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자 제2시집 /낙타로 은유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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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자 제2시집 출간
[낙타로 은유하는 밤]
2017년 '꽃길, 저 끝에' 발간 후
6년 만에 나온 시집...
출판사와 ok 싸인 후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살을 일주일 앓았다.
누가 글쓰는 일을 붓 가는 대로 쓰면 된다고 했는가?
골 빼는 일이 글 쓰기라 말하고 싶다.
그러나
감사한 일은 시집 속, 멀리가신 부모님을 기리는 나의 고백이 있기에 위안을 삼아본다
불효한 세째딸 해드린 게 없어
부모님 전에 시집 한 권 올리며...
낙타로 은유하는 밤
이규자
하늘 길
닿을 듯 말 듯
사막 건너온 늙은 낙타
모래 위에 무릎 꺾고 누워 있다
눈꺼풀조차 무거운 듯 실눈 겨우 뜨고
새끼 발소리에 귀 세우고 있다
낙타 등처럼 구부러진 엄마
참 먼 길 오셨다
잠깐 머무는 사람의 온기
너무 아쉽고 목말라
혹여 잠든 새 떠날까 봐
잠들지 못한다
누워 있어도 힘이 센 엄마
딸자식 발목을 묶어 놓았는지
한 걸음도 뗄 수가 없다
오늘도
하늘에서 보낸 청첩 마다하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낙타
점點/이규자
밉고 용서가 안 된다며
고해성사 간 친구
신부님은 백지에 점 하나 그리고
“ 이 백지에 무엇이 보이나요?”
점 하나가 보인다는 친구에게
“앞으로 점點을 보지 말고 백지만 보세요.”
백지에 점點을 보지 못하고 살아온 나
평지인 줄 알았던 길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미움과 용서, 미련함을 가슴에 청하며
이젠 점도 보아야지 다짐하지만
아직도 백지와 점點을 구분하지 못한다
(시감상)
변상증變像症이라는 말이 있다.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물체의 모습을 본인이 보고자 하는 것으로만 보는 현상을 말한다. 백지를 볼 것인지, 점을 볼 것인지는 선택의 몫이다. 산다는 것은 늘 선택의 기로다. 멈춰야 할지, 가야 할지, 쉬어야 할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그 선택의 앞에서 백지와 점은 대승과 소승의 차이 만큼 크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백지와 점, 모두를 수용하기 위해서 넓은 마음의 깊이를 수련해야 한다. 백지와 점을 구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면 살 일이다. 그래야 볼 수 있는 것이 백지이며 점이다. 가능하면 내 마음속 점부터 지워내는 연습을 하자. 새해에는.(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이규자 시인
예술세계 신인상, 한국문학신문 수필 부문 대상, 제15회 복숭아 문학상, 시집(꽃길 저 끝에) (낙타로 은유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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