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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재미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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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22회 작성일 15-07-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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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재미

 

신경림



오늘 강연 제목을 '시를 읽는 재미'라고 붙였지만 사실 요즘 사람들이 시를 읽는 것이 너무 재미없다고 해서 역설적으로 붙인 제목입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 책 소개란을 봤더니 한 기자가 걱정을 했어요.

'요즘 시집 얘기를 하는 사람도 없고 시를 읽었다는 사람도 없다. 시집이라는 게 한권에 5천원밖에 안하는 커피 한잔 값인데 왜 이리 인색한가. 시를 읽고 시집을 좀 사주자.'

이런 글을 보고나서 '시를 읽는 재미'라는 강연을 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시를 읽는 게 재미 없죠? 심지어 시를 읽는 것이 재미없고 신경질나게 한다고까지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가 옛날보다 영향력을 잃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시가 30년전, 50년전보다 사람들에게 덜 읽히고 그만큼 영향력을 미치지도 않습니다. 무슨 사이버 시대가 되고 매체가 다양화되다 보니 사람들이 영상매체에 이끌리지, 활자매체에는 이끌리지 않는 복잡한 환경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1930년대 제 1차대전이 끝나고 세계적으로 제일 앞서나간다는 영국, 프랑스 시단에서도 시가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때 오든이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죠. 노벨상 탄 유명한 T.S 엘리엇보다 조금 뒷 사람인데요, 엘리엇이 어렵고 고전적이고 산업적이고 관념적인 시를 쓸 때, 오든이란 사람은 '시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사는 사람속에 여러 사람의 정서와 사상을 그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했던 진보적인 시인이었죠.

그 시인이 그때도 시를 사람들이 안 읽으니까 재미있게 읽힐 만한 시만을 골라서 책을 냈습니다. 그게 무엇이었냐면 '옥스퍼드 북 오브 라이트 버스', 그러니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시 모음입니다. 오든이 그 책 한권을 내면서 한 얘기가 '사람들이 시를 안 읽는데 사회적인, 환경의 변화도 있지만 시인들 자신에게는 죄가 없는가 따져볼 때다. 사람들이 항상 긴장해서 사는 것은 아니니까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힐 수 있는 시를 가지고 접근해보자'라고 했습니다.

강연 후 청중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신경림 시인.
ⓒ프레시안

시인들의 '자폐성', '소양 부족'이 시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저도 문득 오늘날 라이트 버스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발상도 해볼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얘기는 무엇이냐 하면 오늘 우리가 시를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사이버 영상매체의 등장으로 인한 매체의 다양화 등 사회환경의 변화도 있겠지만 그러나 다른쪽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시인 자신에게도 상당부분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50년쯤 시를 써왔지만 제가 읽어도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시들이 너무 많아요. 어떤 시를 읽고 나면 처음에 한번 읽어보면 참 어렵다, 한번 더 읽으면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너무 어려워서요. 한번 더 읽으면 안동소주 한잔 먹고서 뺑뺑이 친 것 같아요. 더 모르겠어요. 그래서 해설을 읽어보죠. 해설은 좀 이해할 수 있게 썼겠지. 그러나 해설을 읽어보면 안동소주 먹고서 뺑뺑이 친 것을 뒷다리 걸어서 넘어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읽기가 더 어려워져요.

결국 시를 너무 어렵게 쓴다는 것인데, 저는 시를 어렵게 쓰는데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난해시라는 것도 있으니까 우리가 무조건 난해시를 쓰면 안된다고 타박해서는 안되죠. 시인이 복잡한 심리과정이 있어서 도저히 어렵게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형편도 있겠죠. 예컨대 저는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만 이상 같은 시인이 그렇습니다.

이상 시인은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데 사실 거기에는 다 먹고사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이상 같은 어려운 시들이 없으면 대학교수들이 학교에서 강의할 것이 없어져요. 이상 같은 사람이 자꾸 있어야죠.

잡담을 좀 하자면 이상은 시인이나 소설가라기 보다는 에세이스트입니다. 산문을 참 잘써요. 그 사람 산문은 우리나라 산문사상 가장 뛰어난 산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김수영 산문이 누구에게 뿌리가 있습니까. 김수영 산문은 본질적으로 뿌리를 이상에게 두고 있는 것이죠. 여하간 뛰어난 산문가이지만 시는 좀 아리까리하고 너무 어렵게 써서 무책임한 면이 있죠. 그래도 우리는 이상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상은 그러한 복잡한 표현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심리상태에 있었죠.

