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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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음식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가 차려준 식탁에 앉는다.
눈곱에 꽉 막힌 시야를 헤치며 바래진 은색의 수저를 잡고,
막힌 듯한 목을 씻어내려 찌개를 떠 입에 털어 놓는다.
비릿함이 밀려오는 그 맛에 정신이 번쩍 든다.
생선으로 끓인 탕이 역하던 어린 시절이었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음식 프로그램에 동태찌개가 나오면
목젖부터 침이 올라오고, 귓가엔 녹색병이 잔 채우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속엔 낡은 갈색 나무 테이블에 둘러앉은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꿀꺽" 홀로 들어도 부끄러울만큼 고인침을 큰 소리로 내리며 현실로 돌아온 나,
스마트폰을 잡아 2번의 오타끝에 "동태찌개"를 녹색창에 쳐 넣는다.
못 먹던 것을 먹게 될 때, 나는 어른이 된다.
단무지보다 양파를 춘장에 먼저 찍을 때,
생마늘을 상추에 넣는 분주한 내 손을 볼 때,
생선뼈를 우악스럽게 씹어댈 때,
초장이 아닌 간장에 고추냉이를 으깰 때,
못 먹는 것을 먹었더니 나는 어른이 됐다.
어른이 됐더니 못 먹는 것을 먹게 되었다.
달력의 끝장과 함께 떨어지는 태양으로 나이를 먹는게 아니었다.
지금 곱씹으니 어릴 때 피하던 음식이 바로 나이였다.
그렇게 어른음식을 먹고 어른이 된다.
스마트폰을 잡아 2번의 오타끝에 "동태찌개"를 녹색창에 쳐 넣는다.
못 먹던 것을 먹게 될 때, 나는 어른이 된다.
단무지보다 양파를 춘장에 먼저 찍을 때,
생마늘을 상추에 넣는 분주한 내 손을 볼 때,
생선뼈를 우악스럽게 씹어댈 때,
초장이 아닌 간장에 고추냉이를 으깰 때,
못 먹는 것을 먹었더니 나는 어른이 됐다.
어른이 됐더니 못 먹는 것을 먹게 되었다.
달력의 끝장과 함께 떨어지는 태양으로 나이를 먹는게 아니었다.
지금 곱씹으니 어릴 때 피하던 음식이 바로 나이였다.
그렇게 어른음식을 먹고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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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못 먹던 것을 먹게 될 때, 나는 어른이 된다.]
[지금 곱씹으니 어릴 때 피하던 음식이 바로 나이였다.]
전 어른이 되었어도 못먹는 음식이 많아요.
아직도 소시지를 좋아하는 초딩 입맛을 가졌어요.^^
어른음식을 먹고 어른이 된다 공감이 가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고래발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