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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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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2회 작성일 20-01-30 16:12

본문

국밥

 

이재무 

 

매번 고인께는

면목 없고 죄스러운 말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먹는

국밥이 제일 맛이 좋더라

시뻘건 국물에 만 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괜스레 면구스러워 슬쩍

고인의 영정 사진을 훔쳐보면

고인은 너그럽고 인자하게

웃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베푸는 국밥이니

넉넉하게 먹고 가라

한쪽 눈을 찡긋, 하더라

늦은 밤 국밥 한 그릇

비우고 식장을 나서면

고인은 벌써 별빛으로 떠서

밤길 어둠을 살갑게 쓸어주더라

 

 

우리 시대의 더위


이재무

 

 

우리 시대의 더위는 갈 곳이 없다

 

백화점에서 쫓겨난 더위가,

 

식당가 커피숍 사우나 지하상가에서 문전 박대당한 더위가,

 

은행가 의사당 법원 도청 시청 군청 동사무소 관공서에서 내몰린 더위가,

 

교회와 성당과 절에서 부정당한 더위가,

 

버스 전동차 기차 승용차에서 거절당한 더위가,

 

극장 도서관에서 거부당한 더위가,

 

학교 학원 회사에서 퇴학 퇴원 퇴출당한 더위가,

 

꽃집 빵집 어린이집 예식장에서 내쫓긴 더위가

 

유기견 혹은 좀비가 되어

 

악에 받친 채 거리로,

 

골목으로 공원으로 역전 대합실로 광장으로 고시원으로 벌방으로

 

떼 지어 다니고 있다

 

언젠가 더위가 미쳐 날뛰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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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시인의 시는 매우 진솔하고 떳떳하다. 울분을 격정적으로 말할 때나 스스로 허물을 고백할 때 모두 그렇다. 그래서 시집 한가운데에는 거짓이나 꾸밈이나 숨김이 없는 한 사람이 굽힐 것 없다는 듯이 서있다. 나는 이 한 사람의 가난과 눈물과 추억과 참회와 낭만과 싸움과 연민과 사랑의 시편들을 읽으면서 웃고 운다. 여러 말을 늘어놓지 않고 곧장 쳐들어오는 시편들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그리하여 또 웃고 운다. 뿐만 아니라 시인의 시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깜짝 놀라게 한다. 가령 더욱 차갑고 투명해진 개울물 소리 얻어다가 문장을 지으리”(노래)라고 쓴 시행이나 헝겊 쪼가리들// 누빈 옷처럼// 옹색하게 마련한// 두세 평 그늘”(한낮)이라고 쓴 시구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시 짓는 그때에 무언가 초월적 직관의 특별한 은혜를 입은 성과라고 해야 할 것만 같다. 이런 빼어난 시구를 만나면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시를 쓰고 출판 일을 하는”(실존주의) 이재무 시인의 신작시를 기다리는 애독자이다. 시인은 불쑥 눈에 밟히는 시를 쓰리라// 죽기 전에 하늘이여!”(죽기 전에)라고 적었는데, 이미 이재무 시인의 시는 내게 잊히지 않고 자꾸 눈에 떠오르는, 간절하게 눈에 밟히는 시이다.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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