그러나 최근의 난해시라는 것은 그렇게 부득이하고 불가피한 성격이라기보다는 대체로 자폐성이 있다는 것이예요. 자기 마음을 남들에게 열지 않는다는 거죠. 마음을 꽉 닫아놓고 '좋다,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나대로 혼자 나갈꺼야' 하는 자폐성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시를 정확하게 쓰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법 상에서, 재능 부족, 솜씨 부족이라는 거죠.

18세기에 워즈워스란 시인이 있습니다. 워즈워스라는 시인이 서정시집이라는 시집을 냈어요. 공동 시집에서 실명이 아니라 필명으로 낸 시집인데, 냈다가 반응이 좋으니까 30년 뒤에 재판을 했어요. 그 30년 동안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시인이란 무엇인가' 하는 자기 고민을 털어놨어요. 시인이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이것저것 하다가 결론으로는 결국 '시인이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남과 똑같은 사람이다. 다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남들보다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자기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능력, 정확하고 분명할 뿐 아니라 힘있고 단순화시켜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우리 시하고 비교해서 얘기하자면 자기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시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되겠죠. 아마도 워즈워스의 이 결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론이 없는 것 같아요. 일단 그것을 획득해야 하는데 요즘 시인들이 그것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엉뚱한 말을 좀 하겠습니다. 워즈워스 이전까지는 구어,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살면서 쓰는 말, 장터에서 쓰는 말을 가지고 시를 쓰지 않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시는 문어로 이루어졌어요. 처음으로 그것을 깨고 민중어라고 할까, 생활어로 시를 쓰기 시작한 최초의 시인이 워즈워스입니다.

생각도 처음에는 진보적이었죠. 프랑스혁명 당시 그 사람 나이가 스물 셋인가 넷이었을 겁니다. 이 사람이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파리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하니까 파리로 쫓아갑니다.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파리 시민들이 어떻게 혁명을 성취해가는가를 감격스런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영국도 프랑스 같은 혁명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느날 문득 친척이 죽어서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됐습니다. 부자가 되니까 우물우물 시를 게을리 했습니다. 온갖 힘을 다해서 시를 쓴다는 게 재미가 없으니까 공주가 시를 써달라 하면 써주고, 왕이 축시를 해달라고 하면 해주면서 보수화됩니다. 그러면서 영국에서 화두가 됐던 모든 국민은 똑같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무교육, 모든 여성도 똑같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여성교육을 가장 앞장서서 반대를 합니다.

반면 로버트 브라운이라는 영국시인이 있습니다. 워즈워스와는 40년 정도 차이가 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워즈워스를 비판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평생을 워즈워스 비판하는 데 바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뭐라고 했냐 하면, '시인은 나이 들어서 시를 쓰면 안된다, 젊어서 쓰고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대상은 워즈워스였죠. 워즈워스는 젊을 때 쓴 시는 괜찮고, 39살까지 쓴 시는 그래도 읽어줄만한데 마흔 넘어서 쓴 시는 화장실에서 찢어버려야 한다고 비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인은 늙어서까지 시를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여튼 시인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하다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요즘 우리 시가 어려운 까닭중에 하나는 바로 워즈워스가 정의하고 있는 시인의 능력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인 중에 너무 많아서 그렇다는 얘기가 되는거죠. 그러니까 정말 자기가 쓰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시를 어렵게 쓰는 경향이 생기는 겁니다.

결국 시인이 자폐증에 걸려서 시의 소통의 통로를 어렵게 만드는 것 하나와 시인 자신이 능력이 모자라서 자기의 말을 정확히 시로 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어려운 시 중에는 복잡한 세상을 살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시를 쓰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지금 얘기한 경향이 더 많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시 읽는 재미 하나, "시는 단 몇 마디로 힘있고 분명하게 하는 대화"

반대로 시를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를 한번 더 읽어줄 수 있는 아량이 있는게 좋겠죠. 또 읽어서 모르겠으면 안 읽어도 좋습니다. 그 시집 그래도 5천원 들여서 산 책을 내버리기는 아까우니까 어디 한구석에 뒀다가 1년, 2년쯤 후에 읽어보는 것도 좋겠죠. 그래도 모르겠으면 재활용 하는 곳에 버리면 다른 종이로 탄생할 테니까 버려도 아까운게 없죠.

