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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移徙
이제는 떠나가야 할 때,
때마침 몸 떨면서 방 바닥에 떨어지는 추억은
저 먼 동경(憧憬) 속에서 꿈처럼 출발했는지 몰라
하지만 그밖에는 말 없는 안녕, 미워했던 것들이여,
그리워했던 것들이여, 이젠 모두 안녕 !
많은 게 힘들었고 괴로웠지만, 살아있던 기꺼운 힘은
그렇게 눈물 속에서 잠시 동안의 기쁨으로 나타나기도 해
모났던 날들을 둥글게 둥글게 포장을 해
남들 보기에 이삿짐만은 초라하지 않게,
그리고 나의 상속인(相續人)은 결국 나밖에 없기에,
아득히 먼 곳으로 사라져 간 고향이 없는 주소에
사랑도 없이 그리움만 지니고 살아왔던, 나를 부친다
서로 미워했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
자야할 때의 그 어색한 침묵처럼,
나를 부친다
- 안희선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지금 이곳은 점심 시간 입니다
시인님, 이사 가시나 봐요
추울텐데 하필 겨울에 이사를 하시나요
겨울이라 새로 이사하는 집에 꽃 선물하기도 그렇고,
아, 마침 장미분재가 꽃망울을 맺고 있어요
주황색 장미인데요
그건, 시인님께 선물할께요
제가 시인님 대신 잘 가꾸어 드릴께요(웃음)
폰이 연결되면 꽃이 핀 것 찍어서 올려도 드릴께요
근데 그건 장담 못해요, 폰이 잘 연결이 안돼서리...
암튼 이사 잘 하시구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저의 구차한 삶이 말해주듯..
남의 땅에 빌붙어 살며,
그간 렌트집 이사한 것도 스무번에 육박하네요
- 부산했던 이사통에 가장 소중한 재산목록 1호인,
첫시집들도 몽땅 행방불명이 되고 (My poetry has gone astray)
"추울텐데 하필 겨울에 이사를 하시나요" 라는 말씀에..
근데,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최종의 이사는
계절에 그리 구애받지 않을 거란 생각요 (웃음)
암튼, 장미꽃 선물하신다니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늘 건강하시길 먼 곳에서
기원합니다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저런 시집도 행방불명이 되고 마음이 얼마나 허하고 외로울까요?
아직 안되요 우리 곁을 떠나시면 더 오래 머물러 주세요 혹여 아프신것은 아니시지요
이사 잘 하시고요. 아마 지금 다는 댓글이 한참은 지난 댓글이니 이사를 하셨을수도 있겠네요.
매일 매일 이렇게 시로 안부와 근황을 뵈올 수 있어 다행입니다. 건강하시고요.