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시집 <철령으로 보내는 편지> > 신간 소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신간 소개

  • HOME
  • 문학가 산책
  • 신간 소개
(운영자 : 카피스)
 

☆ 제목옆에 작가명을 써 주세요 (예: 작은 위로 / 이해인)

정호 시집 <철령으로 보내는 편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7회 작성일 20-01-30 16:04

본문

다운로드


정호

 


 

보문사 뒤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에 속눈썹 한 터럭으로 들러붙었다가

되내려오는 가풀막 갈림길

무릎높이 표지판 붉은 글씨

내려가는길

下向路

DOWN ROAD

 

순간, 무얼 다운받을까 자꾸만 다운로드 되는

생각의 꼬리들

눈 아래 해변엔 밀물이 몰려와

갯벌 배경화면도 이내 다운되어 버린다

저 멀리 뻘밭에 발목 잡힌 폐선 주위로 떼 지은 갈매기들

석양 해상도 조절하느라 날갯짓 분주하다

보문사 향해 천천히 다운로드하는 길

끈 풀린 신발이 와이파이 존에서 무선마우스다

두 발 번갈아 클릭하며

IMAGE.GIF 파일을 절마당 바탕화면으로 다운로드한다

 

 

 

시작 노트) down road download, 우리말 읽기로는 모두 다운로드이다. 보문사 뒤편 낙가산의 눈썹바위를 보고 내려올 때 산길 안내표지판을 보면서 느낀 시상을 내 머릿속으로 다운 받는다.

 

  

巴串


정호

 


  화양 제9巴串에 이른다 계곡에 바윗돌을 주렴처럼 꿰놓은 듯하다 하여 巴串파천이라지만 땅이름 곶을 붙여 巴串파곶이라고도 하고 물줄기가 바위를 뚫는다 하여 巴串파관이라고도 한다

 

 파천, 파곶, 파관, 어느 이름으로 불러야 하나 명칭이란 자존의 또 다른 이름일 터. 그게 구분만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산이며 강 무슨 천이며 계곡이면 어떤가 불러주는 이름과는 관계없이 산은 제 있어야 할 자리에 솟았고 물은 제 갈길 쉼 없이 흘러간다 계곡으로 흐르다 제 분수에 맞게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된다

 

 아명으로 별명으로 본명으로 필명으로, daum 카페에서 노닥거릴 땐 닉네임으로 Naver 블로그에선 또 다른 익명으로 불리는, 어느 것 하나 이름값 제대로 못하는 내 이름. 내 언제 서야 할 자리 찾아 산으로 솟고 물길 따라 낮은 데로 흘러가는 냇물이 된 적 있던가 그 물길 따라 흐르다 함께 어울려 출렁이는 강물이 된 적 있던가


 문득 낯설어진 내 이름들이 巴串 너럭바위에서 물미끄럼 타며 굴러내린다 얼굴마저 생소한 내가 물길 따라 잘도 흘러간다 속절없이 찰찰찰

 

 

 

시작노트) 우암 송시열이 화양계곡에 은거할 때 너럭바위에 巴串이라고 새겨놓았다. 후대의 사람들은 흔히 파천이라고들 부르지만, 혹자는 파곶이라고도 하고, 간혹 파관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명칭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중요한 건 존재 그 자체인 것을, 사람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추천글


4-1

 

정호 시인에게 여행은 발견으로서의 여정인 듯하다. 탐석가이기도 한 정호 시인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발견이 함의하는 주된 의미는 누구나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나칠 수 있는 것에 머물러 남들이 볼 수 없었던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일 것이다.

탐석인이 돌에 머무르는 반면에 시인은 궁극적으로 말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다. 말에 머무른다고 하지만, 말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말의 자유를 꿈꾸는 것이 시인의 시인다움일 것이다. 말의 자유를 꿈꾼다는 것은 말에 묻은 일상의 때를 씻어내는 일이다. 감옥에 갇힌 언어를 석방시키는 일이다. 석방시킨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보석(保釋)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시인이 언어를 다루는 일은 일상의 감옥에 구금된 언어에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라 할 것이다. _육근웅(문학비평가)의 해설에서

 

 

4-2

 

정호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사물의 이름과 속성을 묻고 질문하는 과정이 시의 본령을 찾아가는 원근법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풀어가는 방법 또한 매우 유니크하다. 예컨대 명명법(命名法)이나 조어법(造語法) 등으로 사물의 이름을 다시 규정하거나,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살려내려는 순전한 이기심, 청각적 언어 감각을 통한 언어유희까지 정호 시인은 언어를 마치 퍼즐처럼 나열하고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시의 한계와 시인으로서 자신의 한계를 동시에 실험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정호 시인은 우리의 역사, 전통문화, 지명(地名), 고전 작품 등을 빈번하게 차용한다. 이 소재는 현재적 관점에서 가치를 재생산하여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며 패러디와 상호텍스트성으로 확장된다. 이 기법으로 인해 일련의 시들은 사회적 문맥으로까지 확산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또 생활인으로서 정호 시인이 체감한 시편들은 생의 형식을 빌린 시의 형식이 되어 성찰의 진경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렇게 정호 시인은 자신의 처소에서 동시대 사람들이 직조해내는 삶의 무늬를 읽어내며 시에 성실히 복무하고 있다. 평범 속에 깃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시적 가능성을 읽어가는 모습은 정호 시인이 스스로 선택한 시의 업()이며 삶일 것이다. _시인/김나영(한양대)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