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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시집 <그녀의 외로움은 B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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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4회 작성일 20-03-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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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경덕의 시를 읽으며 그의 시가 가진 이중성, 그리고 그 시가 주는 복합감정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그의 시에는 기억 속의 자연이라는 공간과 현재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도시라는 공간이 중첩되어 있다.

마경덕 시인이 밝힌 도시 이미지의 환등상의 만화경은 환멸의 결정판들이다. 그는 이런 이미지들을 모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빙핵 속에 있는 바람을 탐구하고, 캔에 담겨 있는 바다의 눈물을 열고, “모래톱 띠를 둘러 펄펄 뛰는 바다를 그 안에 가두면서 시적 아우라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상실한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상실한 자만이 그리움을 안다. 유폐의 현장이 그렇다면 유폐된 이의 몸은 어떨까? 시인은 시의 키질을 멈추지 않는다.

 

- 변학수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그녀의 외로움은 B형

마경덕


   앞집 렌지후드에서 빠져나온 저녁메뉴와 반쪽 창문에 걸린 거실 표정을 책상위에 올려두고 잠을 설쳤다. 프라이팬과 여자의 관계는 우호적이다. 닭다리튀김, 소시지볶음, 햄, 생선튀김…여자는 늘 프라이팬을 의지한다. 팬은 지나치게 입이 크다. 늘어나는 뱃살과 외로움은 함수관계를 이룬다.

  먼저 ‘마른 A형’과 ‘비만 B형’으로 외로움을 분류한다.

  소파나 여자의 무릎에서 느릿느릿 기어 나오는 고양이 울음도 B형이다. 두 마리 고양이와 비만형 여자는 24시간 서로를 의지한다. 주방에서 맴도는 고양이의 허기는 여자의 우울증과 비례한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가면 여자는 프라이팬과 고양이를 붙잡고 있다.

  간간히 끼어드는 기침소리, 그 음습한 소리는 주방 반대편에 산다. 문턱을 넘지 못한 누군가 그 방에 단단히 밀봉되어 있다. 여자는 가끔 방문을 향해 프라이팬을 던지며 소리를 지른다. 기침소리에 그녀는 왈칵 고등어통조림처럼 쏟아진다.  마당 늙은 살구나무가 창문을 가리지만 않았다면 나는 그 ‘외로움’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외로움과 프라이팬, 폭식과 허기는 사랑과 동일한가? 나는 쓰다만 리포트를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든


슬픔의 협력자들

 

마경덕

 

 

 

만지면 축축하고 어두운 것들은 배후가 있다

 

참나무 숲은 어둑한 기운을 풀어 저녁이란 옷을 입는다

해거름이 몰고 온 퍼덕거리는 어린 새 한 마리는 저녁의 마지막 단추가 되고

숲은 닫혔다

 

그때 내 감성의 치맛자락이 어둠의 틈에 끼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온전히 슬픔 한 벌을 짓지 못한 탓

 

솔기가 터진 늦가을 겨드랑이 사이로 저녁연기가 피어오를 때

 

어렴풋한 저편에서 울컥,

무언지 모를 뭉클한 것들이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덩어리들이

 

검게 그을린 발목이 보이고

노인의 손에 주저앉은 저녁의 영혼이 말간 콧물에 번져 굴뚝을 통과하고 있었다

 

슬픔의 주성분은 숲의 뼈가 타는 냄새라고 적었다

 

목이 잘린 해바라기가 줄지어 서 있는

외딴집이 보이는 그 언덕에서

 

가만히 무릎을 웅크리며 누군가에게 꼭 슬픔을 들키고 싶었다

 

 

 

 

 마경덕 시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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