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달리다 > 창작시

달팽이 달리다

달팽이 한 마리 걸어가고 있다

최고의 시속으로 달려

그 곳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가고 싶어 발악하듯 꿈털거리고 있다

평생을 바닥에 붙어살았기에

허공 길 한번 걷고 싶은 꿈이었기에

또 다른 길에 대한 호기심이었기에

이렇게라도 걷어가는 것이므로

느림보라고 남들이 말하는 속도

천천히 발자국 떼는 보폭의 여유가 부러운 것은

빨리빨리 외쳐대는 현실의 급박함 때문

저런 속도로 다시 한 번 현실을 살피면서 가노라면

잊어든 자신의 생각을 찾을 수 있는

지금의 속도가

제일 안전한 속도가 되겠지

갈 길이 아무리 멀다고 과속하지 않으려 하는

노련함, 저 속도를

사람의 속도로 한번쯤 사용해도 무방하겠지

무거운 것 어두운 것 내려놓듯

자신이 지닌 최고의 느림을 다해

하루해를 보내도

그는 그 속도로 그 곳으로 계속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