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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 시집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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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회 작성일 20-03-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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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시인선 12.


1996년과 1997년, 경인일보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남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이번 시집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에서는 등단 스무 해를 넘어선 중견 시인의 잔잔하고도 내밀하지만 만만치 않은 회귀와 발견의 감각이 미학적으로 그려져 있다.

박남희 시인은 경험적 구체를 통해 삶을 투명하게 반추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간접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 복합적 방법으로 자신만의 시를 써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서정시가 대상을 향한 한없는 매혹을 가진 채로 씌어지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시인 자신의 시쓰기 작업에 대한 끝없는 메타적 상상과 열망을 토로하는 양식임을 알아가게 된다.

이러한 결실을 통해 삶에 대한 근원적 위안을 얻고, 낯익은 그의 목소리를 통하여 쉽게 망각하곤 했던 삶의 본령과 궁극을 깨닫게 된다. 가파른 세계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만남과 버림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토양에서 끝없이 시의 궁극을 그리워하는 박남희의 일관된 고투는 반가움을 넘어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보이지 않던 세계를 이끌어 올려 정수리에 환하게 빛나는 별”이 되어주기를 마음 깊이 소망하게 되는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환하게 빛나게 하는 별

시는 신의 입을 폐쇄한 경첩 ‘ㄴ’을 떼어버리고 천천히 말한다.

‘전쟁은 세상에서 가장 아픈 편지입니다’ ‘나는 때때로 버림받을수록 단단해진다’ ‘시간이 허기지는 것이 음악’이라고.

‘사랑만이 새를 새장으로부터 해방시켜’ 숲으로 보내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박남희 시인의 책갈피를 걸어 나와, 내 속에서 절뚝이는 파랑새 발목에 숲의 부목을 대주었다.

20년 전 신춘에 씨를 뿌린 후 날로 가난해진 그가 ‘어둠 속에서 한쪽 젖만 환하게 내놓고 있’기까지 수확한 언어는 치료이고 ‘메아리’의 ‘겹’이고 ‘도란도란’이다.

내딛는 자리마다 불이 붙어 ‘안절부절 요동치거나’ ‘쩔쩔 매던’ 날들을 돌아보지 않고 제 뼈를 뽑아 등 뒤로 던지며 걸어온 시인이, ‘어둠 속에 숨어있던 보이지 않던 세계를 이끌어 올려 정수리에 환하게 빛나게 하는 별’ 을 ‘청중들’에게 나누어준다.

시를 듣는 ‘청중은 사랑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백 편의 시를 적으며 만난 혼돈, 이백 편을 적으며 돋던 젖니 같은 깨달음들 쓸어낸 빈 터에 사무사(思無邪) 한 채 지어낸 그를 따라 ‘저녁을 슬쩍 밀’어볼까?

ㅡ 조정(시인)


시인 소개 ㅣ 박남희

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폐차장 근처』 『이불 속의 쥐』 『고장난 아침』,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 연구서 『한국 현대시와 유기체적 상상력』이 있음.

시집 속의 시

돌멩이로 말하기

한 낮을 뜨겁게 태우던 저녁 강이

해에게 말하듯

불이 물에게, 물이 불에게 작별 인사할 때는

물같이도 불같이도 말하지 말기

꼭 돌멩이처럼만 말하기

바람을 버리고 떠나는 쓸쓸한 계절을 향해

작별인사 하는 법을 몰라 눈물이 날 때

말하지 않아도 단단한 말,

듣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말

꼭 돌멩이처럼 말하기

돌멩이는 몸 전체가 입이라서

하루 종일 떠들어댈 것 같지만

입 하나 있는 것이, 그것도 벙어리라서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하고 다만

무겁게 안으로만 말을 한다는데,

사랑아, 네가 나에게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그립고 보고 싶어

자꾸만 목이 메여와도

꼭,

돌멩이처럼만 말하기

아니, 아니,

왈칵, 눈물이 나도

그냥,

돌멩이로 말하기




추상에서 구상에 이르는 길

름이 추상이라면

창밖의 저 비는 구상에 이르는 몸짓

빗물이 닿아 싹이 트고 꽃이 피는

오래된 습관의 힘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저 구상의 꿈틀거림

어린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와

터뜨리는 울음이

추상과 구상을 가르는 경계의 기호라면

어린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노년에 이르는 길은

오히려 구상에서 추상에 이르는 길

아마도 신은 멀리서 미술관 같은 세상을 바라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추상과 구상 사이의

운필법과 바람의 꿈틀거림을 말없이 읽고

구상에서 차츰 추상으로 향하는 지구의 모습을

흘끗 쳐다보았으리

늙는다는 것은

구상에서 추상에 이르는 것

그것을 거스르는 일은

거울 속에 숨어 있던 세상을 들추어내는 것 뿐,

그동안 지구는 알고 있었을까

지구의 거울인 달이 저토록 환한 것은

지구가 잃어버린

추상에서 구상에 이르는 길을

지구에게 일깨워주기 위한

거울의 눈물겨운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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