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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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나의 일기
새벽에 눈 뜨면 긴 밤이 쓴 일기장을 검열한다
손에 작업 장비를 들고
새벽의 입속에 들어가 치아도 되어보고
입안에서 웅얼거리는 언어도 되어보고
새벽의 첫마디는 항상 똑같다
파이팅 오늘도 힘차게
매번 그 말을 나의 몸은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지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못하는 것처럼
이제 12월이다
새벽이 기록한 것은 수많은 역사이지만
확실히 기억하지 못하는 기록들만 뇌리에서 밑줄 그으려했었다
난 한 번도 본적 없는데 기록하고 있는 것은 새벽 특유의 취향
그 특별한 새벽의 행동양식은 때론 독재자 같고
때론 현명한 현자 같아 수긍할 수밖에 없는 나의 새벽
20년 넘게 새벽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다 보니
내가 만나고 싶었던 새벽을 잃어버렸다
정년을 바라보면서 그 새벽의 굳은살을 만져본다
아프다 손마디에 자리 잡은 관절염
통증 속으로 들어가 버린 새벽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명령하였고 재촉하였다
완전한 하루 밤의 단잠을 헌납하라고
말이 헌납이지 식구들의 눈망울에 살아야 한다는 일념에 떠밀려
젊은 날의 나의 새벽을 잃어버렸다
누구나 뒤돌아보면서 자신의 시간을 추억하고 생각해보겠지
12월의 새벽 언어는 유난히도 무겁게 다가오는 밀물 같다
물결 하루 하루마다 꽃이 피었다가 지겠지
내일 또 새벽은 뚜벅이 마냥 걸어와서
제 할말만 뱉어 놓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리겠지
가면서 하는 말이 이것이 인생살이야
매번 반복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야 하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도(道)
혼자 그 말을 중얼중얼 거리이면서
어제 했던 일을 여전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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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대리님의 댓글

시형식을 빌린 짧은 저의 새벽일기 입니다 시가 못되는 글입니다 진짜 시를 한번 쓰 보고싶는데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