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 박은영 시집 > 신간 소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신간 소개

  • HOME
  • 문학가 산책
  • 신간 소개
(운영자 : 카피스)
 

☆ 제목옆에 작가명을 써 주세요 (예: 작은 위로 / 이해인)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 박은영 시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0회 작성일 20-03-05 10:00

본문

책소개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2관왕에 당선되어 화려하게 등단했던 박은영 시인이 첫 시집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를 출간했다.「모자이크」(1부), 「발코니의 아침」(2부), 「인디고」(3부), 「토구」(4부) 를 비롯한 52편의 각각의 특색을 가진 시들로 13편씩 묶어 4부로 나눠 수록되어 있다. 추천사처럼 박은영의 이번 시집은 체험하지 않았으면 표현할 수 없는 간난하고 신산한 삶을, 학습만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연금술사적 언어로 그려내고 있어 시는 읽는 독자들을 그의 시 속으로 가만가만히 삼투시켜 감동을 선사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박은영

저자 : 박은영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발코니의 시간」)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인디 고」)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제1회 농어촌희망 문학상(「쑥」),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부문 대상 (「북촌리의 봄」), 제2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대상(「토 구」), 제9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보수동 골목」)을 수상했다.



출판사서평


박은영의 시에는 미학이 있고 그와 함께 고단한 삶의 현장이 짙게 배어있다. 이 두 부문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시가 「모자이크」다.

모자 가정이?되었다?
정권이?바뀌고?수급비가?끊기자?
국밥?한?그릇?사 먹을?돈이?없었다?
아홉?살?아이는?식탐이?많았다?
24시간 행복포차식당에서?두루치기로?일을?하고?
눈만?붙였다가?
등만?붙였다가?
엉덩이만?붙였다가, 부업을?했다?
아이가?손톱을?물어뜯을?땐?
국밥?먹고?싶다는?말이?나올까봐?
야단을?쳤다?
반쪽짜리?해를?보며?침을?삼키던?아이는?
일찍?침묵하는?법을?배웠다?

찢어진?날들을?붙이면?어떤?계절이?될까?

내가?있는?곳은?
멀리서?보면?그림이?된다고?했지만?
밀린?인형?눈알을?붙이며?가까이?보았다?
초점이?맞지?않아?희부옇게?보이는?내일,
아이의?슬픔이?가려지고?
조각조각, 조각조각
깍두기?먹는?소리가?들렸다
-「모자이크」 전문

「모자이크」에는 아홉살 아이와 엄마(모자 가정)의 삶이 미학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모자 가정이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생활 경제적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 시에서도 역시 편모는 24시간 포차식당 등에서 두루치기로 허드렛일과 부업을 하지만 아이에게 국밥을 사줄 여력도 없다. 찢어지게 궁핍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모자 가정은 일반적인 용어인 편모 가정이나 시사 사회적 용어로 많이 사용되는 결손 가정 혹은 싱글 맘 등과는 유사하지만 다르다. 국가의 경제적 수혜, 즉 모자 가정 혜택(한부모 가정 혜택)받을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용어이다. 이 시에서도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에서 받던 모자 가정 혜택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곤궁한 삶의 현장 용어다. 이 간난한 삶의 현장에서도 박은영의 타고난 미학적 재주가 드러난다. ‘모자이크’와 ‘모자 가정’이란 서로 무관한 개별적 용어가 시 속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한 편의 훌륭한 시를 완성시키고 있다. 네 글자 중 앞 두 글자의 음만 같고 뜻은 전혀 다른 「모자이크」를 시의 제목으로 모셔 와서(「모자 가정」을 제목으로 정해도 충분하기에) 모자 가정 삶의 고단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 조각조각 붙여서 만드는 모자이크와 조각조각 잘라서 만드는 깍두기의 이 ‘조각조각’이란 부사어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 낱말의 병치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이어 깍두기 먹는 소리는 자연스레 국밥 먹는 소리로 치환되고. 모자이크로 희부옇게 처리되어 가려진 아이의 슬픔은 조각무늬 그림으로 치환되고.