시가 무슨 일을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제가 자폐증으로 인한 독자와의 소통을 얘기했는데, 거꾸로 얘기하면 시도 다른 말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대화입니다. 단 몇마디로 힘있고 분명하게 하는 대화죠. 어떻게 보면 짧은 말을 가지고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대화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짧은 말을 가지고 어떠한 웅변가가 얘기할 수 있는 것보다 힘있고 감동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대화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를 쓰고 읽으면 자폐증은 어느 정도 풀어지겠죠.

예를 들어볼까요. 김종삼 시인의 시가 얼핏 생각납니다. 묵화라는 시가 있습니다. 짧으니까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물먹는 소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오늘 하루도 함께 지냈다고
서로 발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이 시 어떻습니까. 저는 이 시를 읽을 적마다 살기 어려운 것, 노동의 힘든 것, 인간의 고독이 얼마나 사람을 못견디게 만드는가 하는 여러 가지를 몇십 매 몇백 매의 에세이나 웅변보다도 이 시 몇줄이 강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루종일 할머니와 소가 함께 일한거죠.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게 일했으면 소도 발등이 붓고 할머니도 발등이 부었겠습니까. 또 이것을 쓴 때가 1950년대로 알고 있는데 전쟁통에 가족을 다 잃고 혼자 외롭게 살고있는 할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시에서 떠오르죠.

이 시는 몇마디 가지고 많은 웅변이나 몇백장이 되는 산문이 가지는 대화보다도 강력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결국 시라는 것도 대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를 읽으면 좀 더 시를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어려운 시보다는 서로 대화가 될 수 있는 시를 먼저 읽는게 시를 읽는 재미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추측컨대 이중섭이라는 화가의 '소'라는 그림을 보고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종삼 시인과 이중섭 화가는 친하지는 않았지만 김종삼 시인의 형과 이중섭 화가가 친했고 또 이중섭 화가가 그 무렵 시인들과 어울려 놀았다고 해요. 그래서 그 그림을 보고 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 시가 이중섭 화가의 그림보다 값어치가 나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시에는 이중섭 화가의 소 그림에는 없는 그림이 이 속에는 많이 있죠. 아무리 그림 잘 그린다 하더라도 발등이 부은 것을 그릴 수 있는 화가가 있습니까. 또 하루종일 일을 한 모습을 그대로 그려넣을 수 있는 화가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시를 읽을 때 한 개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도 시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시를 읽는 것은 시인과 서로 대화가 돼서 알아들을 때 재미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 하나를 그려넣을 수 있을 때 시를 읽는 재미가 있다는 얘기죠.

시 읽는 재미 둘, "머릿속에 그림 한 폭 그려넣을 수 있는 시"

재미난 시라는 것은 어떠한 시라도 머릿속에 뚜렷한 그림 하나를 그리게 만들어 주는 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시를 한편 외운다면 그림을 한 폭 머릿속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효과가 있겠죠.

여러분들이 너무나 잘 아는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이라는 시 하나 읽어봅시다.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윤사월 연초록으로 덮인 산이 떠오르고, 노란 송화가루가 날리는 모습, 비록 눈이 멀었지만 아주 아리따운 처녀가 초가집에 앉아있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하나의 그림이 떠오르는 것이죠. 이렇게 시를 읽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넣을 수 있을 때,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때가 이때라고 할 수 있겠죠.

제가 선배 시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 조지훈 시인입니다. 지조론이라는 시를 썼을 만큼 지조도 있고 한학에도 조예가 깊고 학자로서도 훌륭한 분입니다. 시인으로서도 대단하죠. 조지훈 시인과 박목월 시인을 시 하나로 단순 비교하면 시가 무엇인지 잘 나타나니까 얘기를 해 봅니다.

여러분들 잘 아시는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란 시가 있습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원래 이 시의 주제는 조지훈 시인이 쓴 '완화삼'이라는 시와 같습니다. 조지훈 시인이 완화삼이라는 시를 써서 친구인 박목월 시인에게 줬는데, '술익는 강마을에 저녁노을이여'이라는 구절을 박목월 시인이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로 바꿔서 나그네를 썼습니다. 그런데 '완화삼'은 유명해지지 않고 '나그네'는 유명해졌습니다.

왜그러냐 하면 완화삼은 뭔가 멋지고 근사한 말로 가득 차 있지만 머릿속에 그림 하나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반면 '나그네'에는 분명한 그림이 떠오르죠.

'완화삼'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차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여기서 목월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를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로 살짝 바꿔서 '나그네'라는 시를 썼는데, '완화삼'을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목월의 '나그네'라는 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민적인 시가 됐습니다.

