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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시집 <연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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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20-01-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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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장이

 


왜 벽만 보이는 걸까

벽이 내 앞을 가로막아 설 때마다

활짝 웃는 장미꽃무늬 벽지를 바른다

간혹 다 떼어내지 못한 가시발톱이

줄을 세우기도 하지만

무작정 그 위에 연꽃 도배지를 눌러 바른다

삶이 뿌리는 저 검은 그림자들

앞을 보나, 뒤돌아보나 벽이 길 막고 서 있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 애증과

꽃과 꽃가시 사이

해맑은 웃음과 눈물 사이

모든 틈새에 벽지를 발라 위장해야 한다며

없는 벽, 쌓기도 하는 난 허술하고도

시시한 시, 도배장이

 

 

 

날치

 


가슴지느러미가 커서

날아오르면 하늘이 보일 줄 알았지

아님 떠나온 바다라도 잘 보일 줄 알았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탱자나무 가시기도 했지만

한참 뒤 깨달았지

내 날갯짓은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 악다구니였다는 것을

그 힘으로 잠시 튀어 올랐을 뿐이라고

빛이라는 덫에 딱 걸리기 좋은

바보!

시인은

날개 없이도 날아오를 수 있다는 걸

사유라는 날개는 하늘 끝까지

아니 그 뒤안길까지

하루 몇 번씩이라도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 또 애써 날개를 펼쳐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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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시인은 일곱 권의 시집을 내기도 했지만 문학과 접목되는 장르의 공연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스스로 미학적 삶을 꾸미며 자신의 사유들이 시간의 흐름을 통해 맑게 정제되는 경지에 이를 수 있기를 지향해 온 것 같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시인으로서, 여자로서, 자식으로서의 존재론적 자각 또는 관계의 자각을 하게 되었고, 자연과 생명에 대한 자각을 포함해서 세상의 허위를 벗어버리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의식은 깨달음으로 나아가고 그녀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허망하거나 이상적인 지향점이 아닌 삶의 옹이를 어루만지는 인간적인 지점임을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된다.

정숙 시인의 시는 쉽게 읽히는 것은 쉽게 읽히는 대로, 모호한 의미를 갖고 있는 시는 모호한 대로 나름의 철학을 부여하며 깨달음의 미학을 투영시키고 있다. 가깝게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나아가서는 사물로, 대상으로, 타자로, 세계로 확장되는 자각과 인식, 발견의 미학과 깨달음의 아포리즘이 집대성되어 있다. 어느 정도 삶에 대한 이력이 붙은 후에 얻어지는 빛나는 훈장들을 달고 더 큰 삶, 더 큰 세계가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 박현솔(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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