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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유 시집<초록의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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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7회 작성일 20-03-13 10:01

본문

초록의 무늬

이선유 지음

130*210|160쪽|9,000원|2020년 3월 2일 펴냄

시산맥사|ISBN 979-11-6243-103-0 03810


[추천글]

 

모든 시의 귀착은 자신의 발화로부터 시작한다고 볼 때 이선유의 시적 음성은 한없이 음전하고 그윽하다. 이것은 시인이 자라온 환경과 그가 예비한 특유의 주조음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타고난 품성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태생적으로 격정도 쓸어안고 어루만지어 평정(平靜)으로 헌사하는 이타적 성정을 지녔으리라. 그렇기에 그의 시는 “너무 밝아 어두운 대낮의 거리”에서 “오래도록 발효된 시간을 끌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듯, 난감하고 머쓱하고 애잔한 현실 속에서도 구체성과 진정성을 들숨 삼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상과 호흡한다. 또한 그의 시편에 출몰하는 이미지들은 한결같이 “본래의 문양인 듯 태연하”고 “먼 데서 지켜보던 붉은 눈시울”처럼 화자는 한발 물러나 있다. 이는 속도와 난도(難度)를 가늠질 하며 알삽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붉고 투명한 사랑의 언어”로 변주되어 장장하게 울려 퍼질 것이다.

 

- 이용헌 시인



초록의 무늬

 

 

누가 다녀갔을까

연둣빛 나뭇잎에 새겨진 상형문자

쓰다 지운 흔적의 필체가 둥글다

 

은밀한 식탐에

숲은 얼마나 진저리를 쳤을까

잎맥이 끊어진 자리마다

어느 미물의 한 끼 식사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오월의 빗방울이 찢어진 페이지를 읽고 또 읽는다

구멍으로 모음 하나가 또르르 구른다

이가 빠진 잎사귀들의 안간힘,

상처가 힘이다

 

잎사귀를 닮은 노모의 낡은 팬티

빨랫줄 집게가 늘어진 허리를 물고 있다

햇빛에 드러난 구멍들

본래의 문양인 듯 태연하다

 

내 옆구리 어디쯤 접혀 있는 얼룩들

그때 온몸으로 진물을 흘렸다

가만히 꺼내 보면

상처 위에 밀어 올린 꽃이 더 향기로웠다

상처도 아물면 초록의 무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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