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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덕 시집 <새,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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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2회 작성일 20-02-25 09:26

본문

               겨울 저녁

 

 

겨울이므로 난해하다

저녁이므로 수상하다

 

하얀 뼈들의 조립, 겨울

수많은 기호의 어스름, 겨울

 

내 바깥 풍경이 안 풍경을 만나

갈 데까지 갔다

 

회색의 사각지대

차디찬 손

점으로 박힌 집

 

눈동자가 눈동자를 밀어내는

극지체험이라고 말하면

이 어두움을 얼음 뼛속의 찬가로 풀이할 수 있을까 

 

 

수면양말

 

 

겨울이 내다 버린 개

추위와 외로움을 생식으로 먹는 떠돌이

 

추운 것과 외로운 것은 하나의 색소를 지녔다

그 하얀 피의 통로

 

이곳은 어디, 어디쯤인가

익혀온 바닥에서 눈보라가 친다

어떤 손끝도 닿지 않는 한데다

 

이런 기분은 밑이 빠진 채 고약하다

그렁그렁한 분위기로 나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사라진다

 

누군가의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게 바로 나라면

누군가의 말꼬리조차 붙잡을 수 없다면

 

내 심장이 걸레뭉치처럼 바닥에 던져진다면

내 말이 막힌 출구에서 겉돈다면……

 

춥고 외로운 서사들이 잠을 보챈다

눈을 뜨고도 쏠려가는 잠, 차가운 피와 함께 있어도 따뜻하게 흘러내리는 잠

두툼한 털, 넓은 품, 익살스러운 눈사람인 잠의 숙소에서

야성의 본능을 잊어버린 개

 

겨울, 차가운 누군가의 이름으로 지어진 성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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