필리핀의?한?마을에선
암벽에?철심을?박아?관을?올려놓는?장례법이?있다
고인은
두?다리를?뻗고?허공의?난간에?몸을?맡긴다
이까짓?두려움쯤이야
살아있을?당시?...이미?겪어낸?일이므로
무서워?떠는?모습을?찾아볼?수?없다
암벽을?오르던?바람이?관?뚜껑을?발로?차거나
철심을?휘어도
하얀?치아를?드러내며?그저?웃는다
평온한?경직,
아버지는?정년퇴직?후?발코니에서?화초를?키웠다
생은?난간에?기대어?서는?일
허공과?공허?사이
무수한?추락?앞에?내성이?생기는?일이라고
통유리?너머의?당신은?그저?웃는다
암벽?같은?등으로?아슬아슬?이우는?봄
붉은?시클라멘이?피었다?
막다른?향기가
서녘의?난간을?오래?붙잡고?서있었다
발아래?아득한?소실점
천적으로부터?훼손당하는?일은?없겠다
하얀?유골?한?구가?바람의?멍든?발을?매만져 준다
해?저무는?발코니,
세상이?한눈에?보인다
- 「발코니의?시간」 전문?

이 시집의 1부가 고단하고 궁핍한 소재의 시들로 주류를 이뤘다면 2부는 죽음과 연관된 소재 시들로 묶었다. 2부 첫 시인「발코니의?시간」은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당시 황동규-정호승 심사위원의 평은 아래와 같다.


‘삶의 고통에 대한 견딤이 죽음의 고통 또한 견디게 해준다는 중의적 의미가 내포된 시다. 정년퇴직한 뒤 발코니에서 화초를 키우는 아버지의 현재적 삶과 암벽에서 풍장의 과정을 겪고 있는 죽음의 삶을 발코니의 통유리를 경계로 대비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동일성을 깨닫게 해준다. 자연적인 해체의 과정을 견디는 풍장 그 자체가 바로 오늘의 삶에서도 가장 요구되는 인내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관념성을 풍장 문화라는 구체성을 통해 나타내고 있는 점이 이 시의 힘이자 장점이다’

박은영 시의 특징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시다. 「모자이크」에서 모자이크와 모자 가정을 서로 유기적로 잘 이어놓았듯이(상호 텍스트성) 이 시에서도 필리핀 한 마을의 암벽 장례풍습과 아파트 발코니에서 화초를 키우는 아버지의 삶을 상호텍스트성으로 잘 연결하고 있다.
쥘리아 크리스테바는 상호텍스트성에 대하여 "모든 텍스트는 인용구들의 모자이크로 구축되며 모든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를 받아들이고 변형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박은영은 상호텍스트성 시 작법에 탁월한 시인이다.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뉴기니섬과 오금행 열차 등)


빈티지 구제 옷가게,
물 빠진 청바지들이 행어에 걸려 있다
목숨보다 질긴 허물들
한때, 저 하의 속에는 살 연한 애벌레가 살았다
세상 모든 얼룩은 블루보다 옅은 색
짙푸른 배경을 가진 외침은 닳지 않았다
통 좁은 골목에서 걷어차이고 뒹굴고 밟힐 때면
멍드는 건 속살이었다
사랑과 명예와 이름을 잃고 돌아서던 밤과
태양을 좇아도 밝아오지 않던 정의와
기장이 길어 끌려가던
울분의 새벽을 블루 안쪽으로 감추고
질기게 버텨낸 것이다
인디고는
인내와 견디고의 합성어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
애벌레들은 청춘의 옷을 벗어야 한다
질긴 허물을 찢고 맨살을 드러내는 각선의 방식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대생들이
세상을 물들이며 흘러가는 저녁의 밑단
빈티지 가게는
어둠을 늘려 찢어진 역사를 수선하고
물 빠진 허물, 그 속에 살았던 푸른 몸은
에덴의 동쪽으로 가고 있을까
청바지 무릎이 주먹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다
한 시대를 개척한 흔적이다
-「인디고」전문

3부의 첫 시는 인디고다. 처음 시인이 명명한 시집 제목이 이 시 속에 들어있는 『인디고는 인내와 견디고의 합성어』였다 그만큼 시인이 애착을 가진 작품이리라. 2018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이 시의 심사평(소재호)을 들어보자.