왜냐하면 두 시를 비교하면 나그네를 읽으면 머릿속에 뚜렷한 그림 하나가 떠오르지만, 완화삼을 읽으면 분명한 그림이 떠오르지 않고 어딘지 어슴푸레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뚜렷한 그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때 시에 가까워질 수 있는 이유가 되겠죠. 여러분들도 시를 읽을 때, 일단 그 시를 읽고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는 습관을 붙인다면 시를 읽는 재미가 한결 더해질 것입니다.

시 읽는 재미 셋, "시가 던지는 암시와 비유의 메시지를 읽을 때"

그러나 시가 그런 것만 가지고 있다고 되겠습니까. 워즈워스로 다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워즈워스는 시인이 보통사람과 다른 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말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하고 힘있고 단순화시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을 했지만 덧붙여서 시를 읽는 사람들도 조금씩은 보통사람과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감수성, 직관력이 일반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는 말입니다. 직관력 감수성 이런 것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이미 다 가지고 있다는 얘기지요.

여기에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시를 쓰는 사람들은 그 바탕위에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직관력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반인들에게 일정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 즉 어떤 위험을 일반인들이 깨닫지 못할 때 그것을 알려주는 책임이나 의무를 시인이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시인이 알려주는 경고나 예감을 읽는 재미가 또한 시를 읽는 재미로 빠뜨릴 수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를 읽으면 도저히 자기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는 경보나 예방을 시에서 발견하는 것도 시를 읽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이병철이라는 시인이 쓴 시가 있어요. 88년부터 해금되기는 했지만 6.25 전에 월북을 했던 시인입니다. 옛날에 이 시인의 시를 읽으면 반공법으로 잡혀갔었어요. 이병철 시인이 시를 많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북쪽에서는 조금 발표한 모양이에요. 그런데 그쪽에서 발표한 시를 제가 보니까 도저히 읽어주지 못할만한 시가 많아요. 거기서는 수령에 대한 충성이 없으면 시를 발표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여기서 발표한 시 중에는 뛰어난 시가 있습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나막신'이라는 시입니다.

은하 푸른 물에 머리 좀 감아 빗고
달뜨걸랑 나는 가련다
목숨 수(壽)자 박힌 정한 그릇으로
체할라 버들잎 띄워 물 좀 먹고
달뜨걸랑 나는 가련다
삽살개 앞세우곤 좀 쓸쓸하다만
고운 밤에 딸그락딸그락
달뜨걸랑 나는 가련다

1944년, 1943년 쯤에 썼던 시라고 합니다. 그 무렵이 얼마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까. 이 시를 썼을 때 사람들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한가한 소리를 하느냐는 얘기를 하고 핀잔을 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 속에는 일제의 박해 속에서도 여유를 갖고 우리의 몸과 정신을 온전하게 보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속에서 우리가 살려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온전한 것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이 시는 던지고 있는 거예요.

이 시를 제가 처음 읽은 것은 6.25 얼마 뒤에요. 미군부대 따라다니는 하우스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때 포성이 들리는 상황에서 먹고사는 가장 속편한 자리는 미군부대를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굶지만 미군부대 들어가면 배불리 먹고 동생들도 먹고 그랬으니까 모든 중학생들의 꿈이 미군부대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6.25때 미군부대를 처음 들어간 것은 충청북도 영동이란 곳이었는데 그 부대가 원주에서 홍천으로 이동했어요. 그 부대가 중공군하고 싸움이 붙었을때 저를 관장하고 있는 미군 대위가 나한테 '너 미군하고 함께 다니는 것을 보면 너도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도망가라'며 원주까지 차를 태우고 와서 원주서 나를 놔줘서 충주까지 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 시를 원주에서 미군부대 근처 헌 서점에서 사가지고 부대에서 읽었어요. 제가 이 시를 읽고 너무 감개가 무량해 하니까 대위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만 제가 영어가 안돼서 대위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를 읽으면서 저는 굉장히 위안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이런 나쁜 환경 아래에서도 조금도 주눅들지 말자는 뜻이 아니냐, 아무리 바빠도 천천히 돌아가고 여유를 갖고, 낭만도 가지고 살자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아마 제가 전쟁통에 시를 읽는 여유가 있었던 것은 그 시를 읽은 감동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여하간 시를 읽는 재미중의 또 하나는 지금 우리가 어떠한 곤경에 처해있는가, 또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어떤 암시나 비유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시를 읽는 재미중의 하나입니다.

