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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시집<방울을 울리며 낙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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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0회 작성일 20-03-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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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시인의 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꼼꼼하게 뜯어읽지 않으면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진실의 깊이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무릎을 굽혔다 펼치며/사막을 걷고 또 걷는”(방울을 울리며 낙타가 온다) 것이 그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드러내기감추기가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 시 일반이거니와, 그의 시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은 일단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기에 좀 더 경도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시가 드러내기보다 감추기에 경도되어 있는 까닭은 그가 저 자신의 시를 상처의 기록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기인하지 않는가 싶다.

 

- 이은봉(시인) 추천사 중에서

 

 

시인은 세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를 열망한다. 무엇인가에 부단하게 맞서 싸우거나 자신의 내면으로 끝없이 들어가 보는 일은 서로 다르지 않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기존의 세계질서가 아닌 궁극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시인은 이 세계에 존재한 적도 없고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걷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위로와 절망이 함께하는 일이다. 황폐화된 자신을 만나는 일이고 그런 자신 앞에서 몇 번이고 절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그러한 시인의 내면세계를 담담하게 풀어놓고 있다. 물론, 이 담담함 속에 감추어진 쓸쓸함의 극단이 어떤 슬픔으로 빚어지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자라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이 시를 읽는 큰 즐거움이 된다.

_ 이승희(시인) 해설 중에서

 


 

말이 모는 남자

 

 

 

말이 눈 뜨네 검은 갈기

감은 듯 눈 뜨네

달리는데 발자국이 찍히지 않네

손짓을 다해 부르는데

손이 보이지 않네

그날 밤 남자는

말이 가장 좋아하는 기호

달릴수록 고도에 도달할 수 없네

매번 면접에서 떨어지는 남자 

두리번거리며

말의 고삐를 잡고 가네

팔다리를 흘려버린

불온한 사랑

끝없이 착종되는 검은 그림자와 눈사람

, , ,  말을 모는 남자

바깥에서 말의 눈이 닫히네

 

 

  

 

방울을 울리며 낙타가 온다

 

 

책꽂이 속의 산

깨어지면서 돌아오는 둥근 메아리

끼워 넣고 싶은 소리가 많은 날

지붕 바깥의 어느 바람일까

겉지와 속지 사이 휘몰리는 둥근 능선

낙타는 풀을 씹고 나는 피로 목을 축인다

사라진 과거는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묻기도 답하기도 전에 낙타가 온다

무릎을 굽혔다 펼치며

사막을 걷고 또 걷는다

어떤 통증에서는 단맛이 돌고

이마에서 떨어지는 짜라투스트라

생식기를 가진 산들이 겹친다

나뭇가지에서 새로 돋는 나의 갈기들

문득 아득한 소리로 달려오는

붉은 꽃을 피처럼 토하며

낙타는 뜨거운 모래를 산에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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