 주소를 향해 슬픈 비행을 시작하려는 물방울이거나 눈물의 이름이 춘천으로 불리는 동안 투명하지 않은 것을 향하여 전부를 걸어버린

 

이 불투명한 저녁처럼 

 

 

             ⸺시집 오렌지나무를 해답으로 칠게요(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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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하 / 충남 서천 출생. 광운대학교 대학원 졸업.  2014무등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꼭 하고 싶은 거짓말』 『오렌지나무를 해답으로 칠게요.



최지하 시인의 환상-시는 무척 매혹적이다. 그는 자신의 실존을 지우고 그 속에 무수한 인물들 혹은 사물들을 배치하는, 다시 말해 배우-되기의 삶을 시 쓰기를 통해 실현한다. 물론 이러한 가면-이미지가 시인의 삶을 잠시 멈추게 하고 자신이 짊어져야 할 무게를 내려놓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시인의 배우-되기는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버린다.

그런 면에서 시인의 환상은 자기-창출인 동시에 자기-파괴적 성격을 지니는 바, 이러한 모호하고 미묘한 흐름이 오히려 작품의 내적 긴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살인의 배역이 주어지길 바랐던 주인공은 극이 끝날 때까지 자신은 죽지 않아야 하는 구성이 맘에 들지 않았을 거야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안전하게 사라지고 싶었던 거야”(침대만 있는 방)라는 문장의 주체는 시인이자 극중 살인자-배우이며, 최지하 본인이겠지만, 세 인물 중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지 않아 문장은 주체를 삼켜버린다. 익명이 되어버린다는 말이다. 시인의 환상은 문장에서 나와 문장으로 다시 되돌아가며, 여기서 주체는 사라진다. 이것이 시인이 숨겨놓은 작시법의 마지막 비밀이다. (*)

 

박성현(시인)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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