역시 월북한 시인의 시를 하나만 더 읽겠습니다. 이용악이라는 시인의 '북쪽'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북쪽은 고향
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
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
다시 풀릴 때
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
마음은 눈감을 줄 모른다

이 시를 발표한 것은 1930년대입니다. 감회가 지금하고는 달랐겠죠. 그러나 상상하건대 그때 이 시를 읽는 독자들, 특히 북쪽에 고향을 둔 독자들은 이 시를 읽으면서 아마도 가슴이 뭉클했을 것입니다. '아 정말 우리가 너무 가난하게 사는구나,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더 북쪽의 나라 중국이나 러시아에 우리의 귀여운 딸을 팔아먹으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도록 하는 시죠. 지금같은 환경하에서는 우리가 살 수 없으니까 개선해야 한다는 암시가 담겨있습니다.

물론 이 시속에 우리의 역사는 어떻고 오랑캐는 어떻고 하는 직접적인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는 환경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가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일깨움을 읽는다면 그것도 시를 읽는 재미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 읽는 재미 넷, "치열하고 처절한 '사랑의 시'"

처음에 제가 시에 접근하던 때에는 나하고 가장 감정이 처음에 제가 시에 접근하던 때에는 나하고 가장 감정이 통하는 시를 좋아했습니다. 그러한 시는 사춘기 때니까 '막연한 그리움', '이성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었죠. 저는 지금도 가장 아름다운 시는 연애시라고 생각합니다. 연애시를 읽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어떤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시를 보니까 거지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질적 거지가 아니라 정신적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시는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진짜로 '정신과 정신의 작용' 같은 정서를 가진 연애시를 읽는 것도 시를 읽는 재미 중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중의 하나겠죠.

저는 연애시를 가장 잘 쓰는 시인이 유치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양반은 살아서 연애깨나 한 모양이에요. 연애시가 참 많고 절실합니다. 재밌게 읽힐 수 있어요. 연애시를 읽는 재미는 제가 어떠한 말을 해도 시를 읽는 재미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분의 '그리움'이라는 시를 읽어보겠습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아주 쉬운 것 같으면서도 그리 쉽지 않은, 그래도 쓰기는 굉장히 쉬운 것 같죠. 시를 읽는 사람들이 이건 나도 쓸 수 있는데 빼앗겼구나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시라는 것이 그런 거예요. 읽는 사람들이 읽고 났을 때 '야 이건 내가 써야 하는데 이 사람이 먼저 썼네' 하는 생각이 있을 때 그 시가 정말 좋은 시죠.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도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 재미난 시가 못되죠. 유치환씨는 바로 그렇죠. 파도가 치는 것을 보면서 짝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보고 파도에 까딱않는 육지를 보면서 마치 내마음 같아서 그런 간단한 시를 쓴 건데,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 사람의 시 중에서 '그리움'이라는 시가 다른 한편 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요즘 이런 연애하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만, 이런 시를 보면 치열하고 처절한 사랑의 시를 읽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경계할 것은 가짜 사랑의 시입니다. 잘 뜯어 읽어보면 사랑을 억지로 만들어서 관념적이고 툭하면 '님이여' 하고 그럽니다. 유행가하고 시가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유행가는 남들이 하는 소리를 똑같이 하는 것이고 시는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이죠. 또 한가지는 유행가는 이미지가 식상하고 독창적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에서는 이미지가 독창적입니다.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얘기라서 다른 것입니다.

가짜 사랑의 시라는 것은 이미지가 독창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하고 대중가요의 중간쯤 속하는 사랑의 시는 읽어서 그다지 도움이 안되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하면 진짜 연애시를 읽는 재미를 못붙일 겁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때 쯤 읽고 감동을 받은 연애시가 있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요, 김영랑의 '언덕에 바로누워'라는 시입니다.

언덕에 바로 누워
아슬한 푸른 하늘 뜻없이 바래다가
나는 잊었습네 눈물 도는 그 노래를
그 하늘 아슬하여 너무도 아슬하여
이 몸이 서러운 줄 미리사 알았거니
마음의 가는 웃음 한때라도 없더라냐
아슬한 하늘 아래 귀여운 맘 질기운 맘
내 눈은 감기었네 감기었네

이런 시는 대중가요가 못가진, 김영랑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이미지 같은 것이 있죠. 그런 것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시를 읽는 재미중의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시도 대중가요 같은 것이 아니냐.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이게 시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시와 대중가요를 구별을 못한다면 진짜 연애시를 읽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독특한 재미가 있는 거죠. 다른 사람이 못해본 사랑을 표현한 시를 읽는 재미도 있죠.

서정주의 '동천'이라는 시도 사실은 연애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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