‘인디고’는 쪽에서 나온 남색이라 했다. 색깔을 시 제목으로 내거는 자체부터가 이미 범상함을 벗는다. 이 시는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절제된 감성으로 주조된 서정성을 바탕으로 어둔시대를 견인하는 서사적 정경이 오버랩된다. 블루의 색소가 인상적으로 내비치며 인상파 그림의 구도와 명암이 쉬르리얼리즘의 경역도 넘나든다. 제재들은 자꾸 대칭하며 조화해가는, 아이러니와 패러독스가 시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청춘이 선호하는 낡은 청바지...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그리고 얼마나 심대한 이미지의 부딪침인가. 현대의 세대가 옛 세대를 끌고 와서 한 시공에 두어 충돌과 융합을 자아낸다. 결기 높은 시이다. 청바지는 낡아서 무릎이 나와야 한다. 이 청바지는 그대로 상징성의 총화이다.동서양의 만남이며 이는 또한 시공을 달리한 문화의 충돌이자 혼융이다. 이 때 하의 속 애벌레가 절묘한 시점에 등장한다. 애벌레는 장차 성충이 될 터이다. 매미처럼 어둠을 털고 일어나 허물을 벗고 마침내 푸른 미래의 하늘을 날 것이다. 어둠을 늘려 찢어진 역사를 수선하고...한 시대를 개척한 흔적”의 시구가 청바지에 얼마나 적확하게 부합하는가.

길의 역사는 냄새로부터다
아버지, 말(言)의 배설물을 어디서부터 굴리고 왔나요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숱한 말의 세계
당신은 경단 같은 그림자 안쪽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
배설하는 자들은 따로 있는 법,
가장 곤욕스런 길은
아버지와 함께 대문을 나서는 날이었다
말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침묵하는 걸음에서
기하학적인 바람이 불었다
냄새의 각도에 따라 갈 길이 정해지는 시대
신화를 상속받은 가장들은 머리를 굴리고 눈동자를 굴리고 바람 빠진 바
퀴를 굴려야 한다 둥글게 지나간 자리가 길이 되기까지, 아무렇게나 퍼질러
놓은 말들이 뭉쳐질 때까지 더부룩한 하루를 맞닥뜨려야 한다
돌아온 길이
양각의 주름으로 새겨진 아침
코끝에 붉은 인주 묻은 아버지가 대문을 나선다
가장 냄새나는 길을 골라
태양을 굴리고 간다
- 「스카라베우스」 전문

스카라베우스(scarab?us)는 말똥구리(소똥구리,scarab)다. 말똥구리는 말똥을 굴러 경단을 만들어 그 속에 알을 낳는 딱정벌레목 소똥구리과 절지동물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똥구리는 말(馬)똥구리가 아니라 말(言)똥구리다. 박은영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언어를 비틀어 차용하는 시창작 기법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말의 배설물을 굴러 경단을 만드는 아버지의 작업은 실제는 시인의 시 창작 행위이리라. 오늘도 시인은 아무렇게나 퍼질러 놓은 언어가 뭉쳐질 때까지 가장 냄새나는 길을 골라 시어의 경단인 태양을 굴리고 가고 있다. 이 풍경은 이제는 울음을 그치고 ‘쨍하고 해 뜰 날’(「미로 증후군」)과 ‘고시촌의 태양이 떠오’(「달팽이 집을 지읍시다」)를 날을 기다리며 ‘방망이 끝을 단단히’(「풀 스윙」)세우고 자신의 고단한 삶에 온몸으로 응전하고 있는 시인 자신의 모습이리라.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77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