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criticism)이란 무엇인가?
한 문학용어사전에서는, 비평(批評)이란 비평가의 개인적 취향에
의거하거나 혹은 일련의 선택된 미학적 개념에 의거하거나간에, 예술작품에 관하여 의식적으로 평가(evaluation)하고
감상(appreciation)하는 일을 일컫는다고 정의한다. 또 다른 사전에서는, 이것이 '분석'(anaiyse)하고 '판단' (judge)하는
일로부터 확장되어 나온 모종의 복합적 단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문학에 관련된 일체의 논의, 즉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
편의 문학작품의 뜻은 무엇인가, 작가는 무슨 일을 하는가, 한 작가 또는 작품의 가치는 어떠한가 등등에 관한 논의를 넓은 의미의 문학비평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사전적 정의도 이렇게 단순하게 끝나지만은 않는다. 이러한 예들을 비롯해서, 비평이라는 용어에 관한 개념정의는
끝없이 이어진다. '비평이란 결국 문학작품을 정의하고, 분류하고, 평가하는 작업'이라거나, 혹은 '하나의 문학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가에 관한 노력의 총체' 라거나, 또는 '문학작품의 좋은 자질과 좋지 못한 자질을 선별해 내는 일' 이라는 설명에 이르기까지, 필자 또는
편자에 따라서 그 개념설명도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한없이 다양해 보이는 설명들도, 사실은 몇 종류로 묶어 분류해
놓고 보면, 결국은 용어를 사용한 다음의 설명들로 대별됨을 알 수 있다.
첫째, 판단한다. (to judge)
둘째, 가치를 평가한다. (to evaluate) 셋째, 분석한다. (to analyse) 넷째, 감상한다. (to
appreciate) 다섯째, 결점을 찾는다. (to fault - finding) 여섯째, 칭찬한다. (to praise)
일곱째, 종류를 나눈다. (to classify) 여덟째, 비교한다. (to compare)
이렇게 구체화시켜 놓고
보면, 비평작업이라는 것은 그리 특이하거나 어려운 일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행하는 독서에 약간의 기술(技術) 을 덧붙인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하우프(G.Hough)의 다음 설명이 유용하다.
비평이란 글을 아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따라서 비평행 위를 해 온 사람은 많고 다양하다. 비평은 지적(知的)인 독서의 연장(延長)이며, 지적인 글을 쓸 때 필요한 부속물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 발견하는 것과 자신의 경험 내용을 비교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평가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독자였던
것이다. 문학 작품을 처음 읽을 때에는 비평적으로 읽지 않는다. 초보적인 비평활동은 책을 읽을 때에도 일어나지만,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나서 그 일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때야말로 진정으로 비평이 시작되는 것이다. 비평이란 말하자면
비평 이전의 작업을 기초로 하여 성립된다. 그와 같은 많은 작업이 있은 후 의문을 제기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비교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우리는 비평(criticism)이라 부른다.
비평이 일반적인 독서의 자연스러운 연장이긴 하지만 결국 그것은 의식적인
기술(技術), 과학인 체하는 티까지도 내는 기술이 된다.
-Graham Hough
<비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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