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만 시인 시집『뼈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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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9회 작성일 19-02-07 16:56본문
저무는 새 / 박일만
어스름 저녁 하늘
캄캄한 몸빛으로 날개 젓는 새
솟구쳤다 떨어지는 곡선이 서늘하다
고단한 발차기를 거듭하며
날개를 노 삼아 가는 쪽배 같다
어딘가는 아뜩한 허방일진데
상승, 하강을 되풀이하는 작은 몸
속도가 점점 힘에 부친다
시린 발을 수없이 저어야만
배고픈 시간의 끝자락에라도 닿을 수 있을지
발아래 풍찬노숙의 숲
둥지 속 새끼 새들의 저녁 눈은
낮보다 더욱 반짝일 것이다
울음소리 점점 공중을 메울 것이다
휘젓는 발가락이 성급히 식솔들을 향해 날아가고
산 능선과 마주칠 때마다 부리가 잠시 반짝이는,
그때마다 나는 숨을 헐떡인다
견고한 건물에 안착 못하는 나의 야윈 발목은
빙벽에 매달려 사는 나날의 연속
가파르게 즐비한 빌딩, 군락을 이룬 곳마다
인간의 역사는 늘 그렇게
그림자 바꾸듯 기록만을 위해 솟는 것인가
지상으로부터 솟구치는 흙먼지 회호리 속
나는 목하 난간을 걷는 중이다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면
나무들 일제히 내 사지를 향해 화살을 쏘아댄다
공중에 거처를 틀고 헛발을 자주 딛는 아뜩함이란
생을 이렇게 가슴 철렁이게 하는가
하루치 식량을 벌기위해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새
겨우 한 조각의 햇살을 물고 귀가하는
세상의 모든 아비들이 저물어가는 강남땅
저 시리도록 푸른 어스름 하늘
솟구쳤다 떨어지는 수많은 날개가 함께 저문다
박일만 시인 약력
• 전북 장수 출생
•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詩) 수료
• 2005년 ≪현대시≫ 등단
• 문화예술발전기금 수혜(2011, 2015)
• 시집『사람의 무늬』,『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뼈의 속도』 등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가 『 2015.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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